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양개洞山良价 선사의 오도송
切忌從他覓 체기종타멱
迢迢與我疏 초초여아소
我今獨自往 아금독자왕
處處得逢渠 처처득봉거
渠今正是我 거금정시아
我今不是渠 아금불시거
應須恁麽會 응수임마회
方得契如如 방득계여여
절대로 남 따라서 찾으려고 하지 마라
그리하면 나와 점점 더 멀어질 뿐이다
내가 지금 혼자서 스스로 가면
곳곳마다 그것을 만나리로다
그것이 지금 바로 나지만
나는 지금 그것이 아니다
마땅히 이와 같이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진여眞如를 얻게 되리라
동산이 남전을 찾아갔다.
때마침 마조의 기일이라 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남전이 대중을 둘려보며
남전: "내일 마조스님을 위해 재를 차리는데 그가 오겠는가,
오지 않겠는가?"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동산이 대답하기를,
동산: "동행이 있으면 올 것입니다."
남전이 동산을 칭찬하며
남전: "이 사람이 후생이지만 매우 다듬을만 하구나."
동산: "화상은 양민을 억눌려서 도적으로 만들지 마세요."
그 후 동산은 위산을 찾아갔다.
동산: "혜충국사의 무정설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것을 타파하고 싶습니다."
위산: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가?"
동산이 그 간의 사정을 이야기 하니
위산: "나에게 조금 있는데 듣는 사람이 없을 뿐이다."
동산: "부디 저에게 설하여 주십시요."
위산: "육신의 입으로는 도저히 말 할 수 없지."
동산: "그렇다면 선사와 함께 수행하신 분이 계십니까?"
위산: "예릉으로 가면 운암도인이 계시는데,
틀림없이 자네에게 도움이 될것이다."
동산은 위산의 소개를 받아 운암을 찾아 뵙고 무정설법을 청하니
동산: "무정설법은 어떤 사람이 듣습니까?"
운암: "무정설법은 무정[無情]이라야 들을 수 있다."
동산: "화상은 들었습니까?"
운암: "내가 만약 들었다면 너는 나의모습을 불 수 없을 것이다."
동산: "그렇다면 나는 선사의 설법을 들을 수 없겠네요."
운암: "내 설법조차 들을 수 없으면서 무정설법을 들을 수 있겠나?"
이에 동산이 운암에게 게송을 지어 올린다.
몹시 기특하고 기특하다.
무정설법을 설하다니 생각지도 못했구나!
만약 귀로 듣는다면 영원히 알 수 없고,
눈으로 소리를 봐야만 비로소 알 수 있다.
동산이 운암에게 여쭈었다.
동산: "화상께서 돌아가신 뒤 누가 '화상의 초상을 그릴 수 있겠습니까?' 라고 물으면
무엇이라 대답해야 하겠습니까?"
운암: "그런 사람에게는 '다만 이런 사람이었네' 라고 대답하게."
동산이 멍하니 생각에 잠기니
운암: "이 일을 이해하려면 자세히 살펴야 되느니라."
동산이 의심을 완전히 풀지 못하고 운암을 떠나 가다가 물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대오[大悟]하였다.
이에 게송을 지으니 선종오도송의 효시가 되었다.
절대로 딴 곳에서 찾지 마라
멀고 멀어서 나와는 소원[疎遠]하다.
나 지금 혼자 가지만
곳곳에서 그를 만난다.
그는 이제 나 이지만
나는 그가 아니다.
의당 이렇게 알아야
비로소 여여[如如]함을 얻으리라.
운암의 법을 이은 동산이 선사의 진영[眞影]에 공양을 올리는데, 어떤 중이 묻기를
스님: "운암께서 '다만 이런 사람이었네' 하신 뜻이 무엇입니까?"
동산: "내가 그때 자칫하면 선사의 뜻을 잘못 알 뻔 하였느니라."
스님: "그러면 선사는 알고 있었습니까?"
동산: "만일 알지 못했다면 어찌 그렇게 말했으며,
만일 알았다면 어찌 그런 말을 긍정 하였겠는가?"
동산이 운암의 기일에 재를 올리는데 어떤 중이 묻기를
스님: "화상은 운암에게 어떤 법을 받았습니까?"
동산: "같이 있기는 하였지만 아무것도 받지 못했노라."
스님: "그런데 어째서 운암의 재를 올림니까?"
동산: "나는 선사의 도덕을 소중히 여기는 것도 아니요,
불법을 소중히 여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아무것도 설[說]하지 않는것을 소중히 여길 뿐이다."
스님: "운암을 긍정하십니까?"
동산: "반은 긍정하고, 반은 긍정하지 않느니라."
스님: "어째서 전부 긍정하지 않으십니까?"
동산: "내가 전부 긍정하면 선사를 저버리는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