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나무 이야기
이은봉
걱정이 많은 아이야 근심이 많은 아이야 너는 지금 뭉게구름보다 한두 아름은 더 크고 넉넉한 오얏나무로 자라고 있다 하늘 높이 머리카락 흩날리고 있다
하늘에도, 하늘의 저 푸른빛 안에도 아픔은 있다 외로움은 있다 우울은 있다 슬픔은 있다
아이야 몸과 마음에 담고 있으면 있을수록 더욱 깊어지는 아픔, 제 뼈를 키우고 있는 아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아픔의 뼈, 뼈의 갈피에도 바위는 있다
삭히고 나면 삭히고 날수록 더욱 깊이 뿌리를 내리는 바위, 끝내는 거름이 되는 바위, 영양이 되는 바위……
아이야 오얏나무의 뿌리, 네 뿌리, 언젠가는 깨어져 거름이 될 바위를 뜨겁게 끌어안고 있다 지금은 부서져 흙이 되고 있는 바위, 한숨이 되는 바위, 설움이 되는 바위……
모든 뿌리는 줄기와 함께 곁가지를 기른다 너도, 오얏나무도 마구 흔들리는 곁가지를 키운다
곁가지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아이야 오얏나무야 서로가 서로에게 어깨를 기대며 자라는 너도, 오얏나무도 마찬가지이다
근심하지 마라 걱정하지 마라 오얏나무야 오얏나무 곁가지로 자라는 아이야 언젠가는 너도 바위처럼 크고 단단한 열매를 맺으리라 외로울수록, 슬플수록 알이 굵으면서도 달디 단 오야를.
―《미네르바》 2021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