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파파라치]
차브 패션의 여왕, 콜린 맥노글린
차브 패션의 여왕 콜린 맥노글린을 아시나요?
불운한 사고로 작고한 다이애나빈 이후 현재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영국의 스타일 아이콘은 누구일까? 놀랍게도 베컴의 와이프인 전직 스파이스 걸스 빅토리아 베컴도, 뇌쇄적인 외모와 노래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카일리 미노그도 아닌, 리버풀 출신의 고등학교 자퇴생인 19세 소녀 콜린 맥노글린(Coleen Mcnoughlin)이다.
베컴 이후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영국의 축구선수 웨인 루니(Wayne Roony)의 여자친구라는 이유로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그녀, 1년 만에 영국판 보그 6월호 커버를 장식하는 당당한 패셔니스타로 등극했다. 도대체 무엇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외모의 소유자인 콜린 맥노글린을 그토록 빠른 시간 내에 인기를 얻게 했을까?
지금까지 패션잡지의 겉과 속을 장식하던 모델이나 배우들과의 판이한 차이점을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 거식증에 걸린 여자처럼 젓가락 같은 몸매를 자랑하는 종래의 패션 아이콘들과는 달리 콜린은 통통하고 풍성한 몸매의 소유자이다. 하지만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고 노력하지 않으며 무리한 다이어트를 통해 살을 빼려고 하지도 않는다. 콜린은 오히려 펑퍼짐하게 나온 배를 그대로 드러내고 비키니를 입은 채 선탠을 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둘째 아주 독특한 패션스타일을 자랑한다. 최신 컬렉션에서 흘러나온 트렌드도, 강렬히 유혹하는 광고 비주얼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의상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녀는 언뜻 보기에 우스꽝스럽고 괴상한 믹스 앤드 매치를 즐긴다. 어그 부츠에 두꺼운 타이즈를 신고 데님 미니스커트를 입는다. 거기에 금색 클로에 백을 들고 고가의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마크 제이콥스의 시계를 차는 식이다. 이러한 콜린의 패션 센스와 몸매는 처음에는 ‘못난이 신데렐라’라는 별명 아래 조롱거리가 되었지만, 이제는 그녀만의 스타일로 당당히 인정받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콜린이 인정받게 된 데에는 영국에서 일고 있는 기묘한 현상의 역할이 컸다. 바로 2004년 최대의 유행어가 되어 옥스퍼드 대학 사전에 오르게 된 ‘차브(CHAV)’라는 현상이다. 영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단어인 ‘차브’는 어원상으론 ‘농촌 하층 계급 출신의 일탈 청소년’을 의미한다. 악취향의 패션을 즐기고 싸구려를 자처하며 자신들의 취향을 떳떳이 공개하는 하위 청년문화다. 상류사회의 클래식하고 엘레강스한 문화를 거부하고, ‘싸구려가 자랑스럽다’고 떳떳이 드러내는 것이 ‘차브 문화’의 핵심이다.
즉, 콜린 맥노글린이 차브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것은 타인의 시선이나 판단에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차브와 함께 영국 패션계를 지배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오랜 세월 패션계를 지배했던 변치 않는 진실 때문일 것이다. 진정한 패션은 고급 브랜드로 몸을 칭칭 감거나 스타일리스트의 조언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아닌, 자신감을 기반으로 한 자기 표현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