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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 2024.3.19. p7:43
흉부외과 교수 사직의 변.
매일 악몽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불과 한 달 만에 이 땅의 의료가 회복불능으로 망가져 버렸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습니다.
불과 1달 전, 우리 팀이 전부 있었을 때에는 어떤 환자가 와도 무서울 것이 없었는데, 이제는 환자를 보는 것이 무섭고 괴롭습니다. 어떻게 치료하면 될지 손에 잡은 듯 알면서도 여건이 안 되어 그 환자를 치료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의사를 초라하게 만드는지 절감하고 있습니다.
외래에서 환자에게 “나도 미치겠어요. 우리 팀만 다 있었으면 하루에 몇 명이라도 수술할 수 있다고요.나도 정말 수술하고 싶어요.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요” 울컥 말을 내뱉고는 제가 더 놀랐습니다.
인턴/전공의/전임의 없이 수술하고 병동을 지켜온 지 이미 한 달, 원체 밤새 수술하는 사람이었으니 몸이 힘든 것이야 큰 문제가 아닙니다만, 정신이 너무 힘듭니다.
전공의/전임의가 사직한 후 제가 혼자서 수술할 수 있는 환자는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급한 환자들을 우선적으로 수술하다 보면 나머지 환자는 그저 쌓여만 가고, 다른 곳에 보내려고 해도 ‘수술 공장’이냐고 핀잔 듣던 big 5 병원들의 그 많은 환자들이 다 어디를 어떻게 찾아갈 수 있을까 걱정만 할 뿐입니다.
작년에만 해도 ‘폐암 진단 후 1달 이내 수술하는 비율’을 따졌는데, 지금 폐암 환자들은 기약없이 수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과 1달 사이에 바뀐 그 차이가 너무 커서 정신을 온전하게 가다듬지 못하겠고, 당직이 아닌 날도 불면증에 시달리며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는 제 모습이 스스로도 낯설어 무섭습니다.
이 상황을 도저히 못 견디어 사직서를 냅니다.
더 이상 새로운 환자-의사 관계를 만들지 않을 것이고, 제가 수술하기로 약속했던 환자들까지는 어떻게든 해결하고 난 후 저는 이 자랑스러웠던 병원을 떠날 것입니다.
저는 가장 행복한 흉부외과 의사였습니다.
학생/전공의일 때 좋은 교육을 받았고, 외과의사로 독립하였을 때에는 최고의 동료들의 도움으로 어떤 어려운 상황에도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외래 보는 동안 내내 환자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받다 보면, ‘내가 뭐라고 이렇게 쓰임을 받나.’ 분에 넘치는 선물에 몸 둘 바 모르는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만나는 전공의/학생 누구에게나 흉부외과는 정말 좋은 과라고, 나의 노력이 그대로 환자의 생명으로 연결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평생에 걸쳐 자부심과 감사함을 느끼는 인생을 산다고 적극 권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흉부외과 전공의/전임의가 있었던 병원에서, 같이 일하며 가르치고 배우는 큰 기쁨 속에서 진심으로 감사하였습니다.
정말 멋지고 값진 순간들이 많았는데… 평생 하라고 해도 즐겁게 일할 것이었고, 이 세상에 흉부외과 의사가 한 명 남는다면 그게 나 일 것이라고 장담하였는데… 이렇게 떠나게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흉부외과의 황금 시기, 외국 어디를 가서 무엇을 봐도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던 시기는 이제 끝이 났음을 압니다.
정말 너무 슬프고 황당해서 요사이 계속 머리가 멍한 채로 방황하고 있습니다.
환자 한 명의 병도 정확하게 진단하고, 수술 계획을 세우고, 환자가 이 수술을 견딜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온 나라의 의료 체계를 바꾸는 것은 얼마나 더 신중해야 할까요?
이렇게 졸속으로 강압적으로 진행하여서는 안 됩니다.
정책의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 정책으로 인하여 한 나라의 의료가 붕괴된다면 아마추어 정부, 돌팔이 정부일 뿐입니다.
정말 길가는 국민 한 분 한 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잘 못 했는지… 우리 나라 의료가 그렇게 망가져 있었는지… 이런 파괴적인 의료 정책이 정말 필요한 상태였는지…?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의사를 가장 편하게 빨리 볼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어려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나라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 모든 것이 전공의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인데, 이 정부의 무자비한 정책으로 그들 모두가 미래에 절망한 채 자발적인 사직을 결정하였습니다..
전공의들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이 땅의 가장 어려운 환자들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고, 전문의가 되어 이 땅 의학의 맥을 이어갈 사람들입니다.
전공의들이 우리의 미래였기에, 그들 모두가 떠난 지금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에는 절망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원통하고 또 원통합니다.
현재 한국 의료에 문제점이 있다면 기득권 의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정부는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며 사명감을 갖고 공부하는 전공의와 학생들만을 이리도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 정책을 고집하기 전까지는, 전공의들은 열악한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하여 배웠으며 많은 학생들이 필수의료에 헌신할 것을 다짐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전공의와 학생, 3만명이 우리 나라 의료의 미래에 절망하고 있습니다.
흉부외과에는 전국에 고작 100명의 전공의가 있을 뿐입니다.
매년 20명 남짓 나오는 겨우 한 줌의 전문의들, 그들 한 명 한 명이 우리나라 국민 만 명을 살릴 사람들입니다.
평생 그 업에 자신을 바치기로 결심한 젊은 의사들이 다 떠난 이 때에, 정부는 해결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여전히 위협과 명령으로만 그들을 대하고 있습니다.
환자 한 명의 죽음도 의사에게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지금 수 천, 수 만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아는 저로서는 도저히 이 상황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저들이 환자 한 명의 죽음이라도 직접 경험해 봤으면 절대로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라 전체를 망하게 할 정책을 고집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제 가장 소중한 것, 제 인생 수십년에 걸쳐 쌓아온 의업, 제가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던 제 삶의 목적을 포기합니다.
이 정부의 정책은 이 나라 의료를 영구히 망가뜨릴 것입니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차피 우리나라 흉부외과의 미래는 없는 것입니다.
겨우 버텨오던 흉부외과는 남은 자들이 온 몸과 마음을 갈아 넣으며 얼마간 버티다가 결국 문드러져 버릴 것입니다.
이 땅의 가장 어려운 환자들을 포기하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 보느니, 차라리 저는 의업을 떠납니다.
누가 이 나라 의료를 망하는 길로 몰아갑니까? 누가 우리 국민들을 위협하고 있습니까?
누가 1달 전까지만 해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환자를 살리던 젊은 의사들을 절망 속에 떠나가게 하였습니까?
그 떠나간 젊은 의사들이 살릴 수 있었던 수많은 국민이 고통 속에 죽어갈 때에, 그 책임이 이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인간들에게 있었다는 것만은 우리 국민들께서 오래동안 기억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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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 2024.3.21. p5:31
누구를 위한 의대 증원인가?
웬만한 의사라면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 이 환자가 위급한지 중병에 걸려있는지 알게 된다. 의료 정책도 마찬가지다. 어떤 의료 정책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의사들은 안다. 이것을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직감’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직감을 대부분 의사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바쁜 시간을 쪼개 서로 만나 회의를 하지 않고도 합의가 이루어지며, 개인이 자발적으로 행동을 하지만 똑같이 행동하기 때문에 단체행동처럼 보이는 것이다.
의사 단체 행동의 시작은 2000년 의약분업부터였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였다. 의사들의 개원 러시가 일어난 계기가 의약분업이었다. 이 정책은 의사에게 더 많은 수입과 병원 운영의 편리성을 제공하였지만, 의료비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하고 말았다. 의사들이 반대한 것은 국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와 의료보험 재정의 고갈을 우려해서였다. 정부는 의사들의 단체 행동을 ‘환자 생명을 담보로 밥그릇을 지키려한다“고 맹비난 하며 의사를 비윤리적인 이기주의자로 몰아 국민을 선동하였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속칭 ’문 케어‘도 마찬가지였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이었지만 이를 알 수 없는 많은 국민이 환호하였다. 의사들은 국민을 위해 집회를 하고, 여러 방면으로 반대를 했지만, 정책이 시행되고 말았다. 초음파 검사, CT, MRI 등이 보험화 되면서 검사가 지나치게 남발하게 되었고, 그 비용은 곧바로 건강보험료의 인상으로 직행하였다. 건강보험료가 매년 11% 이상 증가하여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데 한 몫 하였다. 의사는 환자의 경제사정을 고려하여 비용이 많이 드는 검사를 최소화하려는 골치 아픈 생각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문 케어‘로 얼마든지 보험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형병원을 비롯해 검사 장비 회사와 이를 운용하는 의사들의 수입은 크게 증가하였다. 대형 병원의 정치권 로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각 정부가 내놓은 의료정책은 실은 대로변에 즐비한 병의원, 의사의 고소득, 수험생의 의대 집중을 부추기는 한마디로 대형병원과 의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었다. 세계 최고의 의료접근성, 낮은 비용, 질 높은 의료처럼 보이지만, 한국은 점점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 최저 출산율, 최고 자살률 국가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한국인은 자신의 건강을 지나치게 병의원, 건강보험,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의 병이 자신의 잘못으로 생기는데, 자신의 잘못을 고치는 것보다 공적 자금으로 고치려는 모럴해저드에 빠져있다. ‘아프다’는 불쾌한 감각을 단 몇 시간도 참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이 돼가고, ‘건강염려증’이라는 일종의 강박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모든 국민이 갖고 있는데, 이는 건강한 사람까지도 병의원의 단골 고객으로 만들었다.
현 정부의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은 역대 어느 정부가 내놓은 의료정책보다 더 나쁘다. 그래서 전공의 교수 할 것 없이 병원을 떠나고 사직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에 대한 실망과 반감을 넘어서 한국에서 의사가 된 자괴감, 그동안 해왔던 노력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허사가 된 것에 대한 허무함의 표현이다.
정부의 정책은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초대형병원만을 위한 정책이다. 의학 교육의 문제, 의사 과잉으로 인한 의사의 질 저하 문제, 고질적 의료 상업화와 의료의 비인간화문제, 건강보험 고갈과 의료 민영화 문제 뿐 아니라, 인재의 의대 집중으로 인한 산업 경쟁력 약화, 국가 발전의 정체 등 총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과거 정부의 ‘소득주도형 성장 정책’이 결과적으로 자영업자의 파산, 청년 일자리 고갈, 가계 빚의 가파른 상승을 일으켰음을 경험하였다.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은 ‘공급 주도형 의료 과소비’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의사 공급과잉이 몰고 올 파장과 진정 나라를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 있는가하는 불안과 걱정으로 매일 밤을 뒤척인다. 거대한 병원에는 많은 의사와 많은 환자가 있어야 하는데, 며칠 전에는 한국이 지난 코로나 판데믹 시국처럼 하나의 거대한 병원 된 악몽을 꾸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칼럼리스트 오 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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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윤석열은 나라를 이렇게 망쳐도 됩니까?
LA시사논평 2024. 3. 19. LA시사논평 : 증거조작 사기탄핵, 진실, 박근혜대통령 복귀
518정신을 헌법전문에 넣겠다는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한동훈 = 좌파
여순빨갱이반란사건 미화하는 윤석열 한동훈 = 좌파
제주43남로당반란사건 미화하는 윤석열 한동훈 = 좌파.
김대중정신 노무현정신 계승하는 윤석열 한동훈 = 좌파
후원 감사합니다. 하나은행 608-910157-10407 (KIM ALAN H****)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산부인과 전문의 최안나 / '4.10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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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의사 성토한 날, "위협·명령, 파괴적 의료정책" 흉부외과 교수도 떠나
19일 서울아산병원 사직의 변을 밝힌 최세훈(왼쪽) 심장혈관흉부외과 부교수, 이날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연합뉴스 사진 갈
한기호입력 2024. 3. 19. 18:20
서울아산병원 부교수 사직 "한달째 악몽, 수술 밀려…수만명 위태로워질 상황"
"환자 한명 판단도 조심…의도 떠나 한 나라 의료 붕괴시킨다면 돌팔이 정부"
"전공의·학생들만 괴롭혀 절망 …의료 영구히 망가뜨린 실행자들 기억해달라"
19일 서울아산병원 사직의 변을 밝힌 최세훈(왼쪽) 심장혈관흉부외과 부교수, 이날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연합뉴스 사진 갈무리>
김경렬(44) 부산의사 '전공의 사직, OECD 평균의료' 20240222 김원장 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J/6499
'의사 너무 많으면 의료 질 떨어진다' 던 정부 / 이진영 20240229 동아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w/972
임현택(56) 대한의사협회 제42대 회장 '750명 감소' 20240327 중앙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J/6511
박은철(62) 연세대 의대 교수 “2000명 증원?” 20240329 중앙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J/6512
최동섭(73) 고려대 의대 교수 '750명 증원?' 2024.4.4.조선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J/6515
쓴소리 쏟아진 국민의힘, 낙선자 간담회 20240420 조선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N5R9/4450
안윤혜(31) 서울대 의대 교수 '의대 증원' 2024.5.6. 조선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J/6525
의료파업 100일, 간병일 끊기고 알바는 잘렸다 20240527 중앙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w/981
복귀한 전공의 1만명 중 60명 '2000명 증원?' 20240717 조선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w/983
교육부 '의대 2,000명 배정 회의자료 폐기' 20240817 동아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w/990
의대 증원 내년엔 보류-국힘, 예정대로-대통령실 20240827 조선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w/991
전공의들은 왜 떠났고, 왜 돌아오지 않나/강명훈 최재형 20240911 중앙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w/994
이종철(76) 강남구 보건소장 '의대증원 2000명' 20240923 조선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J/6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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