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pop 이 세계 한류를 몰아치듯이 김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품이다.
우리가 배를 타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미국에 입항하여 상륙하게 되면 현지인들이
"너 어디서 왔나?"하고 물을 때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코리아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조차 잘 몰랐다.
그런데도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간혹 젊은 남자들이 우리를 보고는 "헤이 김치!" 하고 손을 흔들었다. 그들 눈에는 우리가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김치로 보였던 모양이었다.
하두 신기해서 따라가 물어봤다. "김치를 어떻게 아느냐?"고. 그랬더니 주한 미군으로 배속받아 동두천에서 근무했었다고 했다.
예전에는 주한미군과 같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면 미국 사람들이 코리아도 몰랐고 김치는 더욱 몰랐다. 그러던 것이 88 올림픽을 치른 뒤부터는 보는 눈이 확실히 달라졌다. 지금은 미국의 웬만한 수퍼마켙에 가도 김치가 판매되고 있다.
유럽 사람들도 김치를 한 번 맛 본 사람은 다시 김치를 찾는다. 김치가 발효식품이라서 그런지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김치에 중독돼서 김치를 즐겨 먹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된장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나는 유럽사람들과 혼승해서 몇달간 그들의 음식을 함께 먹고 지낸 적이 있어도 꼭 김치를 먹고 싶은 생각은 나지 않았다. 한 두달 양식만 먹다 보면 한식이 생각날 때가 많았다. 나는 김치보다는 젓갈류와 파래와 김 같은 해산물이 먹고 싶었다.
동남아에서 원목을 싣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유럽 여러 항구를 돌면서 하역 작업을 하는 원목선을 타던 때였다.
산코기선 소속의 잡화선이었지만 프랑스 마이다스사에 차터되어 동남아시아산 원목을 싣고 정기적으로 다녔다. 지중해를 지나 유럽 여러 항구를 거치려면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도버해협을 지나야 한다. 도버해협은 선박들이 많이 지나다니므로 파일러트(도선사)를 태워야 한다. 또 항구에 들어갈 때는 하버 파일러트를 따로 태우게 돼 있다. 찬넬 파일러트중에는 유난히 김치를 좋아하는 도선사가 한 사람 있었다. 식사시간이 돼서 식사준비를 해 줄까 해도 사양하고 맥주 한 캔과 김치만 있으면 된다고 꼭 김치를 달라고 했다.
요즘 폭염이 계속되면서 시금치를 비롯한 야채값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올해는 아직 배추값이 크게 올랐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어떤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오거나 폭염으로 인해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김치가 금치로 불리던 때도 있었다. 일반 식당에 들어가 식사시 김치를 더 달라고 했다간 간첩 취급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이처럼 농산물은 자연재해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엊그제는 농민들이 애호박을 생산했는 데 판로가 없어 그냥 폐기처분하는 장면을 뉴스에서 보도를 했는 데 코로나19사태로 학교급식이 중단되어 소비할 데가 없다고 했다.
'김치 프레미엄'이라고 하니까 김치에 붙는 프레미엄으로 듣는다면 큰 오산이다.
김치 프레미엄은 우리나라 가상화폐 시장에서 우리나라에서만 붙는 특별한 프레미엄이다. 영끌과 빚투로 주식으로 들어갔던 젊은이들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상화폐로 몰리면서 '코인광풍'이 불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세계 각국이 가상화폐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투자 심리가 꺾이면서 코인 가격이 급락했다.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해 초 800만 원대에 불과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올 4월 8000만 원을 넘었다가 이달 20일 3400만 원대까지 추락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28일 오후 6시 현재 4500만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하자 신규 투자자도, 거래 규모도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달 4대 거래소에서 실명 계좌를 개설해 새로 가입한 투자자는 12만865명으로 올 들어 가장 적었다. 투자 광풍이 뜨거웠던 4월(164만9020명)과 비교하면 1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4대 거래소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4월 22조 원에서 지난달 6조7000억 원으로 69.5% 급감했다.
비트코인에서 역 김치 프레미엄이 나타난 것은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이다. 2월 당시 김치 프리미엄은 -4~-4.5% 정도였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200만원가량 저렴했다. 지난해 말 이후 해외를 중심으로 비트코인 인기가 치솟은 영향이었다. 하지만 이후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열풍이 일면서 김치 프리미엄은 다시 급상승했다. 지난 4월 초 10%를 넘은 김치 프레미엄은 같은 달 중순 20%를 넘겼다.
하지만 김프는 6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7월 중순 이후 급락하면서 1% 아래로 내려갔다. 역 김치 프레미엄 현상은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 암호화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역 김치 프레미엄이 나타나는 건 국내외 투자 환경의 차이 때문이다. 해외에선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각종 호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1일 암호화폐 콘퍼런스 ‘더 B 위드’에서 “테슬라가 비트코인 결제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 23일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전문가 채용에 나선 사실이 알려졌다. 아마존이 공식 부인하긴 했지만, 시장에선 아마존이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도입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까지 퍼졌다. 그렇지만 국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암호화폐 사업자 등록 요건 등을 규정한 개정된 특정금융거래법(특금법)이 9월 24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