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교의 역사 이해와 종말론적 말법관
정희수/ 위스콘신대 불교학 박사과정, 본지편집위원
1. 들어가는 말
불타의 가르침과 그 전승을 토대로 하여 형성된 승가와 주변공동체는 구도적인 열정과 자기훈련을 통하여 현실에서 경험하는 고뇌의 문제와 역사적 모순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쉬지 않았다. 이 승가공동체 생활의 주변은 내적인 자기시험 만큼이나 외적인 정치 • 사회적인 요인들로 인한 도전들로 역사적 굴곡을 그려왔던 것이다. 이때마다 불법의 전승이 곤경에 처하게 되었고, 그 불법을 실천한다는 일은 더욱 어려운 테제가 되기도 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들속에서 불법의 소멸에 대한 사상이 야기되었고, 이에 대한 예언과 함께 긴급성을 선언하는 방편적 가르침의 교리가 민중구원을 타겟으로 삼게 되기도 한다.
모든 만물이 끊임없이 변전 (變轉) 하며 어느 것 하나 그 변화와 관계되지 않는 사물이 존재할 수 없다는 연기의 가르침에서 본다면, 불법자체도 그 변화 또는 쇠퇴의 경향으로 흐른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예외일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면 불법의 소멸이나 종말을 예언하는 불교적인 말법관온 어떤 것인가? 이 말법사상은 소위 일반 종교가 체계화하고 있는 유토피아적 상상력의 결집인 말세사상과 어떤 점이 다른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불교의 사관을 윤회적인 원형사관으로 특징 지우는데, 그런 원형적 역사체계가 지향하고 있는 말세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직선사관과 다른 점이 있지 않은가 하는 물음을 갖게 된다. 기독교 사관이 시작(알파)과 종말(오메가)이라는 발전사관에 의한 교리형성이라고 하는데 반하여 불교의 말세관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지적을 우리는 해야 할 필요가 있 는 것이다.
대개 말세사상의 동기는 사회적 불안정과 부정의가 직접적일 수 있으며, 천재지변이나, 기근 등에 의한 삶의 고난이 그 배경일 수 있다. 이런 도전에 대하여 종교는 나름대로 그 현상들을 적극적인 수행과 구도의 방편으로 삼는 작업으로 대처하고 있음을 주목해 볼 수 있다. 그것에 대한 대처의 노력이 변혁적인 역사이론이 될 수도 있고 사회도피적인 피안적 유토피아니즘이 될수 도 있는 것이다. 불교의 역사 이해에 대한 국면을 제안된 자료들에 의지하여 분석하고 진술해 보고자 한다.
2. 문헌상에 나타난 불법소퇴의 예언들.
1) 초기 문헌상에 나타난 불교쇠퇴 원인들의 예고
불교의 초기 문헌들이 이미 불법의 쇠퇴와 종언올 예고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불타의 근본 가르침에 있어서 모든 생성된 만물은 변화속에 있으며 쇠퇴하기 마련이니 불법 역시도 사라질 때가 있다는 예언은 급진적인 명제라고 할 수 만은 없다. 물론 쇠퇴하는 불법은 절대적인 가치인 진제(眞諦, paramartha)의 차원이 아니고 변화적인 상대적 가치로서의 속제 (俗諦, samvrti) 일 것이라는 부언을 덧붙임이 타당하리라 생각된다.
초기 문헌에 나타난 불교의 쇠퇴와 종언에 대한 예언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검토해 보자.
a. 무엇보다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불타 석가모니의 유모였던 마하파자파티 부인에 얽힌 대화이다. 마하파자파티 부인은 과부로서 외로운 삶을 영유하고 있었으나 불타의 법에 귀의하고 당시의 집 없는 구도의 삶을 살겠다고 카필라파투에 있는 불타를 찾아와 간청하게 된다. 불타는 이 마하파자파티 부인의 세 번의 요청을 거절하고 단호히 여성의 출가를 제한하게 된다. 이 간청을 거절당했던 마하파자파티 (Mahapajapati) 부인은 그녀의 머리를 삭발하고 황색도포를 걸친 채 많은 수의 여성 구도자들과 베살리로 여행하게 된다. 이를 만난 아난다는 감동하게 되며 그녀를 대신하여 불타에게 다시 간청하고 중재하게 된다.
『 그리고 존경받을 만한 아난다가 세존께 나가서 예경한 후에 옆에 앉아서 이렇게 아뢰었다.
"선생님, '마하파자파티', 당신의 유모가 문밖에 서 있습니다. 그녀의 발은 부르텃고 그녀의 정갱이는 먼지로 범벅이 되었으며, 슬프고 서글프게 눈물을 머금고 간청하고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여성이 출가하는 것을 허락 않은 것이 다.)
"선생님이여, 저 여성들이 집올 떠나 구도의 출가를 하는 것을 허락해야만 하며, 여래께서 선포한 법의 계를 따르도록 해야 합니다."
"충분히 들었다. 아난다야. 여성들이 출가하는 것올 허용하는 일로 마음을 결정치 말아라”.• 주1」 세번 다시 간청한 후에 아난다는 다른 방법으로 다시 간청하게 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여래께서 선언한 대로 만약 여성이 출가하여 법의 계에로 귀속한다면 분명히 저들도 한번 회귀 하고, 다시는 뒤로 물러섬이 없는 아라한과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 그래 너의 말과 같이 저들도 증득할 수 있다. 아난다.”
"선생님, 만약 저들이 그리할 수 있다면..., 특별히 마하파자파티 부인은 세존을 위하여 귀한 봉사를 해 왔으니... 이모로서, 간호원으로서, 유모로서, 세존의 어머님이 세상올 떠났을 때 그녀는 직접 젖을 먹이는 공덕을 쌓았으니... 분명히 여성이 출가하는 일이 허락 돼야만 합니 다...”
"만약에 아난다야,마하파자파티 부인이 여덟 개의 계를 받아들인다면 그녀를 허용하여도 될 것이다!주2 마하파자파티는 감격하는 마음으로 불타가 제안한 여덟개의 계를 받아들이고 출가하여 승단에 한 공동체원이 되기를 결정하게 된다. 이 일을 다시 아난다가 불타에게 보고 한 후, 아난다(Ananda) 에게 불타께서 하신 말이 불법의 쇠퇴를 예언하는 경고가 된다.
“만약, 아난다여, 진리의 발견자이며 근본적 지혜자인 분에 의하여 선언된 법(dhamma)과 계율(discipline) 속에, 여성의 출가가 허용되지 않았다면 진정한 법 (dhamma) 은 천년을 계속 지속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난다여, 이 진리의 발견자 (Truth finder)에 의하여 선언된 계율과 법속에서...여성의 출가가 허용된 이래로는, 진실한 법(dharma) 은 500년 동안만 지속하게 될 것이다."
"아난다여, 곰팡이로 알려진 질병이 논을 침노하면 벼농사가 오래 갈 수 없음 같이, 여성의 출가가 허용된 후로는 근본적 지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주3
이러한 기사들은 당시 인도의 남성위주적 가부장 사회문화의 배경을 반영한 문헌으로 초기 여성이 승가에 받아들여지는 과정에 불타가 대면한 갈등의 단면을 보 여주고 있는 자료이다. 물른 여성의 출가에 대한 논의 뿐만 아니라 불교가 가지고 있던 소극적이며 반여성적인 자료들의 부분적인 증거이기 때문에 논점이 다를수 도 있으나, 아닌다의 지혜로운 설득에도 불구하고 불타가 취한 자세는 강경했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자료들은 현대 불교여성들의 적극적 공헌과 진리의 담지자로서의 여성에 대한 입장에서 재해석되야 할 문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첫번째 이야기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진실한 정법(True Dhamma 眞法)의 쇠퇴를 초기불교의 자료가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진실한 법이 1000년 동안 융성할 것이었는데, 이제는 500년 정도만 융성하게 된다는 진술이며, 이 원인이 여성의 승가에로의 출가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b. 두번째로 주목하고자 하는 자료들은 진실한 법 (True Dhama, 眞法)의 쇠퇴에 대한 불가결성에 대한 논쟁에 관계된 것들이다.
그 원인이 외적인 역사적 힘에 의해서든, 사회적인 변천에 의해서든 결과적으로 진실한 가르침은 쇠퇴하고 만다는 논의인 것이다. 이것은 또한 불제자들의 종교적이고 도덕적인 만행에 기인하여 만약 불제자들이 개혁하여 간다면 다시 쇠퇴에서 회복이 가능한 것이라는 논지가 함께 포괄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만행(漫行)은 불교를 향하여 존경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들이 소멸되가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1) 스승을 향하여 (불타) (2) 가르침을 향하여 (달마) (3) 공동체를 향하여 (승가) (4) 배움에 대하여 (학습), 그리고 (5) 선정에 대하여 (禪定, Meditation)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요체들에 대하여 귀히 여기고 섬기며 실천하는 수행이 소멸되어 가는 현실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Samyutta-Nikaya(II. 223-225)에 나타난 불타의 가섭을 향한 말씀에 이런 사실이 지적될 수 있다.
“가섭아, 그러한 일들이 일어난다. 승가에 공동체원이 줄고, 진실한 불법이 사라질 때, 거기에는 더 많은 계율이 있게되며, 아주 작은 형제들이 아라한으로 증득되게 된다. 가섭아, 진실한 불법은 이 세계속에 그것을 대적하는 가르침들이 성할 때 까지는 소멸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적하는 상대적 가르침이 성하면 진실한 법은 쇠퇴하기 마련이다. 금에 상대하는 다른 금이 나타나지 않는 한 금이 소멸되지 않는 것과 같은 도리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법(正法)도 그러하다.
정법의 소멸과 모호함을 예견하는 다섯가지 징조가 있다.
그 다섯은......
그것은 사부대중이 스승을 향하여 불경한 가운데, 그리고 귀하게 여김이 없이 사는 때가 그때이며, 가르침의 법에 대하여 역시 불경하고 예경치 않으며 살게 될 때이며, 승가를 향하여 불경하고 준엄하지 않게 될 때이며, 수학하는 일에 대하여 귀하게 여기지 못하고 지키지 못하게 될 때며, 그것들을 끊임없이 선정하고 학습하는 일을 경홀이 여기며 준수하지 않게 될 때가 법이 소멸하는 때이니라.
그러나 그들이 이 다섯가지의 요체를 향하여 예경하며, 준엄하면 이 진실한 정법의 현존을, 그리고 유지와 명백성을 유도해 가게 될 것이다.주4®」 이 본문은 한문경전 대아함경에 유사하게 소개되고 있음을 보게 되는데 주5(대아함경에는 세상에 오탁(五濁)이 득세하게 되며, 겁이 거의 끝이 나게 될 때에 대한 진술과 함께 기술되고 있음이다. 이러한 우주론적인 용례는 시간에 대한 예증을 개념화하는 것으로 정법의 존속에 대한 것을 위의 인용처럼 권고하고 있지는 않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수 많은 시간의 상징적 결집인 겁(劫))의 종말에 대한 주장이 논의되고 있지 않으며, 다만 존경심과 준엄한 수행이 불•법•승 수행과 선정이 약화되고 결핍되고 있으며, 이것은 말세적인 징조일 뿐이라는 논의에 국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地) •수(水) 화(火)와 풍(風)의 파괴와 우주론적 시간에 대한 종말른적 예견이 아니고, 수행인들이 마땅히 지키고 전승해 가야 할, 그리고 전승해가면 그 예경과 수행을 통하여 이 말세적인 경향의 조건들이 오히려 약화되고, 저지되게 된다는 가르침을 여기서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한 열심과 이 다섯 요체들을 향한 예경으로 살아낼 때 이 종말론적 말법현상을 지연시킬 수 있고 개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귀한 가르침임에 틀림이 없다.
c. 진실한 정법의 소멸을 말하는 세 번째 형태는 Smayutta-Nikaya (XLII 22,23,25)에 있는 세 개의 단상속에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진실한 정법은 계속 지속되거나 쇠퇴하게 되는데, 그것은 사념처 (四念處)에 달려있다는 내용이다. 이 마음의 네가지 형상과 행태는 물론 부집착(non-attachment)의 법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몸에 대하여, 감정에 대하여, 마음에 대하여, 또한 마음의 행태와 위상에 대하여 어떤 수행을 행해 가는가에 대한 논의를 사념처는 명확히 진술하고 있다.주6 수행하는 장본인들이 그들의 법을 어떻게 가늠하느냐에 따라서 진실한 정법이 계승될 것이냐 아니냐하는 진술을 하고 있음을 특이하게 보게 된다.
d. 네번째의 형태는 Anguttara-Nikaya에 나타나 있는 서너 가지 자료를 통하여 논의된 정법의 바른 전승, 이해, 그리고 적용에 대한 논의를 들 수 있다.
진실한 정법이 여러가지 이유로 소멸하게 된다고 말한 자료로서, ”주의없이 승려들이 불법을 들으며, 긴요한 주의없이 그들이 그것을 완독하였다 할 때, 그리고 그것을 귀
하지 않게 주의없이 가슴에 간직하고, 성의없이 그들이 마음에 선한 것이 산출되는가를 시험하고자 할 때, 선(善)을 알고 법을 알면서, 주의없이 법에 의하여 그들 나름대로 의 길을 가고자 할 때이다. 진실로 말하노니, 승려들이여, 이들은 묘법의 소멸과 쇠퇴로 이끄는 다섯가지의 불선(不善)에 속하느니라. 주7
이 문헌적 자료로 역시 정법을 전승하고 융성케하기 위하여 이러한 결손으로부터 회심하고 그 과오를 교정하면 가능하다고 하는 이해가 있음을 보게 된다. Anguttara-Nilkaya (iv. 156)는 위에 인용한 부분에 대한 약간의 수정을 가하고 있으면서 불법의 소멸을 경고하고 있다.
정법은 쇠퇴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승려들이 (1)불법의 구장(九藏)을 탐독하지 않기 때문에, (2) 다른 이들을 충분히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3) 구체적으로 다른 이들이 반복하도록 하지 않기 때문에, (4) 그들 스스로들 그것을 구체적으로 반복하고 있지 않으므로,( 5)그것을 내적으로 충분히 숙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한다면 정법은 전승발전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부언하건데, 장로들은 뒤로 물러섬 (退轉) 에 대한 선행자들이며 풍요롭고 애매한 사람들이다. 세속의 집을 회피한 게으른 자들이며, 깨닫지 못한 이들을 깨닫게도 아니하고, 습득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습득케 못하며, 성취하지 못한 이들도 성취케 하지 아니한다....
무엇보다도 승가의 질서가 무너졌고, 거기에는 다른 이들을 향한 싸움이 성하고, 서로서로 고소하며, 서로가 말다툼하며, 서로 사이에 판단함만이 있고, 그들에게는 신심이 없고 신심을 그곳에서 찾을 길이 없다. 승려들이여, 이것은 묘법이 소멸하는 것을 유도하는 다섯가지 징조니라.주8
e. 다섯번째의 정법소멸 예언에 대한 자료들은 무엇보다도 외적인 사회적 • 정치적 환경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는 점에서 구분이 가능하다. 이러한 불미스런 사 회• 정치적 환경의 변화가 진실한 정법의 소멸의 원인이 된다는 진술은 초기 대다수 자료와 중국 또는 중앙아시아의 역사적 배경 속에서 산출된 자료들일 수도 있다.
카우삼비왕의 이야기는 이러한 정치적 박해의 주제로 계속 이야기 되어졌고 이것은 불법의 소멸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외국의 국왕들이 연합하여 인디아를 그들의 총검의 휘하에 넣으면서 불교가 사라지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수 많은 승려들이 대량 학살되었으며 승가는 파괴되고 모든 경전은 잿더미가 되었다는 것이다. 카우삼비왕온 이러한 외국왕들을 정복하게 되며 불타의 법에 그의 나라를 귀의하게 될 것임을 말하고 있다.주9 이러한 정치적 요인이 불법의 소멸의 원인이 될 것 이라는 예언은 중국을 배경으로 다양한 자료로 발전되고 있음을 보게된다.
열반경을 포함한 후기 대승경전들은 불교의 쇠퇴와 불법의 소멸에 대하여 대개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요인으로서의 외적인 것에 밀접히 결부된다는 가설 속에서
진술되어지고 있다. 때로는 인간의 노력이나 통제의 상한선을 넘는 차원의 필연성으로 법멸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주10
2) 팔리 (pali) 문헌의 말법적 역사 이해
불법이 소멸할 것이라는 당위성을 믿은 이들중에는, 그 시기와 소멸의 형태에 대한 다른 예언들이 구구했다. 팔리문헌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시대 구분은3단계와 5단계의 형태로 대별하여 볼 수 있다. 미란타상문경에는 이 세 단계의 쇠퇴과정에 대한 흥미있는 진술이 소개되고 있다.
불법의 소멸에는 세 가지 양상이 있다. 왕이여, 그 러면 그 세 가지가 무엇인가?
지적인 섭렵에로 깨달음이 소멸하고, 그것에 의한 행위가 소멸하며 그것은 즉각 외적인 형태의 소멸로 연결된다. 그것에 대한 깨달음의 성취가 중단될 때는 비록 그것 속에 스스로 옳다고 행위하는 사람도, 불법에 대하여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행위의 소멸에 의하여 계율을 준행하지 않게 될때, 오직 껍데기 종교형태만이 남게 된다. 외적인 형상이 소멸할 때, 전통의 승계는 차단되어지고 만다. 이것이 법멸(法滅)의 세가지 징조들이다. 주11, 불타 자신의 예언에 의한 500년 잔유설이 있었으나 구체적으로 세가지 단계의 과정을 통하여 그것을 분류한 것은 나가세나 (Nagasena) 인 것이다.
5세기경 중 팔리 문헌의 중심적인 열매로서 붓다고사(Buddhaghosa)는 불법의 소멸을 다섯개의 과정으로 구분하여 설명해 주고 있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1)불타의 열반 후 900년 경에 쓴 것으로 그는 1000년 정도가 경과하면 불제자들은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게 될 것이다. 그때로 부터 제자들은 점차로 적은 숫자가 아라한과를 증득하게 될 것이다.
(2) 두번째의 소멸은 그 다음 1000년 동안에 일어날 것이며, 적절한 윤리를 지속해가는데 실패하게 될 것이다. 이는 직관과 명상, 그리고 영적인 깨달음이 불가 능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3) 그 다음 1000년 후면 충성에 대한 개념과 존경이 결핍되게 되며, 지진과 기근, 그리고 다양한 재난이 발생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승가는 지원받지 못하게 되며, 승려들은 교육받지 못하게 되며 경전들은 세상으로 부터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아바달마 문헌이 제일 먼저 사라지고, 그 다음은 율장(Vinaya)이며, 그 다음은 본생담이 마지막으로 소멸될 것이다.주12
4) 4000년 후에는 탁발과 가사들과 같은 외적인 상징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5) 마지막 과정으로서 소멸하게 될 것은 탑상(Stupa)과 불타 자신의 사리들이 없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5000년 후면 불법의 모든 것은 세상으로부터 소멸하게 된다.주12 이러한 다섯 단계의 법멸과정은 팔리문헌 전반에 산재하고 있다. 이런 과정은 남방불교 전반의 믿음이기도 하며, 5000년은 적어도 불법이 전승 될 수 있는 기간이라는 상식이 통해 왔던 것이다.
여기서 아미타불의 정토사상이나 미륵불의 도솔천만이 이런 법멸의 불가피성 속에서 모든 중생을 구제할 수 있는 길이라는 사상이 싹트기 시작했고, 이것이 대중의 구원가능성에 대한 시사점을 주기 시작한 이유라 고 볼수 있는 것이다.
3. 말법사상의 발전과 중생구원의 교리----------------
6세기말에서 7세기초경의 중국불교계는 이 불법의 소멸과 말세적 사상에 대한 확산과 씨름하는 노력으로 논란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법에 대한 연대기를 어떻게 계산하며 추수해 갈 것이냐는 학계의 질문이 빈번했음을 보게 된다.
혜사(515-577), 신행(540-994) 그리고 도조(562-645) 등을 당시의 불교학자로 볼 수 있으며, 원측(613-696)을 중심한 한국승려들의 관심속에도 말법지세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었던 것이다. 구체적인 연대기의 표명은 서로 다르나 세 단계로 설명하는 삼시설(三時說)이 널리 받아들여졌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 불멸의 삼시설은 불교의 다른 사상과 함께 중국• 한국• 그리고 일본불교 속에 깊숙히 자리잡게 된다.
천태 승려였던 혜사(慧思)는 그의 『입서원문(立誓願文)』에서 세 시대를 이렇게 나누고 있다.
1.정법(正法,Sad-dharma),500년.
2. 상법 (像法, Dharma-pratirupaka), 1000년.
3. 말법 (末法, Dharma-vipralopa), 10, 000년.
이는 '정법의 소멸' (Saddharma-ksina)에 대한 기술을 중심으로 삼았던 초기 문헌들에 비교하면 한층 더 발전된 이론적 구조임을 보게 된다.
법화경에서는 3장 중에서 '정법'은 자신의 열반 후 32Kalpa를 지속하게 된다고 하는 불타의 가르침을 소개하고 있으며, 그 후로 연승하는 ‘상법(像法)’ 시대도 역시 32Kalpa를 유지하게 된다고 서술하고 있다.주14
『사리불아, 이 화광 부처님이 멸도한 뒤에도 정법이 세상에 머물기는 32소겁이며, 상법도 또한 32소겁을 머무르리라" (비유품 중에서)』 결과적으로 초기대승경전은 정법의 소멸뿐만 아니라 그다음 단계인 상법의 시대를 공식화화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비달마계는 정법이 1000년 유지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그 다음으로 오는 상법의 시대를 500년으로 국한해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여성의 출가가 법의 소멸원인이 된다고 한데 반하여, 여성들이 8계율을 잘 지켜서 1000년 충분히 정법'이 실천되고 지속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정법과 상법의 소멸 이후에 대한 논의로 대집경(大集經)은 다섯 단계의 각각 500년 상한의 시간을 더 부여하며 말법에 대하여 말미를 준다. 이와 달리 많은 경전들은 더이상 연대적인 여유를 제공하지 않고 "법멸 이후 500년 정도에 대하여만 언급하면서 구도자들의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금강경은 "마지막 500년 경에는 사람들이 그 법의 가르침을 이해하거나 믿는데 큰 어려움이 있게 될 것이다"는 말을 하고 있으며,주16 법화경도 그 유사한 감각속에서 '여래의 열반후 마지막 500년 동안에 법화경을 지니고, 읽고, 염송하면 누구에게든지 큰 은혜가 주어진다'는 예언으로 대치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 시기에는 중생의 올바른 믿음의 형태와 실천을 갖는 것이 구원을 위하여 지침길이 된다고 권면하는 것이 중심점이다.주17
무량수경에서는 "불타의 열반 후 경전의 진리들이 점차 사라질 것이고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를 기만하고 모든 중생이 악한 길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불법이 다 소멸된 후에도 나의 자비로 인하여 이 정토경전은 100년을 더 전승할 것이다"라고 한다.주18
보생다라니경 (寶生陀羅尼經)은 보다 구체적인 실제를 서술하고 있는데 "마지막 불법이 소멸될 때가 오면, 그때에는 많은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이요, 또한 공포에 찬 사건이 발생할 것이다. 이 경의 공덕을 고히 간수하고 있거라, 다양한 불타들이 더 이상 전법하지 못 할 것이다. 주19"
이러한 위급한 시대가 오기 때문에 많은 불제자들은 탑상을 세우고 사원을 건축하여 많은 공덕을 쌓으라는 권면의 선언이 대승경전에 편재해 있는 것은 특이할 만하며, 이런 말법시대에는 이런 공덕이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중생들까지도 보호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생구원에로의 권면은 법멸사상과 말법사상이 주는 하나의 역동성이며, 구도생활에 대한 시대적 긴급성을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6세기초 보디류치에 의하여 번역된 대살차니건자 소설경(大薩遮尼乾子 所設經)에 의하면 말법시대에는 법을 깨치고 그것을 실천하는 길이 참으로 어려워진다는 말을 하고 있다. “나의 열반 후에, 문수야, 마지막 때가 되면, 나의 가르침은 거의 소멸하게 될 것이다. 이 고귀한 법은 더이상 믿기 힘들어지고, 실천하기도, 측량하기도 어려워진다. 만약 이 가르침을 듣고 믿음을 얻는 이가 생긴다면, 그것은 과거의 많은 부처님들께 많은 공덕을 드린 것이다. 그 부처님들의 무제약적인 공력으로 대승교리를 이해하고 믿게 되었으며 다양한 실천을 보인 이들일 것이다. 주20
열반경은 다른 어느 경전 보다도 자주 종말론적 말법시대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는 경전 중의 하나로서 4세기 초 인도의 굽타시대, 즉 배불정책의 영향권내에서 편집되었을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경전은 불교의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쓰여졌으나 상당히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구축하려는 시론으로 평가될 수 있다. 모든 중생들속에 불성(buddhata)의 실재함을 적극적으로 긍정하고 있으며 성불할 인연이 없는 단선근 (斷善根, icchantika) 마저도 구원된다는 가능성을 논지로 삼고 있다.
종말의 외형적인 현상에도 불구하고 여래는 영원하다고 믿으며, 진제와 속제를 구분하여 결국 진제는 살아 남는다는 신뢰를 제공하고 있는 경전이다.
5-6세기 중국북부의 불교탄압(446, 574년)과 중첩된 외세와 침입으로 불안한 시대를 살던 당시 중생들에게 열반경은 구원의 메시지가 되었으며, 쇠퇴하는 불교의 진리를 역전시켜 많은 중생들을 성불의 길로 인도한 경전이었다고 말할수 있는 것이다.
『"나의 정법은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 그때 그 나라에12만의 보살들이 나오며 그들이 나의 가르침을 옳게 전승하고 전법할 것이다·•••• 여래는 항상 변함없이 존재 한다.주21 정토신앙은 당시의 많은 학자들의 논의와 함께 이 말법사상을 아미타불에 대한 적극적인 귀의와 왕생극락의 가능성에로 적용하게 된다.
무엇보다 우선 모든 중생은 내외적으로 악하게 되고, 말법시대를 살고 있다는 동일화 작업에서 출발하여 아미타불의 원력이 구원의 전거가 된다는 이유를 이 말법시 대의 특징에서 찾는 것이 정토신앙 일반인 것이다.
깨달음을 위한 근기가 약한 범부 중생들에게 아미타불의 원력과 정토이행은 구원의 가능성으로 변전 뿐만 아니라 확실한 왕생구원에로 초대하는 근거가 된다고 믿고 염불의 실천을 연것이 정토신앙이라면, 이것온 또한 말법시대에 범부중생에게 새로운 비젼과 희망을 제시해준 것이 정토신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4. 맺는말
『문수사리여, 여래 멸도한 후 말법(말법)가운데 이 경 설법하려면 안락한 행에 머무를지니, 입으로 착한 말을 하고, 혹은 경을 읽을때 사람들과 더불어 경전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또는 다른 선생을 가벼이 여겨 빈정대거나 다른 사람의 좋고 나쁜 장단점을 말하지 말며, 성문의 이름을 들어 그의 허물을 말하지 말고, 혹은 그를 칭찬하지도 말며, 원망이나 혐의의 마음을 품지말라.
이와같이 안락한 마음으로 잘 닦으면 설법을 듣는 이 들이 그의 뜻을 거역하지 아니하며, 혹은 어려운 질문을 받더라도 소승의 법으로 대답하지 말고, 오직 대승으로 써 해설하여 일체의 종지를 얻게 하여라.
문수사리여, 보살마하살이 말세에 법이 멸하려 할때, 이 경전을 받아 가지고 외우고 읽는 이를 질투하거나 아첨하는 마음을 품지말고, 또 부처님의 도 배우는 이를 경솔하게 욕하거나 그 잘하고 못하는 것을 말하지 말며…………
문수사리여, 이 보살 가운데 훗 세상의 말세에 법이 멸하는 때에 이 안락행 (安樂行)을 성취한 이가 이 법을 설할 적에는 요란함이 없으며, 같이 배우는 이를 잘 만나 이 경을 같이 읽고 외우며, 또한 대중들이 와서 듣고 받아가지며, 받아서는 외우며, 외우고는 설하고, 설하고는 능히 쓰며, 또는 다른 사람을 시켜 쓰기도 하고 경전에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하리라.주22(법화경, 14. 안락행품)」
점차적으로 난경에 처하고 불법이 소멸하게 되리라는 관념은 초기 문헌 가운데 팽배하였음을 보았다. 이 종말에 대한 이해는 경전편집 시기의 인도의 사회 • 정치적 배경의 변화와 함께 승가 공동체의 내적인 변화를 당하면서 발전된 역사 이해이다.
어쩌면 승가 공동체가 그 조직과 체계 면에서 안정되지 못하였을 초기에 이 법멸에 대한 사상은 그 승가공동체 요원들의 개인적 위임과 책임을 보다 철저히 하려는데 촛점이 있었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의 승가공동체 참여에 대한 불타의 견해는 계율과 조화의 승가에 대한 위협이었기 때문에, 승가의 성패를 가늠하는 동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여성의 참여가 승가공동체에 원력올 제공한 근원으로 말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당시 문화적인 색깔이 짙은 논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후에는 내적인 요인에서 말법시대가 초래한다는 것 대신 외적인 도전과 변화에 크게 변수를 두고 있음을 보았다. 인도와 중국불교사는 이것을 사실적으로 증언해 준다
경전과 자료들을 영구히 보존하고 융성할 수 있다는 것은 불교사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고, 많은 박해와 전쟁, 천재지변으로 인한 손실은 말법의 현실을 입증해준 좋은 실재가 되었던 것이다.
많은 역사적인 문제들이 야기된 6세기 초는 불교 신앙인들의 대실험의 시기였으며, 이것이 마지막 시대일 수 있다는 말세적, 말법관이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여건이었다. 이런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말법사상은 역사적 인식과 맞물린 것이었고, 이것이 불교 자체의 변혁적 힘으로 작용했던 점을 검토해 보았다.
혜사가 이미 말법시대가 도래 했음을 선언했을 때, 적어도 수행인은 위에서 인용한 법화경의 안락행의 요지를 탐닉하고 실천에 옮겼었다.
외적인 도전은 적극적으로 내적인 공신력을 확충하는데 공헌하였던 점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잃어버린 세대에 속하지 않기 위하여 이 말법사상은 계속하여 전통적인 신행에 깊숙히 뿌리를 내리도록 부추겼으며, 당시의 사회적 실패가 부패를 , 모든 중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원의 긴박성으로 이해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국 민중불교의 꽃인 미륵신앙은 이 말법시대를 대처할 민중들이 철두철미하게 '당래하생’(當來下生)의 도리를 믿으며 새로운 역사의 개혁을 거둔 좋은 예가 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말법사상이 불교의 진리가 소멸한다는 어두운 시대의 어두운 경험을 부추겨서 많은 중생들이 유혹된 대도 있었으나, 오히려 약한자들이나 박해받는 이들의
삶에 새로운 세계가 도래한다는 반 문화적 변혁의 힘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라는 것에 주목해 보자는 것이다.
비록 전통적인 교리들이 성취할 수 없는 것을, 그 어두운시대에는 아미타불의 원력과 자비한 그의 정통에 돌아가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여겨온 다수의 신앙인들에게도 불법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고, 바른 신행이 법의 본질을 회복하게 된다는 논리를 실천해 온 것이다.
역사적 변혁의 요청과 함께 수행자들의 내적인 갱신을 요구해온 면에서 종말론적 말법사상은 불법의 전승을 가능게 한 먼저 깨달은 이들의 지혜였으며, 선도적인 예언이며 방편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수행자 자신 뿐만 아니라 승가공동체가 이 법멸사상이나 말법사상의 촛점을 현실화하고, 무한한 자비의 법에 적극적으로 귀의하는 노력 뿐만 아니라 시대적 긴급성 속에서 법의 불가사의광(不可思議光)을 역사속에서 실천하므로 사회를 변혁해가는 신앙운동에 주력하여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게 되는 것이다.
너회가 이렇게 살면••••• , 이 말법가운데 •••••, 대중들이 와서 듣고 받아가지며, 받아서는 외우며, 외우고는 설하고, 설하고는 능히 쓰며, 또는 다른 사람을 시켜 쓰기도 하고 경전에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하리라." 」
1992년10월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