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의 아내들이 수직으로 접힌 등허리에 석탄 자루를 메고 걷는다. 남편이 석탄을 캐는 광부이지만 땔감으로 쓸 석탄이 부족하기 때문에 채굴 후 버려진 부산물 더미에서 쓸 만한 석탄을 골라내야 했다. 광부는 자기가 캔 석탄으로 자기 집을 따뜻하게 할 수 없었다. 아내는 남편이 캐 낸 석탄 부산물을 뒤져야 커피 물을 끓일 수 있었다.
광부 아내들의 뒷모습이 근접 촬영을 한 듯 화가의 눈과 가깝다. 화가는 어쩌면 여자들을 따라 함께 걸었는지도 모른다. 등을 접어 석탄 자루를 메고 그 걸음을 따라간 것은 아닐까. 고흐(1853-1890)는 탄광촌 보리나주(Borinage)의 전도사였다. 광부들은 새벽 3시에 갱도로 내려가 12시간 이상 일했고, 심지어 여섯 살 어린이도 갱도에 내려가야 했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폐병에 걸리지 않은 광부는 없었다. 고흐는 광부들의 집을 가가호호 심방했고 거처도 광부들이 사는 집으로 옮겼다. 1년 동안 보리나주에서 전도사 노릇을 하던 고흐는 재계약이 되지 않아 목회를 접어야 했다. 광부가 사는 집에 살고 광부가 입는 옷을 입고 가가호호 광부의 가정을 심방함으로 목회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는 것이 재계약 불가의 이유였다. 그림 왼쪽 상단, 예배당 첨탑은 흐릿하게 보이는데 까마귀들의 날갯짓은 또렷하다.
땅 속 갱도에 들어간 광부는 하늘을 볼 수 없고, 광부의 아내들도 허리를 수직으로 접어 하늘을 볼 수 없다. 땅 속에선 하늘이 보이지 않고, 땅 위에서도 하늘을 볼 수 없다. 고흐는 허리를 접어 석탄 자루를 나르는 여자들의 눈에 보이는 땅의 색깔로 하늘을 칠했다. 하늘이 흙색이다. 땅과 하늘이 색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눈 쌓인 땅도 흙색, 이파리 떨군 나뭇가지 걸려 있는 하늘도 흙색이다. 길바닥에 하늘이 있다. 적어도 탄광촌 보리나주에서 석탄 자루를 나르는 여자들에게 하늘은 길바닥에 있다.
길바닥에 하늘이 있는 줄 믿으며 수직으로 허리를 접어 걷는 여자들을 따라서 가 보자. 길의 끝에 허리를 꺾고 들어가야 하는 천장 낮은 집이 있을 것이다. 허리를 수직으로 꺾을 만큼 무거웠던 석탄을 메고 눈길을 걸어와, 허리를 수직으로 굽혀야 들어갈 수 있는 천장이 낮은 집에서, 허리 피지 못하고 종일 갱도에 일했을 가족을 위해 물을 끓일 것이다. 광부의 아내들이 등에 지고 온 석탄으로 물을 끓이는 천장 낮은 집엔 항상 손님이 있을 것이다. ‘머리 둘 곳 없는’ 예수께서 슬그머니 들어와 불을 쬐실 것이다. 자신을 ‘길’이라고 말씀하셨던 예수께서는 여자들의 나막신 발자국 따라, 그녀들과 함께 길바닥을 보며 걸어가셨을 것이다. 허리를 수직으로 꺾은 채 흙색 하늘 아래 흙색 눈길 위를 걷는 여자들이 가는 길이 예수께서 가셨던 길이요, 여전히 가시는 길이다. 그 길에 나도 있는가.
첫댓글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네요.
그 길에 나도 있는가..
목회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고ㅜㅜ
할말을 잃게 만드네요..
예수님과 함께 걸었던 그길에 우리모두 함께 걸어가요~♡
하늘이 있어도 하늘을 볼 수 없는 광부 아내들의 나막신 발자국을 따라 길바닥을 보시며 걸어가신 예수님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