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가을밤은 등불을 가까이하여 글 읽기에 좋다’는 뜻을 가진 ‘등화가친(燈火可親)’이란 중국의 문호 한유가 아들에게 독서를 권하기 위해 지은 시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아침저녁엔 제법 서늘하기까지 한 요즘은 더욱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지요. 가을입니다. 모진 태풍을 이겨내고 한낮엔 따갑기까지 한 햇살에 등을 말리고 있는 단감을 비롯한 과일들과 익어가는 곡식들이 그렇게 대견해 보일 수가 없군요. 그 거센 폭풍을 몇 차례씩이나 이겨낸 대견함이 다르게 보입니다. 약하고 힘없는 것들은 이미 땅에 다 떨어졌지요. 가을은 어느 계절보다 사색하기에 좋은 때입니다.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참 부지런히 달려온 세월을 한 박자 늦추고 풍요의 마음을 자리에 깔며 등(燈)을 끌어당겨 가까이하고 한 권의 책을 집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정말 어울리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데 계절의 구분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기에 서가에 꽂힌 책 한 권을 머리맡에 내려놓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