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온 외국 유학생이 18만 명이나 되고 2027년까지는 30만 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다. 불과 반세기 전에 외국에 유학했던 사람으로서 매우 감격스럽다. 물론 지금도 비슷한 숫자의 한국 학생이 외국에 유학 중이지만, 이제는 우리 경제, 민주주의, 문화뿐만 아니라 학문과 기술도 외국 학생들이 배워 갈 만한 수준임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신입생 부족으로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에 힘쓴 것도 다소 작용했겠지만 배워 갈 것이 없으면 유학생이 올 이유가 없다.
원인이야 무엇이든 유학생이 늘어난 것은 복음 선교를 위해서는 절호의 기회다. 새로운 종교는 익숙해진 사회에서 보다는 새로운 환경에서 더 쉽게 수용될 수 있다. 오래된 종교와 그것을 중심으로 형성된 가치관이나 인간관계는 새로운 종교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을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 환경에서 벗어나 좀 더 세속화된 대도시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면 다른 종교로의 개종은 훨씬 쉬워진다. 한국처럼 이미 상당할 정도로 세속화된 나라에서도 고국에서는 교회 문 앞에도 가지 않던 젊은이들이 미국이나 독일에 유학하는 과정에서 복음을 수용한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 한국 지식인 전도는 미국, 영국, 독일 사회와 거기에 있는 한인교회가 담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한국에 복음을 처음으로 전한 것은 선교사들이고 학교, 병원, 유치원 등을 세워 복음화의 기초를 닦은 것도 선교사들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를 이만큼 성장시켜서 기독교를 한국의 최대종교로 만든 사람들은 선교사들이 아니라 그들이 키운 한국 그리스도인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선교사들이 세운 교육기관에서 공부하고 선교사들의 주선으로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 등에 유학한 한국 학생들이 귀국해서 신학교를 세우고 목회자들을 훈련했으며 한국의 현대화를 주도했다. 이 유학생들이 없었더라면 한국 교회는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고 한국 사회도 이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와 비슷한 것을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그들이 귀국하면 아무래도 지도층에 진입할 것이고, 따라서 그들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영혼이 소중하고 모든 사람에게 복음이 전해져야 하겠지만 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사람에게 들어간 복음은 좀 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그러므로 유학생 전도는 사회의 지도층 복음화와 사회 복음화를 위해서 거의 필수적이다. 물론 복음은 특히 무시되고 천대받는 하층에 전해져야 하고 오히려 더 열심히 전해져야 한다. 그러나 어느 사회든지 지도층이 복음화되지 않고는 그 사회 전체의 복음화가 불가능하다. 인도에는 이미 2천 년 전에 사도 도마가 복음을 전했지만, 아직도 복음화의 수준과 폭이 미미한 것에는 그리스도인들이 주로 그 사회의 최하층에 몰려있고 최상층 브라만에는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도층에 진입할 가능성이 큰 유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효율성이 매우 높은 선교 전략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1970년대에 아세아복음주의 신학회는 한국에 아세아연합신학원(Asian Centre for Theological Studies and Mission-ACTS)을 설립해서 운영했고, 그동안 상당한 열매도 거두었다. 한국인을 훈련하여 선교지에 파송하기보다는 현지 교회의 젊은 신학생들을 한국에 초청해서 신학교육과 선교 훈련을 시키는 것이 비용이나 효율성에서 월등하게 유리하다는 계산에서 이뤄진 것이다. 선교사 양성에는 선교교육 외에 선교지의 언어를 습득하고 낯선 문화와 풍속 등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자녀교육과 노후대책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현지인 학생 초청은 그런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뿐 아니라 사역 기간과 효과를 월등하게 키울 수 있다. 지금도 양평에 위치한 아신대학교가 ‘ACTS’의 그 사역을 이어가고 있으며, 다른 신학교들에도 상당수의 외국 신학생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 이미 귀국해서 신학교를 세우고 신학교 학장 혹은 교수로서 현지 지도자들을 양육하는 분들도 상당수 있다.
1997년에는 외국 유학생들을 돌보는 것을 목적으로 국제학생회(International Student Fellowship–ISF)가 조직되어 지금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나도 18년 간 이사장으로 섬겼다. 모슬렘, 힌두교인, 공산권 학생들을 고려하여 명시적으로 전도하진 않지만 다양한 다른 방법으로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주고 알리고 있다. 명절에 기독교 가정에 홈스테이를 주선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며, 관광여행, 산업 시찰, 판문점 방문, 주거지 주선, 공항 영접, 파티 개최, 한국어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유학생들의 체류가 좀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되도록 도와주고 있다. 물론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란 사실은 숨기지 않고, 상황이 허용하면 복음도 전한다. 나그네는 늘 불안하고 좀 외롭다. 그런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것은 그 자체가 성경의 명령인 동시에 복음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유익하고 필요한 사역인데도 교계의 관심과 도움이 너무 적어 거둘 수 있는 열매를 충분히 맺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어쨌든, 한국 교회는 유학생 전도라는 이 소중한 기회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