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내부 엘리트 도전 직면할 것…파벌들 무장 가능해" 푸틴 권력 취약성 노출…
위기 상황 대처 가능성에 의문 "파벌갈등, 내전 비화 안돼" 반론도…장기적 위기는 확실시
주독일 러시아 영사관 앞 푸틴 비판 포스터© 제공: 연합뉴스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사태를 가까스로 해결했으나, 러시아의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푸틴의 철옹성에 균열이 시작되면서 러시아가 추가 반란이나 또 다른 급변 사태 등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상황에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러시아 내 파벌들이 자체적으로 무장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반면, 푸틴 대통령의 기반이 약화한 상황 역시 이런 흐름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렘린궁에 게양된 러시아 국기© 제공: 연합뉴스 ◇ "추가 음모 가능성 커져…파벌 간 갈등 폭발할 수도"
25일(현지시간) 외신에서는 이번 사태를 지켜본 러시아 내부 권력자들이 서서히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약해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엘리트들이나 러시아 내 체첸공화국, 타타르공화국 등의 지도자들로부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이번 사태가 푸틴 대통령을 상대로 한 추가적인 음모의 가능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반체제 인사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WP에 "현재의 위기가 어떻게 끝나든 궁극적으로 푸틴 정권을 더욱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반란을 주도한 세력이 용병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내전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선임 연구원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국가가 자체 기능을 통제할 수 없었다. 국가가 무력 사용을 아웃소싱했고, 법을 어기도록 허용했다"며 "이는 무력 사용에 대한 국가의 독점권을 놓아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이번 사태가 "국가 제도의 붕괴"를 뜻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독립신문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의 편집자 콘스탄틴 렘추코프는 역시 BBC에 민간 군대의 출현이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 내 여러 파벌이 권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그들은 지금 많은 무기를 갖고 있다. 심지어 범죄자들도 무기가 많다. 모두가 무기를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라이벌 간의 투쟁을 조장한 뒤 자신이 중재하는 식의 분할통치를 통해 권력을 유지해온 푸틴 대통령의 통치술이 더는 유효하지 않고 오히려 이번 반란으로 이어졌다는 점 역시 지금까지 잠재된 갈등의 연쇄 폭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크렘린궁 앞의 푸틴 지지자© 제공: 연합뉴스 ◇ 위기 다가오는데…땅에 떨어진 푸틴 권위
내부 갈등의 폭발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진 반면 푸틴 대통령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번 사태로 푸틴 대통령이 전례 없는 굴욕을 겪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반란의 전개와 마무리까지 모든 과정은 푸틴 대통령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치욕적인 장면이자, 자신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꼴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반란 직후 대국민 연설에 나서 사태를 반란으로 규정하고 "가혹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917년 혁명과 뒤이은 내전까지 소환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비장한 다짐도 했다. 그러나 직후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대통령이 크게 착각하고 있다"며 투항 요구를 일축했고, 푸틴 대통령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뒤 불과 12시간도 되지 않아 프리고진과 협상으로 사태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협상 시점 역시 바그너 그룹이 자신의 턱밑인 모스크바 남쪽 200㎞ 내로 진격해온 때로, 프리고진의 위협에 굴복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협상에 나선 것도 자신이 후원하는 동맹국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으로, 국내 문제를 외국 정상이 나서서 해결해준 모양새가 됐다. 또한 러시아 정규군은 반란군에 맞설 뚜렷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진압에 나선 병력은 바그너 그룹의 반격에 손실만 입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상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피신설까지 나돌았고,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궁 내에서 집무 중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시민들이 벨라루스로 떠나는 프리고진에 환호한 모습은 이번 사태가 반란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무색하게 했다. 영국의 러시아 안보문제 전문가 마크 갈레오티 교수는 더타임스에 "푸틴 정권의 3가지 기반은 개인적 정당성, 보안기구에 대한 통제력, 돈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이라며 현재 이들 3가지 모두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 국기 들고 있는 무명용사묘 참배객© 제공: 연합뉴스
◇ 보스 간 갈등은 내전과 달라…러 정권도 내부단속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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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아카이브 다만 내부 갈등이 내전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익명의 소식통은 WP에 "내전은 항상 사회 내 다른 부문 간 갈등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사태는 보스 대 보스의 싸움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을 정점으로 일사불란하게 통합된 러시아의 집권 체제 하에서 라이벌 간의 견제와 투쟁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 같은 갈등이 실질적으로 여론의 지지나 정치적 지원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반란 과정에서 일부 병사들이 바그너 그룹을 막지 않고 방관한 것을 두고도 프리고진이나 반란에 대한 지지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선임 연구원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바그너 그룹이 체포령에도 자유롭게 러시아에서 이동한 것은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게 아니라 현지 관리들의 두려움과 무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들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위해 죽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들은 자동적이고 기계적이긴 하지만, 푸틴에 대한 지지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푸틴 정권 역시 반란의 의미를 축소하는 한편 서방의 이용 시도를 경계하며 내부 단속에 나서는 모습이다. 전날 외무부는 성명에서 반란이 내부에서 대부분 거부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란은 해외에 있는 러시아 적들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방에 대해 이번 사태를 이용하려는 시도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단기적 전망은 엇갈리지만 장기적으로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위기는 확실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마크 갈레오티 교수는 "푸틴은 당면한 도전을 완화하거나 제압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치명상을 입었음이 입증될 것"이라며 "역사가 그의 몰락을 기록할 때 여기서 최후의 게임이 시작됐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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