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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곡선(忘却曲線)이 유난히 발달한 국민성 때문인가. 불과 한 주 전 세계가 울먹인 현대사의 큰 별 DJ를 보낸 슬픔도 벌써
망각 속에 잊혀지고 있다. 화석으로 변한 국민의 마음을 풀어줄 나로호 발사마저 실패한 상실감이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성인
반열에 오른 김수환 추기경과 사후에 더 평가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데려간 잔인한 2009년도 가물가물 망각될 날이 몇 달 안
남았다. 한편으로 분초를 다투는 격동의 변곡점에서 금강산 사건 이후 좀처럼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남북관계가 해밍무드를 타고 이산가족 상봉날짜가 잡혔다. 금강산과 개성관광 재개도 임박했고, 그보다 더 소중한 개성공단이 활성화되고 있어 섬유 업계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눈치 빠른 원청업체들이 벌써부터 개성공단에 들어가 캐퍼 확보전이 전개돼 의류봉제 임가공 업체를 중심으로 오랜만에 입이 함박 벌어졌다, 불과 한 두 달 전까지 오더가 없어 시난고난하며 철수를 고려하던 입주기업들이 벌써 오버 캐퍼로 선별 수주하는 역비례 현상까지 생겼다. 검찰 칼날 들이댄 염색공단 입주업체 뿐 아니라 원부자재를 100% 남측에서 보내고 있는 수천개 협력업체들도 덩달아 활기를 찾고 있다. 접시물 움직임에 일희일비하며 붉으락 푸르락 했던 일부 언론과 원청기업, 입주기업들이 속단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있는 것 같다. 말을 바꾸어 아랫목 경기에 온기가 느껴지는듯 하지만 아직 끝모를 불황 국면의 가연심리가 팽배한 시점에 섬유산지 대구에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구패션칼라단지(염색공단)에 온갖 추문성 루머가 난무하더니 급기야 검찰의 칼끝이 그곳을 겨냥하고 말았다. 알다시피 대구염색공단은 국내 최대 염색전문단지이자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날리는 대구 섬유의 상징이다. 연간 예산 규모가 1000억원에 육박하고 대규모 열병합발전소와 첨단 폐수 공동처리장을 가동하고 있는 매머드 공단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금년 초부터 더욱 거세게 번진 추문성 악성루머가 떠돌면서 지난 17년간 염색공단을 이끌어온 함정웅 이사장의 사퇴를 몰고 오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후임 이사장 선출을 위한 난타전이 벌어졌고 결국 개혁파의 기수인 정명필 조양염직 대표가 이사장에 당선됐다. 우여곡절을 거듭하던 선거과정에서 신망이 두터운 원로 기업인인 박영희 회장이 좌고우면하다 이사장 출마 등록후 선거 이틀전 자진사퇴하는 웃지못할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섬유ㆍ패션 분야의 정론직필의 상징인 본지마저 기사 마감 이후 사퇴 사건으로 ‘구원투수 박영희 회장 선택’ 이란 오보가 나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당선된 정명필 이사장 체제가 성공하기 바라면서 우리 업계가 이제 어디로 가야한다는 대전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선거과정에서 나돌던 함정웅 이사장에 대한 X파일이 검찰수사 과정에서 계란일지 바위일지 모르지만 17년 무보수 명예직으로 봉사해온 업계의 지도자를 끝까지 토끼몰이 해야하는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다. 물론 그동안 뚜렷한 증거제시 없이 확산 일로를 걷던 X파일을 근거로 대구의 강성 시민단체가 검찰에 정식 고소 고발한 마당에 이제 공은 검찰에 넘어갔다. 시쳇말로 걸면 걸리는 ‘걸리버’ 검찰이 손을 댄 이상 적당히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함정웅씨 아니라 누구라도 법에 저촉된 일이 있다면 당연히 심판 받고 처벌 받아야 한다. 함정웅씨도 그동안 반대파의 세치 혀 밑에 도끼 자루가 들어있는 모진 공격을 받아오면서 억장이 무너져 망연자실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부 시민단체의 검찰 고발을 계기로 그렇지 않아도 포연이 짙게 깔린 대구염색공단에 자칫 치명적인 타격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관련 장부 압수는 물론 수많은 관련 인사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업무가 마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외자나 훈수꾼들의 각혈하는 몽니로 대구염색공단이 등터진 일이 생겨서는 안되겠다는 점이다. 비리야 당연히 척결돼야 하지만 이것이 내부 개혁으로 투명하게 전개돼야지 판을 깨는 풍비박산으로 가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건 단체장이건 일을 하다보면 공도 있고 과도 있기 마련이다. 잘한 일은 계승하고 과오는 시정하여 재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반 사회의 금도다. 이 시점에서 함정웅씨를 감싸자는 얘기가 아니다. 17년전 폐쇄 위기에 있던 염색공단의 구원투수를 맡아 오늘의 세계적인 염색단지로 키운 공로는 일단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사리사욕을 위해 비리를 저질렀다면 그것까지 유야무야 덮고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덩치 큰 염색공단에 바람 잘날 없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몸을 던진 일까지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는 없는 것이다. 검찰에 넘어간 X파일 내용이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과장인지 모르지만 흰쌀에 늬가 낄 정도라면 그의 사퇴로 매듭지은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한다. 염색업계 대부인 이승주 국제염직 회장이 기왕 시작한 이상 “개혁은 투명하게 관철하되 어떤일이 있어도 전임자를 짓밟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충고를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더구나 신임 정명필 이사장은 공단을 정상화하기 위해25시를 뛰어도 어려운 무거운 짐을 안았다. 석탄 재고가 바닥이 나 열병합발전소 가동 중단위기를 타개하는 것부터 폐수 슬러지 해양투기와 관련된 운송문제 등 난마처럼 얽힌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녹녹치 않게 돼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지만 그 책임의 꼭대기는 이사장이 질 수밖에 없다. 승자의 영광은 보복이 아니라 용서이어야 되는 것이다. 화합과 단결 한마당 되길 때마침 이번주 대구경북 섬유업계 CEO 워크샵이 경주에서 개최된다. 이제 더 이상 반목하고 갈등할 요인이 사라졌지만 250여 지역 섬유업계 CEO가 한자리에 모인 이 귀중한 기회에 업계의 화합과 단결을 과시할 절호의 기회가 됐으면 싶다. 정치권 못지않게 그동안 내 편ㆍ네 편으로 갈라졌던 대구직물과 염색업계가 공동운명체 의식으로 똘똘 뭉쳐 새롭게 거듭나는 축제의 한마당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빈사상태에 몰린 이 어려운 대공황을 타개하는데 기폭제가 될 것을 기대한다. DJ 타계를 계기로 정치권과 남북간에 조성되는 화해와 화합의 분위기를 대구섬유업계가 솔선해줄 것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시간과 몸, 돈까지 희생해야 하는 무보수 봉사직인 단체장의 헌신 결과가 찬사와 갈채 대신 교도소행이 된다면 개인은 물론 업계 전체의 불행이란 점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本紙 발행인> |
첫댓글 8천억을 들인 밀라노 프로젝트가 실패한 원인을 따져보면 대구섬유관료들과 무관하지 않은것 아닌가? 썩은살은 도려내고 일상적으로 혈세를 사용할때 철저한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구는 그렇다. 이유는 섬유관련 혈세를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지역이 바로 대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