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인터넷으로 주말마다 벌어지는 촛불 집회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유명한 가수나 감동적인 시민들의 발언이 아니라 지나가는 한 여고생의 이야기였다. 오마이 뉴스 TV에서 첫 번째 집회를 중계하던 중에 기자가 집회에 참석하러온 여고생을 보고 갑자기 마이크를 들이댔다. “어떻게 집회에 나오게 되었느냐?”의 기자의 갑작스런 질문에 여고생은 매우 수줍게 웃으면서 “박근혜가 이상해서……”라고 하면서 말을 마치지 못하고 카메라를 피해서 달아났다.
독일 사람들이 히틀러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은 전세가 불리해져서 국가 일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을 때부터이었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정상적인 인간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무감각한 한국인들이 박근혜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최순실 사태가 벌어지면서부터이었을 것이다.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한 세기 전의 독일 사람들이 히틀러의 요상함을 눈치채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지만 사실상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 박근혜가 이상하다는 것을 최순실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안 사람들은 느려도 한참 느린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바른 정보를 분별해 내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이 필요하다. 현대는 정보가 넘쳐서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이다. 선택의 능력이 없는 사람은 가치 없는 뉴스에 휘둘리게 된다. 따라서 허위 뉴스의 범람은 시민사회의 눈과 귀를 가려 정치가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지난 미국 대선 직전 석 달 동안 사실을 보도한 뉴스보다 거짓을 퍼 나른 허위 뉴스가 적어도 소셜 미디어에서는 훨씬 더 많이 읽히고 빠르게 퍼져나갔다고 한다. 온갖 ‘낚시질’이 횡행하는 통에 사람들은 트럼프에 우호적인 헤드라인들을 줄기차게 퍼 날랐고, 이용자의 트레픽에 빠르게 반응하는 광고 알고리듬의 생리에 따라 허위 뉴스는 광고 수익률에서 진짜 뉴스를 압도했었다. 즉 거짓 선동을 퍼 나르는 게 돈 버는 지름길이었다는 것이다.
년식이 나가다 보니 내 주변에는 카톡으로 가짜 뉴스를 퍼 나르는 노인들이 많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그것을 진실로 믿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에 멀쩡한 정치인 마저 계속 모호한 말을 해서 사람들을 혼란 시키고 있다. 안희정의 말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동시에 보수언론이 안희정을 열심히 뛰어 주고 있다.
현실 정치에서는 최선의 선택을 하기 보다는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안희정은 보수 측의 차악의 선택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민주당 경선에만 해당하는 것이다. 본선에서는 다시 자기들의 후보를 뽑기 위한. 그것을 ‘역선택’이라고 한다. 즉 상대당의 유력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도록 약한 후보를 지원하는 방식을 말한다.
88년 대선 때 야권에서 김영삼 후보가 외롭게 홀로 출마하지 않도록 김대중 후보의 후원 계좌에 거액의 돈들이 모여들었다. 김대중 후보 측은도 이에 고무되었고 출마를 머믓 거릴 필요가 없었다. 물론 나중에 김대중 대통령은 “그 때 내가 양보했었어야 했다.’고 후회를 했다.
당시 우리 재야 세력들은 서대문에 있는 기독교선교원에 모여서 당시 서울민중연합의장이었던 이재호가 사회로 어떻게 하면 국민의 열망인 후보 단일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며 밤을 새워 토론회를 열어서 통일 민주당과 평화민주당 당사를 점거 농성하기로 결의를 했고 실제로 양당에 들어가서 농성을 하기도 했다.
요즘의 인터넷 시대에는 국민경선제도라는 것이 있어서 그런 물리적 행사를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본인의 뜻과는 전혀 상관이 없이 안희정이 개혁의 길에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은 활짝 열려 있는 것이다.
예수께서 자주 아리까리한 비유로 말씀 하시자 헷갈린 제자들이 “왜 딱 부러지게 말씀 하시지 않고 희정이처럼 말씀 하시나이까?”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쉿! 천국의 비밀은 저들은 알면 안되고 너희들만 알아야 하기 때문이니라.”하셨다.
즉 일종의 암호라는 것이다. 암호의 반대가 구호이다. 모두 들으라고 크게 외치는 것이다.
지금은 암호를 사용할 때가 아니라 구호를 외칠 때이다.
“염병하네! 염병하네!. 지랄 염병하네!’라고,
안희정이가 쏟아내는 알쏭달쏭한 암호를 풀 때가 아니라 태극기를 든 사람들보다도 더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쳐야 할 때가 아닌가?
첫댓글 "왜 희정이처럼 말씀 하시나이까?" 에서 크게 한 번 웃었습니다.
저는 안희정의 말이 그래도 예수의 말보다는 훨씬 알아먹을 만 합니다^^ 현재상황이 민주당의 어떤 후보가 나와도 압도적 표차로 이기는 구도라고 하는데요. 눈치보며 중도표 끌어모을 상황도 아닌데 하고 싶은 말 시원하게 왜 못할까요.
이상한 친구들이 주위에 너무 많아서 하루 하루가 고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