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새 도약의 출발선”
<황정은 ㅣ ▲76년 서울 출생 ▲인천대 불문과 중퇴 ▲회사원>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본다. 푸른 눈 위에 웅크리고 앉은 북극여우의 몸에서 더운 김이 피어오른다. 내가 쓰는 글은 모두 거짓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무겁다.
전철을 타면 이상한 간지러움을 느끼곤 했다. 어깨나 엉덩이를 움찔움찔 움직여 이상하고 웃긴 춤을 추고 싶었다. 공유는 있되 소통은 없는 그 적막한 공간에 서로의 눈이 멋쩍게나마 마주치는 순간 하나 만들고 싶었다. 소설을 통하여 내가 너를 새삼 돌아보고 네가 나를 새삼 돌아보는 그런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 소박(하고도 거창)한 목적은 이제 없다. 내 마음 속으로 몰래 끌어들인 사람들을 매순간 조금씩 옮겨 적을 뿐이다. 원고를 마주하고 있을 때의 집중은 매번 사람을 향한 집중으로 발전한다. 나는 그 체험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꼭 기억하고 싶고 감사를 드리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 나의 가난한 부모님, 유경, 세나, 항상 믿어주는 숙경, 태숙, 윤숙, 오래 전 몇 번이나 학비를 대납해주신 김희영 선생님, 소식을 듣고 ‘따끈’하게 축하해준 겨자나 와사비나 식구들, 기회를 주신 경향신문사와 작은 가능성을 보고 길을 터주신 이순원, 김영현 선생님, 박범신 선생님과 이남호 선생님께도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말이 천금 같다. 당선 통지를 받고 믿어지지 않아 내가 제일 먼저 전화를 걸었던 곳은 내게 전화를 걸어왔던 경향신문사 문화부였다.
꿈에도 기대하지 않았던 소식, 아직도 멀리 떨어진 곳의 일 같다. 나보다 훨씬 깊은 세계를 가지고 있는 분들을 나는 여럿 알고 있다. 이번엔 내가 운을 조금 더 지녔나보다. 부끄러운 작품으로 첫발을 딛게 되었다. 끝이 아니라 두려운 시작이라는 것을 안다.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다짐으로 이 짧고 난감한 소감문을 마친다.
첫댓글 우리집은 경향신문을 구독해서, 정초 새벽 댓바람에 베란다에서 담배를 뻑뻑 피워가며 이 작품을 읽었어요. 덕분에 손이 꽁꽁 얼어버렸지요. 먼가 빠진듯 썩 잘 된 잘품은 아닌 것 같았어요. 이만큼도 못 쓰는 저로서는 괜히 심술이 나서 다 읽지도 않은 신문을 화악 구겼지만 부러운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던걸요. 흐흐
소설은 1월 3일에야 인터넷에 올린다고 하네요. 이럴줄 알았으면 경향신문을 1일 아침에 사서 읽을걸... 제가 아는 분이 경향 신문에 냈었는데, 그 소설보다 잘 썼는지 확인도 하고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