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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38
씬1. 회의실 안
(전회 마지막 씬에서)
강모 : 참는데도 한계가 있어.
민우 : 그래서? 날 치려고?
강모 : 못 칠 것 같냐?
민우 : (기자들을 힐끔 보고는 픽 웃으며) 내일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고 싶거든 쳐 봐.
강모 : ..! (주먹을 치켜들지만)
민우 : (낮게) 넌 날 절대 못 때려. 왠지 알아? 센척 해봤자, 너도 약자거든.
강모 : ... (부르르 떠는 주먹)
민우 : 건설 연합? 니들이 왜 내 말 한마디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진 줄 알아? 약자니까... 그리고 겁쟁이니까..
강모 : ..
민우 : 그래서 니들은 안 된다는 거야. 강한 놈, 먹이 밖에 못 돼.
(민우, 조소하듯 웃으면서 돌아서는 순간, 강모가 주먹을 날린다. 쓰러지는 민우..
성모, 입모양으로만 안타깝게 강모야..! 부르는데.. 강모, 민우의 멱살 잡고..)
강모 : 약자? 겁쟁이라고? 근데.. 난 식성이 좀 유별나다고 말했지.? 센 척 하는 놈만 보면 먹어치우고 싶다구...!
(강모, 주먹을 퍼붓는데 그 위로 터지는 카메라 플래쉬..!
이때, 성모가 급히 다가와 강모의 멱살을 잡고 밀어붙인다. 노려보는 강모와 성모..
민우가 터진 입가를 훔치며 일어선다)
민우 : 문 이사님,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세요.
성중 : 예, 회장님... (급히 나간다)
민우 : (기자들에게) 사진들 찍으셨죠?
(강모, 분을 못 이기고 달려들려는데..! 성모, 저지하고...
이때, 경비들이 몰려들더니 강모를 끌고 나간다. 안타깝게 보는 성모..
민우, 손수건으로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민우 : 고마워, 형.
성모 : ... 괜찮은 거냐?
민우 : (턱을 만져보며, 화나서)
씬2. 금융사무실 안 (아침)
(한쪽에 착암기가 놓여있고, 지나가 열심히 바닥을 쓸며 청소중이다. 정연이 막 출근을 하는데...)
지나 : 언니, 이것 좀 치우면 안 돼요? 걸리적거려 죽겠네.
정연 : 그래도, 담보가 될지 모르는데, 잘 보관해 놔.
(정연, 데스크에 앉는다. 방금 온 조간신문을 펼쳐드는데 강모의 기사가 눈에 확 뜨이고...
‘모 건설사 사장, 만보건설 조민우 회장에게 폭력 휘둘러..’ ‘조민우 회장 전치 4주 부상, 현재 입원 치료 중’ 등의 기사...
민우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강모의 모습이 선명하고.. 정연, 크게 놀라는데..)
씬3. 경찰서 유치장 안
(강모가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앉아 있다.
이때, 순경과 함께 들어서는 영출과 소태, 시덕, 경자..)
영출 : 강모야..! 대체 어떻게 된 거여?
경자 : 사장님 얼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났어요.
강모 : ... 다들 미안하다.
시덕 : 미안 할 거 없어. 솔직히 감방 들어올 사람, 조민우 그 자식이지 강모가 뭔 죄야?
영출 : 맞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놈은 그 놈이여.
소태 : 이왕 손대는 거, 아주 아작을 내놓지 그랬어.
강모 : (쓸쓸하게, 미소) 당분간, 현장은 아저씨랑 소태가 맡아서 해주세요.
영출 : 그려.
소태 : 걱정 마, 강모야.
강모 : 회사 쪽은 시덕이 니가 맡고.
시덕 : 알았어.
강모 : 내가 없어도, 절대 공사가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돼. 다들 알았지?
경자 : (눈물 글썽이며) 사장님...
씬4. 병실 안
(환자복을 입은 민우가 그리 좋지 않은 표정으로 신문을 보고 있다. 멀쩡한 모습... 양명자가 옆에서 과일을 깎고 있고...
이때, 조필연과 고재춘이 들어선다)
재춘 : 민우야..! 괜찮은 거야?
민우 : 구색 좀 맞춰주려고 입원한 거니까, 걱정 마세요.
필연 : .. (못마땅) 어떻게 된 거냐?
민우 : 제가 방심했어요. 이강모가 설마.. 카메라 앞에서 주먹을 휘두를 줄 몰랐습니다.
필연 : 정치나 사업이나 가장 중요한 게 그 사람, 이미지야. 이런 일, 너한테도 큰 손실이다.
민우 : ...
명자 : 민우가 무슨 잘못이에요? 때린 놈이 나쁜 놈이지.
필연 : 당신은 모르면 잠자코 있어.
명자 : ...
필연 : 한강건설이 받기로 한 건설부 지원금은 다 취소 됐다.
민우 : ..! (본다)
필연 : 이강모, 다신 재기하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밟아 놔.
민우 : 받은 대로만 돌려주면.. 그건 복수가 아니죠. (눈빛)
씬5. 경찰서 취조실
(성모가 와 있다. 순경에게 이끌려서 들어서는 강모... 순경, 나가면...)
성모 : 조그만 참아라. 곧 집행유예로 풀려 날거야.
강모 : 미안해 형, 근데.. 나 후회는 안 해.
성모 : ..
강모 : 이렇게라도 안 했으면, 미쳐서 돌아버렸을 거야.
성모 : 니 맘 다 알아... (본다) 건설부 지원금은... 끝내 취소됐어.
강모 : ..
성모 : 공사, 중지해야 하는 거 아니니?
강모 : 아니.. 포기 안 해... 끝까지 가보려고.
성모 : 조필연.. 니가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시켜서 망하길 바라고 있어.
강모 : 회사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게, 형... 그보다도.. 미주 소식은 아직 모르지?
성모 : ... (마음 무겁고)
씬6. 안무 연습장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고... 미주가 춤 연습에 여념이 없다. 땀에 흠뻑 젖은 채...
한쪽에서 경옥이 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매니저가 옆에 있고...)
매니저 : 안무가나 노래 강사들 사이에 칭찬이 자자합니다.
경옥 : 이미주라고 했지?
매니저 : 예... 근데, 사장님께선 저 애를 간판으로 키우실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경옥 : 우리 극장에서만 써먹긴 아까운 애야.
매니저 : 그럼..?
경옥 : ... (의미심장하게 미주를 본다)
씬7. 동, 사무실 안
(경옥이 앉아 있고.. 매니저가 미주를 데리고 들어선다. 자리에 앉고)
경옥 : 사는 데가 어디야?
미주 : 한남동이요.
경옥 : 가족은?
미주 : 혼자... 살아요.
경옥 : 성공하고 싶으면 죽을 각오로 모든 걸 다 던져야 돼. 그래도 될까 말까 한 게 이 바닥이야.
미주 : 저 꼭 가수로 성공하고 싶어요.
경옥 : 처음엔 누구나 다 너처럼 말하지만, 성공하는 애는 아주 드물어. 노력 없이 안 되지만, 노력만 갖고도 안되는 게 이일이야.
미주 : ..
경옥 : 앞으로 연습시간, 혹독할 거야. 자신 없으면 지금 포기하던가..
미주 : 아니에요, 사장님. 저, 꼭 해낼 자신 있어요.
경옥 : .. (보는데)
씬8. 한남동 집 전경 (밤)
씬9. 동, 집 안
(제법 널찍한 실내.. 예전의 홍기표네 집정도..
미주가 들어선다. 정자가 휠체어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정자 : 이제 끝난 거야?
미주 : (지쳐서) 예... 어휴, 다리야.. (다리 주무르고)
정자 : 그래두 얼마나 잘된 일이니? 너한테 이런 기회두 오구.
미주 : (미소) 맞아요... 근데, 우주는요?
정자 : 오늘은 뭐가 맘에 안 드는지, 저녁 내내 칭얼대다가 잠들었어.
씬10. 동, 방 안
(너댓살 정도의 어린 우주가 잠들어 있다.
들어서는 미주.. 가만히 우주를 본다. 피곤했던 표정이 눈 녹듯이 사라지며 미소가 번진다. 얼굴을 만져주면..)
우주 : (눈을 배시시 뜨고) 엄마..
미주 : (미소) 이리 와. (들어 안으면)
우주 : .. (안기고)
미주 : 얼른 자..
(미주, 우주를 안은 채 노래를 불러준다. 우주, 눈을 감고 다시 잠들고..
미주, 노래 부르며 그런 우주를 보는데..)
씬11. 민우 아파트 거실 (과거 회상)
(소파에 민우가 미주를 안고 있다. 마치 아기를 안고 있듯... 토닥이며 나지막하게 노래를 불러 준다.
미주, 민우의 품이 편한 듯이 눈을 감고 미소 지으며...)
씬12. 동. 방안 (현실)
(어느덧 잠이 든 우주.. 미주, 노래를 그치고 우주를 본다)
미주 : 우주야... 엄마가 꼭 성공해서.. 우리 우주, 이 담에 하고 싶은 거 다 해줄 거야. 건강하게만 자라, 알았지?
우주 : .. (잠이 든 채)
씬13. 금융 사무실 (낮)
(정연이 업무 중이고 지나가 팩스를 받고 있다. 등기부 등본이 나오고 있고.. 한소진, 이라는 이름...
지나, 등본을 정연에게 주며..)
지나 : 미국에서 보낸 등기부등본이에요.
정연 : 그 한소진이란 사람, 해외 부동산 소유자가 확실하네?
지나 : 아직 젊던데.. 꽤나 부잔가 봐요.
정연 : ... (보는데)
씬14. 사채 사무실
(허름한 분위기의 사채 사무실 안이다.
입구쪽 바닥에 빈 자장면 그릇 두 개가 포개져 있고... 전화기 한대, 일인용 소파가 다인 사무실...
부철이 소파에 앉아 있다. 그 옆에 부하 1이 있고...)
부하 1 : 전화가 안 오는데요? 혹시, 사기란 거 알아차린 거 아닐까요?
부철 : 곧 올 거다.. 실제 해외 부동산 소유주 신분증 위조했으니까 황정연이 눈치 챌 리 없어.
(이때, 전화가 울린다)
부철 : (얼굴 환해지며) 거 봐라. 온다고 했지? (수화기 들고) 네..
정연 : (F) 한소진씨, 해피 금융입니다.
부철 : 아... 황사장님...
정연 : (F) 서류 심사가 끝났어요. 통장 사본 가지고 오시면 됩니다.
부철 : 내일 가죠. 예... (피식 웃으며 수화기 놓는다) 드디어 물었어..! (흐흐 웃는데)
(이때, 노크소리와 함께 경옥이 들어선다. 지배인이 뒤따라 들어서고..)
부철 : (얼른 일어서서 인사하며)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경옥 : 황정연을 공략할 계획은 세워뒀나요?
부철 : (보다가) 그럼요. 한 달 안에 황정연 돈, 다 거덜 낼 수 있습니다.
경옥 : 자신 만만하군요.
부철 : 빼앗아 오는 만큼, 제 몫인데, 최선을 다해야죠.
경옥 : 시간 오래 못줘요. 성공을 하던 실패를 하든, 기간은 한달이에요.
부철 : 백파 어르신은 잘 계십니까?
경옥 : (본다) ... 잘 계셔요.
부철 : 유사장님도 건강 괜찮으신 거구요?
경옥 : ... 네. 괜찮아요.
부철 : (미소) 다행이네요. 아는 분이 산삼을 구해 놓게 있는데 보내 드리겠습니다.
경옥 : 됐어요. 일이 마무리 되는대로 로열클럽으로 전화하세요.
부철 : 알겠습니다.
(경옥이 나가면 부철, 깍듯하게 인사한다. 고개를 드는 부철, 눈빛이 차가워지며...)
부철 : (부하 1에게) 저 여자만 아니면, 내 인생 이렇지 않았어.
부하 1 : 네?
부철 : 원래 저 자리, 내꺼였거든. 저 여자한테 빼앗긴 거야.
부하 1 : ..
부철 : 유경옥.. 시건방떨지 마라. 황정연이 니 딸인 거, 내가 모를 줄 아냐?
너한테 진 빚.. 몽땅 니 딸년한테 갚아주지.. (흐흐 웃는데)
씬15. 경찰서 앞 (낮)
(승용차가 서 있고... 성모가 기다리고 있다.
경찰서에서 나오는 강모.. 성모에게 미소 지어보이면, 성모, 어깨를 툭 치고는.. 두 사람, 승용차에 탄다)
성모 : 어디 가서, 술이나 한잔 할래?
강모 : 공사현장에 가봐야 돼. 다들 기다릴 거야.
성모 : 너하구 오랜만에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보려구 했는데..
강모 : 미안해, 형. 다음에 마시자.
성모 : (시동 걸고) 그럼, 공사장으로 모시겠습니다, 사장님.
(강모, 씩 웃어 보이면.. 승용차, 출발하고...)
씬16. 돌산 공사 현장 (몽타주)
(암석들을 실어 나르고 있는 트럭들...
현장을 순시하는 강모와 영출, 시덕과 소태.. 현장 소장들과 인부들이 강모를 보자 일제히 인사하며 반갑게 맞이한다.
강모, 현장 소장들에게 손짓으로 뭔가를 지시하며...)
씬17. 현장 사무실 안
(심각하게 들어서는 강모와 영출, 시덕, 소태...)
강모 : 이 상태로, 돌산 없애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영출 : (한숨) 지금 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기초공사 끝날 때까지 회사가 버텨주느냐가 문제여.
소태 : 지원금 안 나온다는 소식 듣구, 요즘은 하청 업체들 분위기도 심상치가 않아.
강모 : 회사 재정 상태는?
시덕 : 심각해. 곧 은행에서 대출이라도 받아야 할 것 같아.
강모 : .. (무겁게, 생각)
영출 : 강모야.. 회사 거덜나기 전에, 우리 이 공사 손 떼자.
시덕 : 그래, 강모야. 이 일.. 우리가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야.
강모 : 이 공사가 문제가 아냐. 다음 신도시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해버리면.. 우린 영영 삼류 딱지 뗄 수가 없어.
좌중 : .. (무겁다)
강모 :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 붓자. 끝까지 가다보면, 분명 길이 보일거야.
씬18. 만보건설 공사 현장
(활기찬 분위기다. 민우와 문성중이 시찰을 돌고 있고..
소장이 열심히 민우에게 뭔가를 설명중인데.. 민우, 뭔가를 지시하며..)
씬19. 동, 현장 사무실
(들어서는 민우와 문성중...)
민우 : 지금부턴 자재 싸움입니다. 가장 시급한 게 뭐죠?
성중 : 골잽니다. 수서지구 내, 다른 건설 업체와 골재 확보 전쟁이 아주 치열합니다.
민우 : 가격을 두 배로 주고라도 무조건 확보하세요.
성중 : 그렇게 되면, 건대협 회사들의 항의가 들어올 텐데요.
민우 : 상관없어요. 건대협에선 동지지만, 현장에선 다 적입니다.
성중 : 지시대로 따르겠습니다. (나가려는데)
민우 : 참, 한강건설은 아직도 포기 안했습니까?
성중 : 곧 재정상태가 바닥이 날 지경인데도, 여전히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민우 : (차갑게 웃는다) 국제 은행에 연락해서 은행장과 약속 잡으세요.
성중 : 갑자기 은행장은 왜?
민우 : 혹시 모를 한강건설의 돈줄, 미리 다 끊어 놔야죠.
성중 : 알겠습니다. (나간다)
민우 : ... (차가운 눈빛에서)
씬20. 어느 현장 도로 / 승용차 안
(앞 창문에 만보건설이라고 써 붙인 트럭들이 줄줄이 골재들을 싣고 간다.
도로 옆에 있는 승용차 안... 운전석의 소태와 강모, 영출이 지켜보며 있고...)
시덕 : 만보건설 놈들이 골자재를 왕창 사재기 하구 있어. 벌써 가격이 두 배나 뛰었다더라.
영출 : 염병할 놈들... 우린 돈 없어서 기초 공사도 못 끝냈구만... 이러다 우린 아예 골자재, 구경도 못하는 거 아녀?
강모 : .. (심각하게 보는데)
씬21. 만보건설 사옥 앞
(승용차가 서 있고.. 운전석의 주영국과 조수석의 황태섭이 만보건설 사옥을 보고 있다.
태섭,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으로...)
영국 : 그만, 가지.
태섭 : .. (눈물이 고이는데)
영국 : 정연이한텐 안가봐두 돼?
태섭 : 지금 내 꼴을 보면.. 정연이가 나한테 더 미안할 거야. (한숨) 뭔가 재기할 발판을 마련해 놔야.. 그 아이 맘이 편하지...
(이때, 조필연이 나온다. 경비들이 따라 나오며... 미리 서 있던 승용차 안에서 고재춘이 나와서 얼른 뒷자리 문을 열어준다.
조필연을 보는 순간, 눈이 뒤집히듯 분노하는 황태섭..
경비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면, 필연, 환한 미소로 그들의 어깨를 다독이고..)
태섭 : 조필연.. 내, 저놈을 그냥..! (차 문을 박차고 나갈듯이)
영구 : (잡는다) 참아.
태섭 : 저 놈, 안 보여? 저놈이 내가 피땀 흘려서 세운 회사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잖아..!!
영국 : 지금 나가서 뭘 어쩔려구..!
태섭 : 이런 젠장..!! (창문을 치는데)
(경비들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가는 조필연과 고재춘...
이때, 태섭이 필연의 양복 상의에 분명하게 새겨진 금배지를 보는데..)
영국 : 국회의원이 됐다더니 위세가 대단하구만.
태섭 : .. (이를 악물듯이 노려보는데)
씬22. 조필연 사무실 안
(조필연과 성모, 재춘이 TV를 보고 있다. 화면 속으로 1986년도, 대학생들의 격렬한 데모 모습이 보여 지고..)
재춘 : 이 나라가, 정말 큰일입니다.
필연 : 나한테 전권을 일임한다면, 삼 개월 안에 저런 놈들 싹 다 없애버릴 수 있는데 말야.
성모 : ...
(이때, 전화벨이 울린다. 필연, 수화기 들고 네.. 하다가..)
필연 : ..! (크게 놀라며) TV꺼.! (벌떡 일어서서 부동자세) 네, 말씀하십시오. 네.. 네...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수화기 놓고) 재춘아, 당장 차 시동 걸어.
성모 : 무슨 일이십니까?
필연 : 청와대 좀 들어갔다 와야겠어. 뭐해, 준비 안하고..!
재춘 : 알겠습니다.
성모 : ... (심상치 않게)
씬23. 요정집 전경 (밤)
씬24. 동, 방안
(필연과 성모, 민우와 재춘이 술을 마시고 있다)
성모 : 낮에 무슨 일입니까?
필연 : (주변을 의식하고는) 곧 건설부에서 대북 성명문을 발표할 거야.
민우 : ..? 대북에 관한 걸 왜 건설부에서 발표하는 건데요?
필연 : 북한에서 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금강산에 엄청난 댐을 짓고 있어. 거기다 물을 채워서 한꺼번에 터뜨린다는 계획이다.
재춘 :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필연 : 63빌딩 꼭대기까지 물이 차오르게 될 거야.
재춘 : 이런, 나쁜 놈들..!
성모 : 그 문제라면 우리 정보부가 내막을 잘 압니다.
필연 : 사실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냐. 거기에 맞서서 우리 쪽도 북한강 상류에다 대규모 댐을 건설할 거다.
민우 : 그런 이유로 건설부에서 발표를 하는 거군요.
필연 : 엄청난 돈이 댐건설 사업비로 들어갈 거야. 이런 걸 보고 눈먼 돈이라고 하는 거다.
민우 :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준비하도록 하죠.
필연 : 이래서 정치와 경제는 뗄래야 뗄 수가 없다는 거야. (하하 웃는다)
성모 : .. (술 한 모금 마시는)
씬25. 한강건설 전경 (낮)
씬26. 동, 사무실 안
(경자가 급하게 전화 중이고 시덕이 마음 급하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경자 : (수화기 들고) 여보세요? 우리 사장님 거기 안계세요?
시덕 : 아, 왜 이렇게 안 와, 시간 없어 죽겠는데..
(강모와 소태, 영출이 들어선다)
시덕 : 강모야..!! 큰일 났어. 얼른 현장에 가 봐.
강모 : 현장엔 왜?
시덕 : 하청업체들이 공사 못하겠다구, 다들 관둔다구 난리야.
강모 : ..!! 뭐?
영출, 소태 : ..!! (놀라는데)
씬27. 돌산 공사 현장
(현장 감독들이 일손을 놓고 나오고 있다. 강모와 영출, 소태가 급히 그들을 막아서며..)
강모 : 지금 어딜 가는 겁니까?
하청 1 : 자금줄 다 막혔다면서요?
소태 : 어떤 놈이 그래요? 우리, 아직 돈 나올 데 많아요.
하청 2 : 그럼 밀린 대금부터 지불하던가요.
영출 : 이러지 말구, 일단 일을 하자고.. 일을 해야 돈을 주던지 말던지 할 거 아냐.
하청 1 : 아무튼, 돈 내놓지 않으면 우린 일 못합니다. 다들 가자구..!
인부들 : .. (우르르 몰려 나가는데)
강모 : 좋습니다..!!
좌중 : ..? (다들 멈추고)
강모 : (그 앞에 나선다, 자신감 있게) 이렇게 하죠. 그 동안 고생들 많으셨으니까, 일주일동안 휴가를 드리겠습니다.
좌중 : .. (어리둥절)
하청 1 : 그럼 일주일 뒤엔 다 해결 되는 겁니까?
강모 : 물론이죠. 공사 중단이 아니라, 휴갑니다. 휴가가 끝나면, 다들 복귀하는 거 아시죠?
좌중 : ..
강모 : 이왕 쉬는 거, 편히들 쉬십시오. 그런 다음엔, 공사 끝날 때까지 절대 휴식 없습니다.
(인부들, 반신반의하는 눈치로 다들 가버린다. 강모와 영출, 소태만 남고..)
소태 : 강모야.. 일주일 뒤면, 뭔 뾰족한 수라도 생기는 거냐?
강모 : 없어.
영출 : 없어? 없는데 휴가는 또 뭐여?
강모 : 일주일 동안은 잠잠할 거예요. 그 안에, 방법을 찾아야죠.
영출 : 얘가 인제 별걸 다하네?
강모 : 회사로 가 계세요. 전 일주일 동안 여기 있을 겁니다.
영출 : 있을라면 같이 있든가..
소태 : (눈치 보며) 그냥 가세요. 강모, 이럴 때는 혼자 놔두는 게 최고에요.
(소태가 영출을 끌고 간다.
혼자 남은 강모, 찹찹한 심경으로 주변을 텅 빈 현장을 둘러보는데... 답이 보이지 않는다.
이때, 승용차가 다가와 선다. 강모가 보면.. 성모다)
씬28. 현장 사무실 안
(소주병이 놓여 있고.. 강모와 성모가 단 둘이 술을 마시고 있다)
강모 : (놀라서) 평화의 댐?
성모 : 곧 공식 발표가 나면, 평화의 댐이라고 부를 거야.
강모 : .. (생각)
성모 : 지금 이 공사는 내가 봐도 무리가 많은 것 같아. 니가 원한다면, 댐 공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힘써 줄 수 있어.
강모 : 근데.. 그거, 진실이야?
성모 : ..?
강모 : 정말로, 북한에서 금강산댐을 터뜨리면 서울이 다 잠기는 거냐구.
성모 : 넌 그냥, 공사만 맡아서 하면 돼.
강모 : .. (본다) 거짓이라면, 안할게, 형.
성모 : ...
강모 : 그거 사기잖아.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에 편승해서 돈 벌고 싶은 마음 없어.
성모 : .. (못 말리겠고) 그럼, 넌 이 공사를 계속 하겠다는 거니?
강모 : 일주일 남았어.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성모 : .. (걱정스럽고)
씬29. 선술집 안
(정연과 경자가 단 둘이 앉아 있다. 경자, 취기가 가득하고..)
경자 : 강모 오빠, 불쌍해서 죽겠어.
정연 : 돈이 대체 얼마나 부족한 건데?
경자 : 한두 푼이 아냐. 그러니까 돌산엔 왜 아파트를 짓는다고 해가지구...
정연 : .. (한숨)
경자 : 근데, 그게 다 만보건설 때문이래. 동업두 다 조민운가 그 사람이 깬거구... 은행 대출두 다 그 사람이 막은 거래..
정연 : (화가 난다) 조민우, 나쁜 자식..! (술을 마시는데)
경자 : 언니는 왜 강모 오빠랑 헤어졌어?
정연 : .. (본다)
경자 : 두 사람, 참 이해가 안가. 좋아하면 좋아한다구 말하면 돼지.. 왜들 그래?
정연 : (흠, 새침하게, 떠보듯이) 강모가.. 나, 좋아한데?
경자 : 언니 아직 모르는구나? 내가 언니한테 일수 돈 왜 썼는지 알아?
그거.. 강모 오빠가 언니 잘사나 못사나 궁금해서 그런 거야.
정연 : ..!! (놀란다)
경자 : 어휴, 바보 같은 강모 오빠.. 나한테 오면 잘해 줄 텐데..
(경자, 딸꾹질 한번 하고는 푹 엎어진다. 정연, 가슴 아프다. 눈물이 고이고)
씬30. 현장 사무실 안 (밤)
(창문 밖으로 비가 쏟아지고 있다. 탁자 위에 널브러져 있는 소주병들...
강모, 초취한 모습으로 창밖을 보며 소주병을 손에 들고 마신다. 그 위로..)
- 인써트
- 은행장실 안
은행장 : 미안합니다. 돈 더 못 드립니다.
- 부시장실
명석 : 건설부 지원금, 이미 만보건설에서 받아갔어.
- 어느 술집
맹사장 : (술에 취한 채) 혹시 망하거든.. 날 욕해요... 나 아주 겁쟁이야. 나쁜 놈이라구..
- 다시 현실
(끓어오르는 분노.. 강모, 소주병을 집어던지더니 밖으로 나간다)
씬31. 동, 현장 / 승용차 안 (그 밤)
(거대한 돌산 앞... 강모, 뛰어온다. 쏟아지는 비를 흠뻑 맞으며... 위압적인 돌산 앞에서 눈물이 고여 온다.
한쪽에 놓여 있는 해머를 들더니 마구 돌산을 내려치기 시작한다)
강모 : (울부짖으며 고함친다) 어디 한번 해 봐.! 이대로 절대 안 무너져..! 절대 조민우한테 안 진다..!!
이렇게라도 다 부셔서... 아파트 지어..! 안 진다고, 절대..!!
(강모, 지친 듯이 씩씩대며 털썩 주저앉는다)
강모 : (눈물 흥건한 채, 혼잣말로) 절대 안 진다, 조민우.. 내 손으로.. 여기다... 아파트 다 지을 거야.. 지을거라구..
(그 일각의 승용차... 시동을 다 끈 채 세워져 있다. 정연이가 운전석에서 강모를 보고 있고... 정연의 눈가가 젖어있다.
안타까워서 길게 한숨을 내쉬는데.. 이때, 정연의 머릿속에 뭔가가 퍼뜩 생각난다)
- 인써트 (37회에서)
고사장 : 우리 공장 좀 살려 주쇼. 이놈이 말이죠. 미제, 일제에 못지않아요. 집채만 한 바위도 금방 자갈로 만든다니까요?
- 다시, 현실
(정연, 곰곰이 생각한다. 조수석에 있는 신문... 정연이 들고 보는데... “만보건설, 골자재 사재기 의혹‘ 타이틀 기사..
정연, 뭔가 의미심장하게 생각하는데...)
씬32. 금융 사무실 안 (낮)
(고사장이 와 있다. 사무실 한쪽에 여전히 착암기가 놓여 있고..)
고사장 : 무슨 일로 날 보자고 한 거요?
정연 : 요즘, 회산 어떠세요?
고사장 : 돈 빌려 줄 거 아니면 물어 보지 마쇼. 신제품 개발하면 뭐합니까? 판로가 없는데...
정연 : (착암기를 보고) 저걸로 바윗 덩어리를 자갈로 만들 수 있다고 하셨죠?
고사장 : 입 아프게 왜 자꾸 물어요? 그렇다니까.
정연 : 좋아요. 대출 해드리죠. 이자는 은행 이자가 될 거예요.
고사장 : (놀라서) 네? 은행 이자? 그렇게 싸게 해준단 말이에요?
정연 : 대신 조건이 있어요. 한강건설이라고 아시죠?
고사장 : 한강건설? 돌산에다 아파트 짓다가 다 망해가는 그 건설회사 말입니까?
정연 : 제가 이강모 사장을 잘 알아요.
고사장 : 근데요?
정연 : .. (미소 지으며 의미심장하게 본다)
씬33. 현장 사무실 안 (낮)
(널브러져 있는 술병들.. 강모가 소파에 기댄 채 앉아 있고.. 해머질에 까져있는 강모의 손바닥..
시덕이 안타깝게 강모 손에 붕대를 감아주고 있다)
시덕 : 어휴, 자식.. 손이 이게 뭐야, 임마.
(강모, 눈을 아예 감아 버리는데.. 이때, 영출과 소태가 착암기를 들고 들어선다)
영출 : 야, 강모 쟤, 죽었나부다.
소태 : 야, 일어나 봐, 강모야..
강모 : .. (눈 뜨고, 착암기를 본다) 뭐냐?
소태 : 누가 니 이름으로 회사에 보낸 거야.
영출 : 이게 유식한 말로 유압 브레이커라고 하는데 돌맹이에 구멍 뚫는 거여.
강모 : 이걸 누가 보낸 건데?
소태 : 지네 물건 홍보하려구 이거 만든 데서 보냈나부지 뭐.
영출 : 이걸로 돌산 깎아내려면 백년은 넘게 걸릴 거다.
강모 : .. (실망스럽다)
소태 : (신문을 건네며) 근데, 이 신문도 같이 보냈던데?
강모 : ..? 신문하고 같이?
(강모, 뭔가 이상해서 신문을 펼쳐보면 “만보건설, 골자재 사재기 의혹‘ 타이틀 기사에 붉은 줄이 쳐져 있고...)
시덕 : 뭐야? 현장마다 골재 부족해서 난린 거, 언제적 얘긴데..
강모 : ..! (벌떡 일어나더니 착암기를 살펴본다) 이거 들어..! (착암기를 들어올린다)
씬34. 돌산 현장
(돌산 위에 착암기가 놓여 있고... 강모가 급히 웃통을 벗는다)
소태 : 얘, 진짜 이걸루 돌산 깎을려나 보네?
(강모, 착암기로 돌덩이를 부수기 시작한다. 소음을 내며 부서지는 돌덩이들... 강모, 미친 듯이 땀을 흘리며...
다들 어리둥절 보다가..)
영출 : 쟤 좀 말려 봐.
시덕 : 야, 강모야.. (말리는데)
강모 : .. (광기어린 눈빛으로)
시덕 : 그만 좀, 해 임마...!
(시덕, 시동을 꺼버린다. 강모, 부서진 돌맹이들을 집어들고 넋이 빠진 사람처럼 살펴보더니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한다)
시덕 : (이상해서) 가, 강모야..
영출 : 야, 빨랑 엠블란스 불러...
강모 : 이거 보여? 어? 이거 보이냐구..!!
소태 : (안타까워서 눈물 고이며) 그거, 돌맹이잖아, 임마.
강모 : 이거 황금이야.. 저 돌산, 황금산이라고..!! (하하 웃는다)
영출 : 글쎄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는 했는데.. (하다가, 뭔가에 놀라서) 가만..?
(돌맹이를 집어 들고 보며, 놀라서) 맞네.. 이거 황금 맞아.
강모 : 그쵸? 황금 맞죠?
소태 : 이게 어떻게 황금이야, 돌덩이지..!
강모 : 골재..
시덕 : 뭐?
강모 : 이거 깨부수면, 다 골재라구. 돈이야..!!
시덕 : 야, 강모야..!
강모 : 우리 살았어요..! 살았다구요.!!
(강모와 영출, 소태와 시덕 얼싸안고 어린애처럼 좋아한다. 살았다고 미친 듯이 환호하며)
씬35. 선술집 안
(건배..! 외치며 강모와 시덕, 영출, 소태, 경자가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소태 : 근데, 그 기계로 돌산을 다 깰 수 있는 거야?
영출 : 이런 멍청이..! 돌산은 폭파 방식으로 깨야지. 기계는 돌을 쪼개는 데 쓰는 거고.
소태 : 그래요?
시덕 : 그 돌산이면, 수서지구 전 지역이 골재로 쓰고도 남을 거다.
돌 치우는데 드는 비용도 절감되고.. 골재를 팔아서 돈두 엄청 벌구.
경자 : 우와? 우리 그럼 이제부터 부자 되는 거에요?
영출 : 부자나 마나, 문제가 하나 있어.
강모 : 뭔데요?
영출 : 유압브레이커가 죄다 미제 아니면 일제라 무지 비싸거든.. 고장나면 고치기두 아주 골치 아프구..
강모 : 그거, 국산이던데요?
영출 : 그려?
시덕 : 나도 봤어요. 국산 맞아요.
영출 : 나 모르게, 국산이 나왔단 말여?
고사장 : (들어서며)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겁니다.
좌중 : ..? (본다)
고사장 : 이강모 사장님이시죠? (명함 내밀고) 첨 뵙겠습니다.
강모 : .. (명함을 본다)
영출 : 그럼, 국산 제품을 이분이 만드신 거여?
강모 : 지금 생산중인 유압브레이커가 어느 정도 있죠?
고사장 :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강모 : 몽땅 다 사들이고 싶습니다.
고사장 : ..!! 몽땅 다요?
시덕 : 대신, 가격은 싸게 해주셔야 합니다.
고사장 : 덕분에 우리도 살았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시덕 : ..! (좋아서)
강모 : .. (웃다가) 근데, 우리가 이런 사정 있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고사장 : 신문 보고 알았습니다.
강모 : ... (미소) 고맙습니다. 사장님께서 기계를 보내주시는 바람에 제가 큰 영감을 얻었습니다.
고사장 : 아, 예... (뭔가 숨기는 듯)
씬36. 금융 사무실 (다른 날, 낮)
(부철이 와 있다. 정연과 지나가 있고...)
정연 : 알아보니까, 은행에서 대출한 돈이 오억이 넘으시더군요... 저흰 최대 삼천만원 이상 못 드립니다.
부철 : (웃으며) 너무 박하시네. 다른 덴 오천은 준다고 했는데...
정연 : 그럼, 그쪽에서 대출 받으세요.
부철 : 아... 알았어요. 다른데 보단 여기 이자가 싸니까... 대출해 줘요.
지나 : 이쪽으로 오세요.
(부철, 지나를 따라가다 뒤돌아서 정연을 본다. 피식 웃는...)
씬37. 사채 사무실
(들어서는 부철과 부하 1...)
부철 : 황정연, 생각보다 일처리가 철저해. 내가 그만 두란 지시할 때까지 이자 날짜 어기지 말고 갚아.
덩치1 : 네, 형님.
부철 : 미끼는 물었으니까.. 이제부턴 힘 조절이야. 밀고 당기다보면 방심하는 순간이 있어,
그때가 황정연 패가망신 하는 날이지. (눈빛)
씬38. 헬스클럽
(정연과 지나가 땀을 흘리며 아령을 들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한쪽에서 부철이 샌드백을 치며 정연 쪽을 보는데.. 정연과 지나가 하던 운동을 멈추고 부철 쪽으로 다가온다)
부철 : 황사장님 아니세요? 여기서 또 뵙네요?
정연 : (본다)
지나 : 운동 열심히 하시네요?
부철 : 사업이든 뭐든 체력이 우선이죠. 황사장님, (샌드백 툭툭 치며) 이거 쳐보셨어요?
정연 : ...
부철 : 항상 현금 갖고 다니잖아요. 자기 몸 하난 자기가 보호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지나 : 그렇잖아두, 호신술 하나 배우고 싶었는데..
부철 : 자, 내가 가르쳐 줄 테니까...
(정연, 냅다 샌드백을 치기 시작하는데... 예전부터 운동을 한 듯 수준급이다.
부철, 멀쓱해서 웃다가 눈빛 무섭게 변하는데서...)
씬39. 한강건설 회의실 안
(하청업체 사장들이 모두 모여 있다. 들어서는 강모와 시덕, 영출과 소태.. 좌중들이 모두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강모, 한껏 미소를 지으며 단상위에 오르고...)
강모 : 다들 앉으세요.
좌중 : .. (착석하고)
강모 : 휴가는 잘 보내셨습니까?
좌중 : (예..! 하는 우렁찬 소리)
강모 : 우리 기술이사님한테 설명 들으셨죠?
하청 1 :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쓸모없는 돌산을 골재로 쓰실 생각을 하셨는지..
강모 : 두 가지만 당부하겠습니다. 첫째, 여러분한테 밀린 대금은 골재를 팔고 난 후에 지불하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좌중 : .. (물론이죠, 그럼요, 어쩌구 하는 소리)
강모 : 만들어진 골재는 천막으로 덮어서 따로 보관 할 겁니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골재를 팔 때까지, 각별히 보안에 신경써주십시오. 이상입니다.
씬40. 동, 사무실 안
(들어서는 강모와 시덕, 영출, 소태...)
시덕 : 근데, 골재 판다는 건, 왜 비밀로 해?
영출 : 그러게? 소문을 많이 내야 잘 팔리지?
강모 : 지금 만보건설이 계속 비싼 값에 사들이고 있어.
소태 : 그러니까, 뭐야? 조민우, 엿 한번 먹이자 그거네?
강모 : (눈빛) 이 싸움... 조민우가 먼저 걸었어.
씬41. 만보건설 공사 현장
(조민우가 현장 사람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문성중이 옆에 있고..
이때, 빈 트럭이 다가온다. 앞에 한강건설 로고가 붙어 있고...)
성중 : 한강건설 트럭인데요?
(다가와 서는 트럭... 강모와 소태가 내린다)
민우 : 고생 많다. 돌산 깨부수랴, 갖다 버리랴..
강모 : 너, 요즘 골자재, 사재기 하고 있다며?
민우 : 니들이 사려면 두배 가격은 주고 사야 할 거야.
강모 : 상도덕을 이렇게 어지럽히면 안 되지.
민우 : 상도덕? 너, 가장 훌륭한 상도덕이 뭔지 알아? 아파트, 제대로 지어서, 제값 받고 파는 거..
강모 : 제대로 지어서, 싸게 파는 방법도 있어. 수고해라.
(강모와 소태, 트럭에 오른다. 출발해 버리고..)
성중 : 공사 포기할 생각이, 아직은 없는 모양입니다.
민우 : 저놈, 원래 꼴통이에요. 그 꼴통 짓으로 망할 겁니다.
씬42. 돌산 공사 현장 (몽타주)
(폭발하는 돌산... 포크레인등의 굴삭기에 장착한 유압 브레이커가 돌들을 쪼개고 있고.. 착암기로 돌을 쪼개는 모습들...
트럭들이 골재들을 싣고 어디론가 나른다.
현장을 둘러보는 강모와 영출, 시덕과 소태들의 모습... 강모, 뭔가를 지시하며.. 다시 활기차진 현장 모습이다.
일각의 승용차 안... 운전석의 지나와 정연.. 정연이 현장을 지시하는 강모를 보며 흐뭇하게 보고 있다.
승용차가 현장을 떠나는데서..)
씬43. 요정집 방안
(민우와 천, 백, 조, 박회장이 모여 있다)
천회장 : 만보건설 때문에 골재 값이 두 배나 폭등했어요. 너무하는 거 아니요, 조회장?
민우 : 그게 제 탓이라는 겁니까?
백회장 : 이게 다 만보건설이 사재기를 하는 바람에 생긴 일 아닙니까?
조회장 : 우리끼리는 이러지 맙시다, 조회장.
민우 : 회장님들한테 실망이군요.
천회장 : 뭐요?
민우 : 저는 최소한, 건대협에 계신 회장님들은 협력과 경쟁을 구분하시는 분들인 줄 알았습니다.
박회장 : 이봐요, 조회장..! 아무리 같은 건대협 회원이라도, 우리가 아들 뻘 되는 사람한테 훈계까지 들어야 되겠소?
민우 : (노려본다) 방금 그 말씀.. 절 어리다고 우습게 여기시는 말씀처럼 들립니다만..
박회장 : 뭐, 뭐요?
민우 :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전 여기 어른들을 공경하기 위해 나온 게 아닙니다.
제가 불만이 있으시면,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 하세요. (일어서서 밖으로 나가버린다)
천회장 : 저, 저 사람이?
씬44. 동, 밖 마당
(민우와 문성중이 걸어 나온다. 이때,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강모와 시덕, 소태...
민우와 강모가 마주친다)
민우 : 니가 여긴 어쩐 일이냐?
강모 : 너보러 온 거 아니니까, 그냥 지나가 줄래.
민우 : 너.. 아직도 공사 중단 안했다며?
강모 : 알잖아. 나, 원래 쉽게 포기 안하는 거.
민우 : 알지. 근데, 괜찮겠어?
강모 : ...
민우 : 지금쯤 돈이 씨가 말랐을 텐데.. 그만 포기하고 손드는 게 어때?
강모 : 돈이란 게, 꼭 은행금고에서만 나온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민우 : 뭐?
강모 : 때로는.. (민우 가슴을 툭툭 치며) 여기서 나올 수도 있고... (민우 머리를 쿡쿡 찌르며) 여기서 나올 수도 있어.
민우 : .. (불쾌한 듯, 굳어진다)
소태 : 왜? 이것도 폭력으로 고소하려구?
시덕 : 잘하면, 전치 삼주는 뗄 수 있을지 모르지.
민우 : 야, 이강모.. 니가 아직도 날 제대로 파악하지 못 했나 본데..
강모 : 알아... 약자보다도 약하고.. 겁쟁이보다도 더 겁이 많다는 거..
민우 : 뭐?
강모 : 돈과 권력의 힘을 믿고 약자를 짓밟는 거... 세상에서 가장 허약하고 겁 많은 놈이 하는 짓이거든.
(강모와 시덕, 소태가 안쪽으로 들어간다. 민우, 노려보며..)
민우 : 저놈들, 요즘 이상한 점 못 느꼈습니까?
성중 : 글쎄요, 여전히 공사를 하고 있다는 거 외엔..
민우 : ... (노려보는데)
씬45. 동, 방 안
(천회장과 백회장, 조회장, 박회장이 있고...)
천회장 : 젊은 놈이 너무하는구만.
백회장 : 그러게 말입니다. 지 아버지 등에 업고 너무 안하무인이에요.
조회장 : 그나저나, 골재가 부족해서 큰일 입니다.
박회장 : 어쩔 수 없죠. 만보 건설이 두 배를 주면, 우리도 그 가격에 사오는 수밖에..
강모 : (E, 밖에서)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천회장 : 이사장? 여긴 어떻게?
강모 : (자리에 앉는다) 아파트 공사에 필요한 골재, 제가 팔겠습니다. 물론 정상가 보다 단 한 푼도 올려 받지 않는 조건으로요.
좌중 : ..?
박회장 : 그게 무슨 소리요? 한강 건설에서 골재를 팔겠단 말이오?
강모 : 예.. 더 이상, 골재 때문에 공사에 지장 받는 일은 없을 겁니다.
(좌중, 놀란다. 강모, 자신만만한 표정에서..)
씬46. 안기부, 성모 방
(성모, 장부에 뭔가를 기입하고 있다. 비자금에 관한 비밀기록.. 성모, 날짜와 액수, 기업명을 적으며..
이때, 찬성이 들어온다)
찬성 : 과장님이 찾는 동생..
성모 : ..!! (얼른 장부를 덮는다) 어, 찬성아.. 아직 퇴근 전이었구나?
찬성 : ... 저한테까지 숨기실 필요 없어요.
성모 : (본다)
찬성 : 저, 그 장부 뭔 줄 알아요.
성모 : 찬성아...
찬성 : 전, 이번 계획엔 반댑니다. 조필연 뿐만 아니라.. 선배님도 죽을 수 있으니까요.
성모 : 나도 다 생각이 있어.
찬성 : 선배님...
성모 : 당장 이걸로 뭘 하자는 생각은 아니다. 이 정권에선, 어림도 없는 일이야.
하지만, 세상은 분명 변한다. 조필연이 더 이상 득세할 수 없는 세상이 반드시 올 거야.
찬성 : ...
성모 : 미안하다, 찬성아. 너한테까지 숨긴 건, 만약 사전에 발각되면...
찬성 : 저도 선배님하고 같은 배를 탄 사람이에요. 선배님이 죽는데 저 혼자 살 궁리 안합니다.
성모 : ... (미소, 보다가) 너 근데, 들어 올 때, 뭐라고 그랬니?
찬성 : 확실한 건 아닌데... 미주를 서울에서 봤다는 사람이 나왔어요.
성모 : ..!! 거기가 어딘데?
찬성 : 한남동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성모 : 한남동?
씬47. 구두매장 안
(남녀 구두들이 섞여 있는 고급스런 매장 안... 미주가 손님들에게 구두를 신겨보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일각에서 구두를 고르고 있던 한명석이 맘에 드는 구두를 집어 들고는..)
명석 : 여기 좀 봐요.
미주 : 네.. (다가오고)
명석 : 이거 좀 신어봤으면 하는데..
미주 : 여기 앉아서 신발 벗으세요.
(명석, 앉아서 구두를 벗는다. 구멍 난 양말... 미주, 풋, 하고 웃음 터뜨리자 명석이 민망한 표정으로...)
미주 : 혼자사시나 보네요?
명석 : ..? (본다)
미주 : (괜한 말) 죄송해요. (신겨보는데)
명석 : ... (물끄러미 본다) 혹시, 어디서 나 본적 없어요?
미주 : 예? 저희 가게 첨 오시는 거 같은데..
명석 : ..? (낯이 익고, 어디서 봤더라?)
미주 : (신발 보며) 사이즈는 딱 맞아요. 어떠세요?
명석 : 편안해서 좋군요. 이거로 하죠.
미주 : 계산해 드릴게요.
(이때, 도시과장이 급히 들어서며)
과장 : 부시장님, 회의에 늦을 것 같습니다.
명석 : (시계보고) 벌써 이렇게 됐나? 그 구두.. 잘 보관해 놔요. 나중에 사갈게요. (급히 간다)
과장 : (따라가면)
미주 : 부시장?
(이때, 다른 손님이 들어서면 미주, 어서오세요..! 쪼로로 달려가고)
씬48. 돌산 현장
(트럭에 잔뜩 실린 골재들.. 돌산에서 나온 것들이다. 기자들이 몰려와 있고..
그 트럭 앞에서 강모와 시덕, 소태, 영출, 경자가 서 있다. 한껏 멋진 포즈를 취하는 경자.. 은근슬쩍 어깨에 손을 올리는 소태..
강모의 환한 웃음 위로 기자들의 사진이 팍팍 박히는데...)
씬49. 조필연 사무실 안
(민우와 성모, 재춘이 있다. 필연이 이강모들의 사진이 박힌 신문을 보고 있고...
‘한강건설, 돌산을 깎아 골재로 사용’ ‘위기를 기회로 이끈 이강모 사장의 힘’ 등등의 기사..
필연, 신문을 확 구겨버리더니 책상을 내리친다)
필연 : 민우, 너.! 내가 분명히 방심하지 말라고 했지..!! 이강모 하나 견제 못하면서 무슨 큰일을 한다는 거야..!!
민우 : 설마, 아버지께서 이강모를 두려워하시는 건 아니실 거고.. 그깟 일에, 너무 예민하신 거 아니에요?
필연 : 뭐?
민우 : 아버지 이런 모습 보면.. 이강모, 좋아서 기뻐 날뛸 겁니다.
필연 : 민우, 너 이 자식..
민우 : 전 앞으로 사과 같은 건 하지 않고 살려구요. 어쨌든 눈에 가시 같은 이강모를 파멸시켜버리면 되는 거 아니에요?
(밖으로 나간다)
재춘 : 민우, 저놈.. 제가 혼구멍을 내겠습니다.
필연 : 내 둬라. 저 호기가, 그마나 위로가 되는구나.
재춘 : 예?
필연 : 이강모.. 내가 본 사내 중엔 가장 무서운 놈이야. 그 런 놈 상대하려면.. 민우, 저런 모습도 괜찮아.
성모 : ... (기분 좋다, 씩 웃는데)
씬50. 만보건설 회장실 안
(들어서는 민우.. 냅다 난 화분을 집어 던져 박살낸다)
민우 : 이강모.. (버럭 소리 지르며) 이강모..!!
강모 : (E) 호탕한 웃음소리
씬51. 한강건설 사장실 안
(고사장이 와 있다. 강모와 시덕이 함께 웃고 있고...)
고사장 : 지불하신 대금은 잘 받았습니다. (영수증을 내민다) 여기, 영수증입니다.
시덕 : .. (받는다)
고사장 : 고맙습니다, 이사장님. 덕분에 우리 회사가 살아났습니다.
강모 : 인사는 제가 드려야죠. 고맙습니다, 고사장님.
고사장 : .. 그 인사.. 사실은 받을 사람 따로 있습니다.
강모 : ..? 예?
고사장 : 그 기계.. 제가 보낸 게 아닙니다.
강모 : 그럼, 누가..?
고사장 : 그거, 황정연사장이 보낸 겁니다.
강모 : ..!! (놀란다)
시덕 : ..! (놀라서 강모를 보는데)
고사장 : 나한테 얘기 하지 말라고 했지만... 제가 이사장님 찾아 온 것도 황정연사장이 보내섭니다.
강모 : ..!!
고사장 : 참 좋은 친구를 두셨더군요. 부럽습니다, 이사장님. (하하 웃는데)
시덕 : (강모를 보며) 강모야..
강모 : ... (가슴이 짠해지고)
씬52. 로열클럽 앞 / 차안 (밤)
(일각에 세워진 승용차 안.. 남숙이 로열클럽을 노려보며 앉아 있다)
남숙 : 공항에선 놓쳤지만... 내가 오늘은 절대 안 놓쳐. 황태섭, 유경옥... 분명히 날 속이고 예전부터 그렇고 그런 관계였어...
(남숙, 분을 못 참아 눈물이 고이는데.. 이때, 경옥이 나온다. 지배인이 인사를 하면 승용차를 타고 출발하는데...
차 시동을 걸고 뒤를 쫓아가는 남숙...)
씬53. 경옥 아파트 거실
(태섭이 심각하게 장부를 보고 있다. 이때, 초인종 소리..
태섭, 얼른 장부를 덮는데 겉면에, ‘만보건설 정치자금 내역서’라고 적힌 글씨..)
태섭 : (현관으로 다가간다) 자넨 통닭 한 마리 사 오랬더니 어디까지 가서..
(태섭, 현관문을 열어주면 경옥이 서 있다)
태섭 : (환해지며) 경옥이냐? 난 또 주이사가 통닭 사갖구..
(이때, 경옥의 등 뒤로 모습을 드러내는 남숙.. 태섭, 남숙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는데...
경옥, 이상해서 돌아보고는 놀라는 순간 남숙이 경옥의 뒷 머리채를 확 휘어잡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남숙 : 니들, 살림 차렸어?
태섭 : 야, 오남숙...
(경옥, 남숙의 손목을 비틀더니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남숙, 비명 지르고)
경옥 : 뭐하는 짓이야?
태섭 : 너 여긴 어떻게 알고...?
남숙 : (일어선다) 언제부터야, 두 사람? 언제부터냐구?
태섭 : 야, 오남숙..!
남숙 : (눈물 고인 채) 진작 눈치 챘어야 하는 건데.. (경옥에게) 나 이혼당하니까 좋았겠네? 남 눈치 볼 필요 없구?
경옥 : 여기 내 집이야, 나가요.
남숙 : 그래, 니 집이겠지. 이 인간은 니 서방이구.. (생각난 듯) 아.. 혹시, 정연이 생모라도 돼?
경옥 : ...!! (당혹스러운데)
태섭 : 어허, 이 사람이..?
남숙 : 그렇지 않고선, 다 죽어가는 사람 옆에 왜 붙어 있었는지, 내 머리론 이해가 안돼서...
태섭 : 너, 여기서 이럴 자격 없어. 당장 나가..!
남숙 : 자격이 왜 없어? 당신, 정식이 아버지야. 내 아들 아버지라구..! (눈물 고이고) 지금 당신 아들이 어떤 꼴인 줄 알아?
태섭 : ...!! 정식이가 왜?
경옥 : .. (본다)
남숙 : 내 아들.. 내가 감싸고돌아서 망쳤다는 거 나도 잘 알아. 근데.. 당신도 나만큼... 아니, 나보다도 더 정식이 망쳐놨어.
태섭 : 대체 정식이가 뭘 어쨌다구..!
남숙 : 걔, 도박에 빠져서... 정신 온전치 않아. 다 버렸다구, 우리 정식이..
태섭 : 뭐?
남숙 : (애원하듯, 매달린다) 여보.. 당신이 정식이 좀 잡아줘. 나, 우리 정식이 없으면 못사는 거, 당신 알잖아.
당신이.. 우리 아들 좀 살려줘, 여보.. 여보.. (우는데)
태섭 : .. (괴롭다)
경옥 : .. (보는데)
씬54. 도박 하우스 안 (몽타주)
(정식과 재벌 자제들이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
정식이 앞에 수북힌 쌓인 칩들... 눈이 시뻘게서 열심이 배팅을 해보지만 번번이 잃는다.
수북했던 칩들이 줄어가고.. 초조한 듯이 옆에 놓인 양주병을 나발 불며 죽자 사자 패를 쪼이는데...
옆에서 부철이 차갑게 웃으며 지켜보고 있고...
마침내 마지막 남은 칩까지 몽땅 잃은 정식... 취해 있다)
친구 1 : 벌써 다 잃었냐? 오늘은 좀 두둑했던 거 같던데..
정식 : 야, 꽁지..
부철 : 부르셨어요, 도련님..
정식 : 천 만원만 빌려 줘.
부철 : 근데, 오늘 끗발이 별루던데 나중에 하시죠.
정식 : 내 놔, 임마..!
부철 : (씩 웃어 보이더니 각서를 내민다) 이거, 사챈 거 아시죠? 여기 지장찍으세요.
(정식, 각서는 보지도 않고 친구1을 노려보며 지장 찍는다)
부철 : 잠깐만 기다리세요, 도련님. (각서 챙겨들고 나간다)
씬55. 동, 밖 복도
(나오는 부철.. 부하 1이 있고..)
부철 : 저 놈, 황정연 이복오빠랬지?
부하 1 : 예, 형님.
부철 : 천만 원만 가져와.
부하 1 : .. (간다)
부철 : 이 기회에 황씨 집안을 아주 거덜내버려? 일이 점점 재밌어지네? (야비하게 웃는데)
씬56. 금융사무실 건물 앞 (밤)
(강모가 한쪽에서 건물 입구쪽을 보며 서성이고 있다. 정연과 지나가 나오면 강모, 얼른 몸을 숨기고...)
지나 : 오늘 친구들 만나고 좀 늦을 거야, 언니.
정연 : 너무 늦지 마? 술 많이 먹지 말고.
지나 : (미소) 알았어.
(정연과 지나 반대쪽으로 간다. 강모, 정연을 보다가 따라가는데..)
씬57. 포장마차 안 / 그 밖
(정연이 들어선다)
정연 : (자리에 앉으며) 국수 하나만 주세요.
주인남 : 네...
(포장마차 문 밖... 강모가 틈새로 정연을 본다. 만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쉽게 들어서지 못하고..
잠시 망설이는 강모... 흠흠, 마음을 가다듬고 급히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서며..)
강모 : 국수 되죠?
(정연, 강모를 보고 놀란다. 강모, 놀라는 척, 하고는 옆자리에 앉고... 정연, 괜히 어색하다, 마음 쿵쾅거리는데..)
강모 : 사무실 냈다며? 잘 돼?
정연 : 할만 해... 넌?
강모 : 좀 바빴어.
(두 사람, 잠시 어색하게.. 이때, 국수 두 그릇이 정연과 강모 앞에 나온다. 정연, 국수를 먹기 시작하고...
이때, 들어서는 부철...)
부철 : 지금 저녁 드세요? (정연 옆자리에 앉는다)
강모 : ..? (보는데)
부철 : 덕분에 일이 아주 잘됐어요. 내일 쯤 원금 상환하러 갈 겁니다.
정연 : 오실 필요 없어요. 은행으로 부치세요.
부철 : 마침 내일 지나갈 일 있어요. 참, 오후에 시간 좀 있으세요?
정연 : ..? (보면)
부철 : 미국에 있는 친구가 선물 보내온 게 좀 있는데 죄다 여자꺼라..
(강모, 자기 그릇 안에 있는 어묵을 집어서 정연의 국수 그릇에 놓아준다. 정연, 강모를 보면...)
강모 : 너.. 어릴 적부터 어묵 좋아했잖아.
정연 : .,.!! (그 말에 놀라는데)
(부철, 누군가 싶어서 고개를 내밀고 강모를 본다.
마치 정연의 위험이라도 직감한 듯 부철을 노려보는 강모의 매서운 눈빛.. 엔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