![푸른 잎 우거진 숲으로 오라](https://search3.kakaocdn.net/argon/600x0_65_wr/BP4H2BbdAuH)
숲으로 / 조말선
누군가가 숲으로 가자고 해서 일행의 방향이 바뀌었다 모두 숲 밖에 있을 때였다 숲은 한곳에 모여 있어서 찾기 쉬웠지만 입구가 많았다 출구인지도 모른다 한 사람은 숲의 동쪽을 가자고 했고 한 사람은 숲의 서쪽으로 가자고 했고 한 사람은 숲의 옆으로 돌아서 가자고 했다가 모두 숲의 앞쪽이 어딘지 모른다고 했다 숲으로 가기 전에 숲으로 이루어진 생각에서 벗어나야 하는 문제에 빠진 모양이었다 저 냇물을 건너거 가는 게 어떨까 그냥 이쪽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누군가 말해서 저쪽에서 그냥 이쪽이 어디냐고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숲으로 가는 도중에 일어난 일이었다 모두 숲으로 가는 길에 빠져 있었고 숲은 진한 녹음에 빠져 있었다 숲의 앞쪽은 어디일까 행렬을 태우고 온 버스를 타고 돌아가려면 다시 이쪽으로 나와야 하고 이쪽으로 다 같이 가면 우리는 우리를 잃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숲으로 가는 생각으로 우거졌지만 숲은 녹음이 가장 짙어서 잃어버릴 염려가 없어 보였다
- 『시로 여는 세상』(2020,가을호)
* 조말선 시인
1965년 경남 김해 출생
1998년 《부산일보》신춘문예 및 《현대시학》등단.
시집 『둥근 발작』『재스민 향기는 어두운 두개의 콧구멍을 지나서 탄생했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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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산숲](https://t1.daumcdn.net/encyclop/m52/kM9Sb1In8Nl5PJbeaMHy6P0qMQSP4uF4MwZXD6n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