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 시도상선 회장.© News1 방인권 인턴기자 |
징역 4년·벌금 2340만원 원심 깨고 징역8월·집유 2년
"범죄 고의 인정 어려워…탈세 2200억 중 2억만 유죄"
법원 "2000만달러 상당 종합소득세 이미 납부 등 고려"
(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선박왕' 권혁(64) 시도상선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대폭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21일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 있으면서도 탈세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거주하는 것처럼 위장해 종합소득세와 법인세 2200여억원을 탈세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 등)로 기소된 권 회장에 대해 징역 4년과 벌금 234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권 회장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후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상태에서 선고 공판에 나왔다.
2200여억원의 조세 포탈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 원심과 달리 중고선박 관련 리베이트 소득과 배당 소득에 대한 조세 2억4480여만원만 항소심에서 유죄로 판단됐다.
시도상선의 자회사인 시도카캐리어서비스(CCCS)에 대해서는 벌금 265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권 회장이 '국내거주자'에 해당하고 시도카캐리어서비스 역시 '국내법인'에 해당하지만 조세 회피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가 어려워 조세포탈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납부 의무는 행정 소송에서 확정되면 징수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며 "미화 2000만달러 상당의 종합소득세를 이미 납부하고 나머지 세금도 확정되면 납부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이미 8개월 간의 수감 생활로 진지한 성찰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권 회장은 중대형 선박 130여척을 보유한 대자산가로 국내외 해운업계에서 '한국의 오나시스(그리스의 선박왕)'로 불린다. 권 회장이 소유한 관련 회사의 총 매출액은 2조원 이상, 자산은 5조원대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지난 2011년 권 회장을 2200억원대의 조세포탈 혐의와 회삿돈 900억여원의 횡령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역외탈세는 국민경제를 교란하고 사회정의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라며 권 회장에 대해 징역4년, 벌금 234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다만 선박 발주 커미션 횡령 혐의와 보험금 리베이트 등 저축관련 부당행위 등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단했다.
이후 권 회장은 자신을 국내거주자로 보고 3000억원대 세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사실상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문준필)는 권 회장의 국내 거주자성 여부에 관해 "국내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있고 권 회장도 국내에서 시도그룹의 업무를 통제하고 있었다"며 거주자성을 인정했다.
또 시도상선의 홍콩법인 시도카캐리어서비스를 내국법인으로 취급해 수천억대 부과세 등 세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낸 1400억 상당의 행정 소송에서도 국내에서 중요한 관리와 상업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졌으므로 시도카캐리어는 실질적 관리장소를 국내에 둔 내국법인이라고 보고 사실상 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