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4일 금요일. 진달래꽃을 떨면서 감상한다.

[스페샬]

2017년 3월 24일 금요일

  몇 달간 가지 않았던 전통 춤 강습에 참석하러 주민 센터에 간다. 맑은 날인데도 미세먼지로 시야가 부옇다. 코와 얼굴에 먼지가 달라붙는 걸 느낄 수 있다. 봄인데도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니 살맛이 꺾이는 기분이다.

그러나 모두 반가운 얼굴로 맞이해 주고 장구 소리를 들으며 춤을 추기 시작하자 기분이 좋아 진다.

어느 단체를 가도 성품은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기 마련인데 종종 나이 든 여자들은 숨기려 하지도 않고 폭발하고 만다. 내가 참고 살았는데 취미 생활하러 와서 까지는 못 참지 하면서 강당이 떠나가라 고함을 지르며 맞붙는다. 가르치는 선생도 그런 일은 다반사인지 말리지도 않고 가만히 있고 다른 여자들도 심심한데 구경하자는 식이다. 조용해지면 자 수업합시다 이번 춤은 원앙무입니다 라고 선생이 말하면 싸우던 사람들은 어쩐지 시원해진 얼굴로 손수건을 허리에 차고 줄을 선다.

덩치가 산만한데도 제일 앞줄 가운데 서서 거울을 가리고 선생을 가린다. 뒤에 서 달라고 하면 처음부터 자기 자리는 거기라고 버티고, 늦게 와서도 밀치고 들어선다.

코뿔소같이 사납게 화장을 하고 건 맨 복장을 즐기는 여자는 원을 돌다가 제자리로 가는 방향을 못 잡고 있으면 등을 팍 치며 뭐 하노 빨리 안가고 한다.

저 코뿔소 언니는 화끈해. 좋은 일도 많이 하고, 나는 속으로 뭔 좋은 일?

보스 타입 할머니가 오늘 한턱 쏜다고 중국집 가자고 한다. 누가 짬뽕은 싫어 냉동 오징어만 잔뜩 넣고, 그럼 자장면 먹지 하니 먹고 나면 괜히 먹었나 싶어서 탕수육 먹을래 말하자 왁자하고 웃는다.

눈치껏 빨리 나와 건널목 엘레베이터를 타고 보니 너무나 더러워 쓰레기통 같다. 몇 년 전 어느 도시에 갔을 때도 버스터미널 앞 건널목 승강기를 탔다가 충격 받은 기억이 있다. 먼지가 켜켜이 쌓여 바닥과 창문이 새카맸다. 숨을 참고 있다가 내리면서 호반의 도시가 아니라 청소 불량 도시라 부르고 싶어지네 했다.

 폐암 발생을 줄이기 위해 금연도 중요하지만 청결한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매연 뿜는 차들과 오토바이와 악취들, 내가 사는 도시도 중심가로 가면 하수구 냄새로 숨을 제대로 쉬며 걸을 수가 없다. 회 센터 에스컬레이터는 파인 홈이 안보일 정도로 때가 끼어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부끄러울 지경이다.

관광단지 조성과 바다위에 케이블카를 놓는다고 수백억씩 쓰는 보여주기 행정보다 시민들이 어떤 도시를 바라고 있는지 파악해 주었으면 한다.

동네 청결지킴이 자원봉사단을 발족하면 기꺼이 참여하고 싶다. 작년에 골목 쓰레기가 너무 많아 동사무소에 가서 집게와 봉투를 주면 청소하겠다고 하니 담당하는 사람이 있으니 참고 기다리라는 말투다. 

하지만 담배꽁초를 하수구에 밀어 넣는 사람, 음식물 국물을 붓는 식당, 쓰레기봉지를 이리 던지고 저리 던지고, 우리 역시 스스로 돼지우리로 만드니 위정자들을 원망할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산으로 올라간다. 배들이 점점이 떠 있는 푸른 바다를 환히 내려다 볼 수 있는 꼭대기는 인적이 드물어 가지 못한다. 사람이 그나마 간혹 다니는 오솔길을 떨면서 간다.

산에는 진달래 들엔 개나리라더니 꽃분홍 진달래가 봉오리를 터트리고 있다.주변을 두리번대며 소나무 그늘에 앉아 꽃을 감상한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이나 관악산 다람쥐 사건, 무학산 사건 등등으로 인해 여자들이 혼자 산에 가는 것은 모험하러 가는 것만큼이나 두려워졌다. 공연히 선량한 남자들을 흘깃대며 경계하는 것도 서로가 불쾌한 일이다.

사형제도가 없어져야 한다고 서명 운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자들은 정말 우리나라가 무섭다. 두 자매를 죽여도, 장기를 난도질해서 봉투에 나누어 담아도 판사들은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피눈물을 쏟는 피해자 가족과 분노하는 여자들 눈에는 위성에서 온 판사로 보인다.

모범수로 20년 있다가 나와서 다시 감옥에 장기간 있으려고 시골에 혼자 있던 할머니를 죽이고 스스로 자수한 사람도 있었다.

물질적인 복지보다 어린애와 여자들은 폭력으로 부터 안전하게 보호 받기를 원한다. 

언제부터 산에도 마음대로 못가고 시골길도 못 걸어 다니게 되었는지, 그 원인들이 다 주장이 다르고 장단점이 있겠으나 어찌됐든 이대로는 아니다 싶다.

[스페샬]

감사합니다. 게시하고 나서는 민낯 보인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은데 이런 답글 주시면 위로가 됩니다.

[산소년]

스포츠 댄스를 배워보시면 어떨지요 ? ㅎ.

[스페샬]

네
재미있고 운동량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리피터]

물질적인 복지보다 우리나라의 어린애와
여자들은 폭력으로 부터 안전하게 보호
받기를 원한다는 님의 바램에 동감 입니다.

[맑은 마음]

우리나라보다 더 무서운 곳이 많지만
어디든 어린이와 여자들이 약자인 것은 사실이죠.
님의 정당한 울화(?)에 동감입니다^^

[스페샬]

읽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아주곡 사랑허멍]

호반의 도시 춘천인가봐요? 글 솜씨가 참 좋으십니다. 일상생활을 비롯한
복지문제 등을 지적하는 것을 보면 .... 복지는 국가의 GDP를 넘을 수 없는게
현실이지요 그러니 나라가 경제적으로 부강해 진다면 복지해택이 자연스럽게
증가되겠죠? 좋은 글 잘 읽었네요

[안아주곡 사랑허멍]

그래도 대한민국의 치안은 안정된 편이라는데.....국민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불안하기만 할 따름이죠. 이를 충족하려면 치안인력을 많이 충당해야 하는
어려움도 뒤따르는게 현실이지 않나요?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게 현실이지요

[스페샬]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행국가 중에서 국가 안전도가 한국이 1위라고 하는데 요즈음 강남 화장실 사건 등 위험 수위가 높아져 여자들은 많이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CCTV만이라도 성능과 설치를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