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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넘어갑니다" 부활하는 막걸리시장
#대구시 수성구 중동교 부근 '3천냥 대포집'은 오후 5시부터 사람들이 몰린다. 막걸리 한되와 안주 두접시에 9천원. 저렴한 가격에 3명이나 되는 주인들의 좋은 인심과 미모까지 소문나면서 밤늦도록 손님이 끊이질 않는단다. 다른 주류도 갖추고 있지만 이 집의 주종은 양은 주전자에 담겨 나오는 막걸리. 올해 들어 막걸리 판매량이 두배 이상 늘었다고 주인들은 입이 벌어진다. #4월 30일~5월 10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식품박람회에 국내 막걸리 업체들 중 유일하게 참가한 불로막걸리(대구탁주). 한국 막걸리를 맛보기 위해 몰려든 일본인들로 인해 애를 먹었다. 김승대 지배인은 "저녁에 박람회장 문을 닫을 때까지 사람들이 찾아왔고 심지어 다음날 일찍 오겠다며 예약을 하자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덕분에 불로막걸리는 일본의 한 식품바이어와 대형 계약을 추진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현재 매달 6천병(1병 0.75ℓ)씩 수출되는 물량이 두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전국 막걸리 시장 상승세에 힘입어 대구경북의 막걸리 산업도 부활하고 있다.(소주가 발달한 북부지방에 비해 막걸리는 남도의 술이었고 대구경북도 과거 막걸리가 술 시장의 주류를 이뤘으나 점차 소주 맥주에 밀려 사양화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다 웰빙시대에 맞춰 싼 가격과 몸에 좋은 술이라는 강점을 내세우며 술 시장의 일정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 음식점에서도, 슈퍼에서도 엄청 많이 팔려 나간다. 이러다 보니 평소 외면받으면서 한쪽 구석에 처박히기 일쑤이던 백화점이나 대형소매점에서도 막걸리는 이제 주요 상품으로 등극했다. ◆확대되는 지역의 막걸리시장 지난해 12월 (주)디케이산업은 대구시 달서구 파호동 삼성상용차 부지 뒤편 성서3차산업단지 2천여㎡ 부지에 하루 생산능력 10만병(1병 0.75ℓ 기준) 규모의 막걸리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대구 최대인 불로막걸리와 비슷한 규모여서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다. "사양산업인 막걸리 공장을 이렇게 크게 지을 필요가 있느냐…." 남들이 뭐라고 생각해도 김장욱 대표와 40년 이상을 막걸리 생산에 종사해온 그의 아버지 동권씨의 생각은 달랐다. 분명 시장이 크게 늘어날 것을 확신한 것. '참탁주'라는 이름을 붙인 이 막걸리는 빠르게 시장을 넓혀 가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김 대표는 "자동화된 최신식 설비와 위생적인 처리 과정, 여기에 차별화된 맛이 참막걸리의 강점"이라고 자랑했다. 대구국세청이 파악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 양조장 업체는 110개(대구 8개, 경북 102개). 이들 업체가 만들어내는 상품은 184가지에 이른다. 대부분 규모가 영세해 두세개의 읍·면·동 지역을 주영업지로 하고 있지만 매출은 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최대 성수기인 이달 들면서 업체들은 생산 시설을 풀가동하고 있다. ◆대형소매점·백화점에서도 인기 반열 이마트에서는 지난해 막걸리 매출이 전년보다 30%쯤 늘었는데 올해 들어선 4월까지 또 50%쯤 늘었다고 한다. 홈플러스에서도 4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0% 높아졌다. 대구·동아백화점에서도 막걸리는 이미 인기상품 반열에 올라섰다. 불로막걸리로 유명한 대구탁주는 요즘 쉴 틈이 없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3월은 4%, 4월은 7% 판매량이 늘었다. 김승대 지배인은 "가장 성수기인 이번 달에는 10% 이상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요즘 팔려 나가는 양은 3월과 비교할 때 하루 0.75ℓ 1병 기준 6만병 정도로 20% 늘었다. 공장 설립 이후 최대량을 기록하고 있다. 참막걸리도 지난해 말 문을 열었을 때보다 판매량이 50%가량 늘어났다. 이러다 보니 막걸리를 취급하지 않던 고급 식당들도 막걸리를 비치해 놓고 있다. 대구 수성구 들안길의 한 횟집에선 하루 20병 정도를 준비해 놓고 있다고 했다. 이 업소 주인 조성호씨는 "회와 막걸리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조화가 된다. 생선회의 비릿함을 없애는 효과도 있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도 잘 팔려 일본에서 우리 막걸리는 유산균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고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우리 교포보다는 일본 현지인들이 주류를 이룬단다. 1995년 8월부터 수출된 불로막걸리는 매달 0.75ℓ짜리 6천병을 상륙시킨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 수출된 막걸리는 모두 4천891t으로 전년보다 25.4% 늘었다.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급 식당에서는 한식을 먹을 때 꼭 막걸리를 마신다는 일본인들도 늘고 있다"고 대구탁주 김승대 지배인은 전했다. ◆인기 있는 이유 일단 다른 술에 비해 가격(0.75ℓ짜리 공장 출고가 850원)이 싼데다 김치나 파전 하나만 갖고도 즐길 수 있다. 비타민B 등 영양성분이 많다. 유산균이 함유돼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을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술이면서도 취기가 심하지 않고(통상 알코올도수 6도), 음식처럼 허기를 면해주고, 힘 빠졌을 때 기운을 북돋워주며, 여럿이 마시면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는 등 다섯가지 덕을 지녔다 해서 5덕주로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래서 시인 천상병은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준다'고 예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