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찍부터 찾아온 추위에 눈까지 잦은 12월!
집에서 사무실까지 엉금엉금 기다시피 운전을 했다.
카메라로 비추어 보니 그 앞으로 주차가 가능할지 걱정이 앞섰지만
일단은 가보기로 했다.
차들이 자주 오가는 길이 아니라서 좋기만 했던 것이
오늘 같은 날엔 영~~~
발자국조차 덮인 학교 앞 도로는 마치 앞 마당 같았다.
누구도 지나가지 않은 것처럼.
빗자루로 문 앞만 대충 쓸었다.
그래봤자 또 쌓이는 눈이라고
커피단골 초등학교 수위아저씨가 사무실을 들어오려다 돌아섰다.
빗자루를 들고 있는 내게 커피 한 잔 타 마시러왔다는 말을 하기가 좀 그랬는지....
그래도 눈치는 조금 있는 아저씨.
점심 시간이 지나고 눈이 그치면서 해가 났다.
비로소 골목 여기 저기서 긴 빗자루를 든 아저씨들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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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부터 왼쪽 팔목이 저려왔다.
진작부터 아팠어야 할 나인데,
지금이 아니라면 60 넘어서 한꺼번에 아플 거라면서.
들어온 이야기에 의하면 그랬다.
몸이 쇠가 아닐진대, (쇠도 녹이 슬어감을 익히 알면서)
영원히 건강할 것이라 믿었던 나의 무지를 어쩌나.
저린 이유를 굳이 거슬러 보자면
테이프 박스를 들었다 놨다 한 것?
자재 창고 정리 한 것?
그래도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았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원미경의 아픈 모습을 보고 난 이후라
더 와 닿았을까?
나도 이제 아플 때가 되었구나!
나이가 들어서.....
냄비를 들 때도, 후라이팬을 들 때도 그 무게가 힘겹다고 느껴질만큼.
하지만 겉으로 내색하기엔 자존심이 상할 것 같은 건 왜였을까?
사는 날까지 건강하여야 떳떳할 것 같은 .....
절대로 스스로를 혹사시켰다는 오명을 남겨선 안 된다.
그러는 사이 완전히 눈도 그치고,
눈 쌓인 적막한 거리도 사람들의 발자국들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일을 잊기 전에 모두 쏟아내어야 후련한 70대의 언니는
오전 내내 전화기를 붙잡고 떠들었다.
나도 모르는 친척들의 근황부터 쭈욱.
전화기에 찍힌 시간이 어느새 52분, 잠깐 전화 온다! 외마디 소리를 끝으로 전화는 끊겼다.
형성되지 않는 공감대를 아무리 이끌어 내려 해도 불가능한 나로선 재미없는 이야기들,
아랑곳 없이 다 끄집어 낸 이후였는지도 모른다. 언니.
자식보다 더 좋은 유일한 동생이라고 늘 이야기 하고 다닌다는 언니의 말이
오늘은 참 재미가 없다.
2017년 12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