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라
60년만의 재회 슐레이만 할아버지와 아일라(김은자)
아일라 영화
김광한
마음이 착한 사람들의 전매특허가 눈물이다. 남의 불행을 보거나 힘들게 살던 사람들이 출세를 하거나 하는 것을 보면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반대로 악인들에게는 눈물이 없다,냉소(冷笑)만 있을뿐이다.나이든 늙은이들에게는 눈물이 거의 없다. 세상을 살면서 하도 악착같은 짓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그런 것같다.있다면 분노의 눈물이다. 나는 지난번 태극기 시위에 나갔을때 놈들의 야비한 짓꺼리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하고 구속당했을때 분노의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 수백만명이 넘는다. 나역시 어찌나 화가나는지 이틀간 폭주를 하다가 병에 걸렸었다.현직 대통령을 말도 안되는 이유로 탄핵하고 구속시키고 부랴부랴 선거랍시고 대통령된 사람을 나는 인정하지 않는다 나에개는 박대통령만이 대통령이다.잡설이 길어졌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보면 그 내용이 너무나 감격스럽고 기분이 좋아서 눈물을 흘릴때가 있다.
분노의 눈물, 이별의 아픔이 담긴 눈물, 이런 눈물보다 아름다운 눈물을 많이 흘리는 시간이 온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회에 인정과 사랑이 넘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은촛대를 훔친 장발잔을 변호해주는 미리엘 주교의 모습에 훈훈한 사랑의 눈물을 흘렸고 정교회 신부이자 작가인 게오르규의 25시에서 주인공 요한 모리츠와 사생아들을 안고 재회한 영화속의 안소니퀸의 어이없다는 모습에서 분노와 함께 환희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노인이 되면 안구건조증이 생기고 눈물샘이 말라 눈물이 잘 나오지를 않는다.늙은 나이에 눈물을 자주 흘리면 남들은 주책이라고 한다.그런데 눈물이 저절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다.몇년전 엠비시 다큐에 나온 터키군인과 고아 아일라의 모습을 보고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한국전쟁에 참전한 터키군 ‘슐레이만’ 하사와 전지에서 부모를 모두 잃고 울면서 차가운 길바닥에서 방황하던 일곱살 여자 아이, 이 아이를 군 막사로 데려다가 한 식구, 딸처럼 데리고 전장을 오갔다.슐레이만 하사는 이 아이에게 아일라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아일라란 터키말로 달이란 뜻이다.이 아이는 얼굴도 예쁘고 총명해서 부대원들을 잘 따르고 터키 말을 금방 습득해서 웬만한 통역은 다 했다.그리고 마침내 슐레이만 하사가 고국으로 귀환할때 아일라를 몰래 배에 태우려 여러가지 궁리를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아일라, 즉 김은자는 그후 안양에 터키군이 마련한 고아원으로 보내졌고 소식을 모른체 6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다.슐레이만 하사는 나중에 대령으로 예편이 되고 생전에 한번 기억에 남아있는 아일라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한국의 대사관으로 여러번찾아왔으나 소식을 알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내 방송국의 철저한 탐색끝에 두 사람의 인연이 연결이 되었다.아일라 역시 오래동안 아버지 슐레이만을 찾으려고 했으나 한장의 사진도 없어서 허사였다.
슐레이만은 노인이 되어서 한국의 보훈처 초청으로 부산 유엔묘지를 오게 되었고 서울 여의도 앙카라 공원에서 극적으로 아일라를 만나게 되었다. 아일라는 이미 육십이 넘은 할머니가 되었고 손주가 둘이나 되었다. 아일라는 슐레이만에게 다가가 아버지! 하면서 안겻다. 아버지가 없었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면서 흐느꼈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고 나는 너무나도 감격스러워서 눈물을 흘렸다.아일라와 나는 동갑내기라서 더욱 그랬는지 모른다.세상에 이런 착한 사람들이 있는데 죄없는 대통령을 어이없는 일로 탄핵하고 구속하고 거기다가 수갑까지 채우고 재판정에 내보내 모욕을 주고 그것을 즐거워하는 자들은 과연 어떤 인간들인가.그들은 과연 눈물이 있는 우리 민족 사람들인가? 감동의 눈물과 분노의 눈물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이 이야기가 터키 항공과 한국 영화사의 합작으로 영화화 된다고 한다.영화 ‘아일라’에선 주인공 소녀 아일라 역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진주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아역배우 김설이 맡았으며 성인 아일라 역에는 배우 이경진이 열연을 펼치게 된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터키군 ‘슐레이만’ 역엔 현재 터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배우로 손꼽히는 이스마일 하즈 오울루(İsmail Hacıoğlu)가 캐스팅돼 터키에서도 이번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註 1950년 북한 괴뢰 김일성 놈이 일으킨 6.25 전쟁때 터키군은 미국과 영국 연방 다음으로 많은 1만5천명의 군인을 파견해서 한국의 적화를 막았다. 전사자가 7백여명이고 그들의 유해 4백여명이 부산 유엔묘지에 안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