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이며 유비이고 싶다
文 熙 鳳
꽃이 꽃에게 마음 상하게 하는 일이 없고, 풀이 풀에게 기분 나쁘게 하는 일이 없고, 나무가 나무를 깔보는 일이 없듯이, 사람이 사람에게 다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날마다 듣게 되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 소식에 귀가 먹먹해진다. 인간의 탈을 쓰고 해서는 안 될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져 나를 아연실색케 한다. 아무리 이해해 주려 해도 납득이 안 가는 행동이다. 핸드백을 날치기 하고, 백화점 직원의 언사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훈계 차원이라지만 판매원을 무릎 꿇리고, 사소한 시비 끝에 흉기를 들이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거나 사망케 하는 등등 이해하기 곤란한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될 때 내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꽃의 얼굴이 다르다 해서 잘난 체 아니하듯, 나무의 자리가 다르다 해서 시샘하지 아니하듯, 삶이 다르니 생각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행동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니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틀 속에서 인간관계를 맺어 나갔으면 좋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기차레일이 자기의 임무에 충실하듯 그렇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사람이 꽃을 꺾으면 꽃 내음이 나고, 사람이 풀을 뜯으면 풀 내음이 나고, 사람이 나무를 베면 나무 내음이 나는데,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면 사람 내음이 날까? 아니다. 그건 사람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원한과 증오만 쌓일 뿐이다.
가장 만나기 쉬운 것도 사람이고, 가장 얻기 쉬운 것도 사람이다. 하지만 가장 잃기 쉬운 것도 사람이다. 물건을 잃어버리면 대체가 되지만 사람은 아무리 애를 써도 똑같은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행동이나 말을 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처럼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한번 잃은 사람을 다시 찾기는 강물에 떨어뜨린 동전 찾기보다 더 어렵다. 사람을 사람으로, 사람답게 대하는 진실한 인관관계,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일이며, 진정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비결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자신을 희생하여 남을 돕는 일에 습관처럼 굳어진 행동으로 찬사를 받는 사람이 있다. 자기의 일을 제쳐놓고 남을 일부터 챙겨 도와주는 천사의 명찰을 달고 있는 사람이 있다. 본받을 만한 사람이다.
사람을 얻는 일, 그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인생에서 사람을 잃는 일이 최악의 실수가 아닐는지 생각해 본다. 항상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도록 서로 소통하고, 자주 안부인사 나누며 사는 삶이 지혜로운 삶이다. 그 사람의 소식을 듣지 못하면 입 안에 독소가 생기는 것처럼 귀 기울여 기다리는 사람의 가슴속에서는 장미가 핀다. 튜울립이 핀다.
10만 원짜리 옷보다, 100만 원짜리 스마트폰보다, 300만 원짜리 노트북보다, 5,000만 원짜리 자동차보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도착해 있는 지인의 문자 한 통이나 카톡 한 구절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해준다. 그런 생각으로 사는 삶이라면 만점 삶이 아닐까. 외롭지 않고 훈훈한 입김 속에 사는 삶, 그것이 진정 가치 있는 삶이다.
나는 제갈량이고 싶다. 지금부터 유비처럼 누구한테도 손가락질을 받지 않으며 삼고초려를 행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