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에 바람이 많이 불더니 제주 앞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마지막 남은 우도행을 포기하고 성산일출봉이나 올라가려고 마음먹고 늑장을 부렸다
혹시나 하고 매표소에 전화해 봤더니 배가 정상적으로 운항한다는 것이 아닌가 ㅠㅠ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옷을 대충 입고서 성산포항 여객터미널로 나갔다.
우도에 들어가는 배는 30분에 한대씩 출항하고 있었다.
풍랑주의보에도 불구하고 우도 입항을 하락해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표를 끊었다.
우도훼리호는 지금껏 제주의 섬에 들어가면서 타본 배 중에서 가장 컸다
성산포항의 맞은편에 길게 누워있는 우도가 파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에 끄떡없었다
성산포항과 종달항에서 우도가는 배를 탈 수 있다
성산포항을 출발한지 약 15분만 우도 하우목동항에 도착하였다
항구 주변은 자전거와 전기자동차를 빌려주는 가게가 즐비하였다
직원들은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느라 큰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섬마을을 기대하고 왔는데 실망이었다
전기자동차의 유혹을 물리치고 우도 올레길 리본을 따라 마을 안길로 들어갔다
검은 돌담 위에 올려진 또 다른 돌속에서 선인장이 자라고 있었는데....예술작품이었다
우도는 제주도가 거느린 63개의 부속 섬 중에서 가장 크다.
면적 6km², 해안선 길이 17km로, 여의도 세 배 크기이며 전체 면적의 70%가 경작지이다.
야자수가 자라는 마을의 풍경은 매우 이국적이었다
우도의 또 다른 항구 천진항 앞에 '우도 해녀항일운동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1932년 1월 12일 세화 오일장날 벌어진 제주잠녀항쟁을 기념하는 비다.
제주잠녀항쟁은 해녀들이 일제의 수탈에 대항한 항쟁이었는데 17,000여 명의 해녀들이 참여하였다.
이곳 우도에서도 300여 명의 해녀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똘카니 방향으로 가는 도중에 정자 아래를 보니 한반도 모양의 암초가 보였다
한반도여는 200만년전 화산분출시 바닷속에서 형성된 현무암이다
썰물시 한반도와 비슷한 모양을 보여준다고 한다
이곳은 '똘카니'라고 부르는 곳이다
'똘카니'는 '소의 여물통'이란 뜻의 제주말이다
기암절벽과 먹돌해안이 어우러져 비경을 이루고 있었다.
똘카니에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널려 있었다
바다로 흘러내린 용암이 식을 때 공기가 빠져나온 구멍이 한폭의 추상화 같다.
우도는 섬이 제법 크기 때문에 도보로 다니기엔 조금 벅차다
이렇게 앙증스런 2인승 전기자동차가 길을 휩쓸고 다닌다
뱃시간을 맞추기 위해 바쁘게 걸으며 전기자동차를 외면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였다.
우도봉과 우대등대 방향으로 길을 바꾸었다
오름길에 들어서기 전에 아이스크림연구소 카페에서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육지에서는 맛볼 수 없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다.
‘섬 속의 섬’ 우도는 제주도의 축소판이다.
쪽빛 바다와 오름, 해안 절경, 푸른 초원과 검은 돌담, 하얀 등대와 물질하는 해녀….
우도는 제주 본섬의 풍광을 쏙 빼닮아서 매력이 많은 섬이다.
우도(牛島)는 소가 누워 머리를 든 형상을 한 섬이다.
그런데 우도봉 아래 소는 보이지 않고, 말이 보이니 거시기하다
우도는 푸른 초원과 검은 돌담 그리고 등대가 가장 제주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거센 바람을 헤치며 해발 132m의 우도봉에 올라섰다
오름 남쪽에 위치한 정상부를 소의 머리 부분이라 하여 우두봉 또는 쇠머리오름으로 부른다.
우도 사람들은 섬의 머리 부분이라 하여 섬머리 또는 섬머리오름, 도두봉이라고 한다.
우도봉 정상에서는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의 동쪽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우도봉 아래에는 한국 최초의 등대 테마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공원에는 홍보전시실 및 항로표지 3D체험관이 있다
야외 전시장에 국내외 유명한 등대의 모형 14점을 전시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리운 사람아
먼 곳에 있는 사람아
바다가 우는 걸 본 일이 있는가
바다가 흐느끼는 걸 본 일이 있는가
바다가 혼자서 혼자서
스스로의 가슴을 깎아내리는
그 흐느끼는 울음 소리를 들은 일이 있는가...............................................조병화 <바다> 부분
우도등대는 제주도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등대로, 1906년 3월 처음 불을 밝혔다
처음 무인 등대로 점등됐다가 1959년 9월 유인 등대로 바뀌었다
2003년, 새로운 등탑이 세워졌고, 옛 동탑은 역사적 가치 등으로 원형대로 보존 중이다.
2003년 12월에는 높이 16m의 원형콘크리트 등대를 신축하였다.
국내기술로 개발한 대형 회전식 등명기를 설치해 50km 밖에서도 확인 가능한 불빛을 비추고 있다
새 등대와 헌 등대가 공존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구 세대는 신 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주는게 자연의 이치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자리를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인간세상은 남루하다.
섬살이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물 부족이다
물 확보를 위해 우도봉 아래에는 아담한 저수지가 축조되어 있었다
제주의 특성상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저수지 안쪽에 특수시설이 되어 있었다.
검멀레 해수욕장은 우도봉 아래에 협곡 속에 숨어있다.
검멀레해변은 이름처럼 검은 모래로 이뤄졌다.
응회암이 부서져 만들어진 덕에 독특한 빛깔을 낸다.
검멀레의 '검'은 '검다', '멀레'는 '모래'라는 뜻으로, 검은 모래 해변을 뜻한다.
해변 끝에는 소의 콧구멍을 닮았다 하며, '검은코꾸망'이라 불리는 동굴이 있다.
우도는 요즘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한적했던 해안가에는 카페가 즐비하게 들어섰다.
펜션과 게스트하우스 등의 숙박시설도 앞다퉈 문을 열었다.
검멀레해변에 있는 '산호반점'에서 13,000원 하는 뿔소라짬뽕을 먹었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제주도에는 비양도라는 이름의 섬이 두 개가 있다.
큰 비양도는 협재 앞바다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인 반면, 우도의 비양도는 우도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비양도를 향해 걸어가다가 제주항의 뱃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 되돌아왔다. ㅠㅠ
우도로 나가는 배를 타기 위해 천진항을 향해 바삐 걸었다
다행히 막 출항하려고 하는 오후 2시에 출항하는 배에 올라탈 수가 있었다.
제주항에서 오후 5시에 떠나는 퀸메리호에 몸과 차를 싣고 삶터로 무사히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