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사교육 시장은 대치동이 그 중심이고 그 중심에는 소위 “386”이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정시 확대든 수시 확대든 대치동 사교육 시장은 철옹성이라고 합니다. 정시 확대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재수.ㆍ3수ㆍ 4수를 통해 몇 번씩 도전할 수 있고, 수시 확대는 그 나름대로 고가의 입시 컨설팅 비용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1980년 7월 30일 전두환 신군부는 전면적인 과외금지를 선포하였는데 이미 1980년대에도 사회 전반적으로 과외가 문제 되었고 위화감 조성에 과외가 제일 컸기 때문일 겁니다.
1987년 6.10 항쟁에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졌고 소련 해체, 동구권이 몰락하자 이제 운동권은 새로운 자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1989년 전교조가 설립되자 정부는 전교조 교사들을 대량 해고하였고 전교조 해직교사 1,500여 명도 자리를 찾아 나섰는데 이들 상당수가 서점ㆍ출판사ㆍ번역ㆍ학원 강사 등에 종사하면서 사교육 시장을 장악했다는 것이 정설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태우 대통령은 전면 과외 금지 조치를 한 신군부의 7.30 교육개혁 조치를 폐지했습니다. 1992년 9월 서울시내 중고교 재학생의 학원 수강이 전면 허용되었고, 1993년부터 수능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존의 암기식 학력고사와 달리 수능은 학생의 사고ㆍ논리력ㆍ비판 능력 등을 평가 대상으로 삼았는데 대학 시절 사회과학 서적을 읽으며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토론과 세미나를 반복한 운동권에는 최적화된 입시 시스템이었고 거기다가 논술 전형이 신설되면서 그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입니다.
강남 대일학원을 하다 조동기국어논술학원을 연 조동기(고대 85)는 전대협 출신(고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이었고, 청산학원 최원극(외대 84), 박영재(서울대 84)는 자민통, 청산학원을 거쳐 유레카논술아카데미를 연 장민성(성대 84)은 사노맹 출신이고, 메가스터디 손사탐(손 선생 사회탐구) 손주은(서울대 81), 대표강사 이범(서울대 88), 스카이에듀 이현(서울대 83)도 운동권이라고 합니다. 이현은 교사를 하다가 전교조로 해직된 후 강사를 한 경우이고 정봉주(외대 84).정청래(건대 85, 길잡이학원)의원도 사교육업체를 운영하다 정치로 나갔습니다.
이렇게 사교육 시장의 카르텔이 형성되었다는 것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어도 대치동은 영원하다’는 말이 나오나 봅니다.(네이버 블로그 ‘아버지와 아들’ 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교육 교과 과정 내 수능 출제” 발언 직후 대재앙이라도 닥칠 듯 최고 강도의 공격을 퍼붓던 야당과 좌파 진영은 이재명 대표도 대선 때 킬러 문항 폐지를 공약했다는 사실이 지적되자 공격 포인트를 바꿨다.
수능을 5개월 앞두고 난데없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른바 ‘갑툭튀’ 비난이다. 민주당이 비난에 앞서 1분만 시간을 내서 네이버 검색을 해봤다면 어땠을까.
<제목: “올 수능 킬러 문항 없앤다” 본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문영주 수능본부장은 “이른바 ‘킬러 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으면서 변별력은 갖출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의 며칠 전 발표를 전하는 기사가 아니다. 올 3월 29일자 중앙일간지 기사다. 같은 내용의 상세한 기사들이 3월 28, 29일 양일간 방송 신문 인터넷매체 등에 수십 건 보도됐다.
‘킬러문항 없앤다’를 제목으로 뽑은 기사도 수두룩하다.
물론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은 눈여겨보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수험생이 불쌍하다”는 입시학원 강사들이 3월 당시 평가원 발표를 접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제로다.
‘우리 식구인 교육부가 설마 황금 밥그릇을 없애겠어’라며 평가원 발표를 레토릭 차원으로 무시한 채 “킬러 문항에 인생이 걸렸다”고 수험생들을 계속 꼬득이다 막상 실제 현실로 다가오자 ‘수능 5개월 앞 갑툭튀’ 프레임을 만들어 저항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지시한 건 지난해 말부터고 올 3월 평가원이 공식 발표했는데도 이 분야가 생업인 인사들이 마치 처음 듣는 얘기인 것처럼 연기를 한다.
윤 정부가 시동 건 교육개혁의 핵심은 네 가지다. 즉, △천문학적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공교육 혁신과 입시제도 개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가르치고 있는 수구 좌파세력으로부터 교육을 구출하는 일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대학의 선별적 소생과 퇴출 대학, 용도 변경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첨단산업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산업 역군을 양성하는 교육 과정과 평가 혁신 등이다.
사실 교육개혁은 역대 모든 정부가 해보려다 실패했다. 큰 이유 중 하나가 교육부 관료 집단과 교육계·업체들의 공생 관계다.
이번 교육부의 움직임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많다. 대통령의 올초 지시를 담당 국장이 고의로 이행 거부한다는 것은 공무원사(史)에 남을 만큼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드는 의문은 이주호 장관이 대통령의 의지와 염원의 강도를 정확히 이해했는지, 그리고 이를 실무진에 충실히 정확히 전달하고 실행을 위해 노력했는지 여부다.
대통령이 중대한 지시를 했으면 장관은 올초부터 국민에게 반복해서 설명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이 장관이 국민에게 수능에 대해 밝힌 적은 없다. 신년 업무보고 후 10대 교육 개혁방안 발표에도, 지난달 이를 3대 과제로 압축해 발표했을 때도 없었다.
대통령의 수능 관련 지시가 단발적 개입 차원이 아니라 교육개혁에 대한 지속적이고 강한 의지의 산물임을 이해하고 있었다면 이 장관의 16일 첫 브리핑 내용도 달랐을 것이다.
“대통령이 학교수업 밖에서 나오는 문제는 출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브리핑하는 대신 “변별력을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 내에서 출제하라는 대통령 방침이 올초 평가원에 전달됐고 이에 따라 올 3월 평가원이 킬러 문항 폐지를 공표했는데도 이번 모의고사에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해 대통령이 질책했다”고 발표했을 것이다.
이는 서툴러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의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마음속에서 흔쾌히 내키지 않으니 적극성이 떨어져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이 장관은 KDI를 거쳐 비례대표 의원, 교육부 차관· 장관, 비영리 교육 사단법인 이사장, 서울시교육감 선거 예비후보 등 평생을 교육계 관련 일을 생업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2020년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 재직 시 에듀테크 관련 기업으로부터 협회가 1억2400만 원의 기부금을 받았고, 지난해 교육감 선거 때 에듀테크 임원과 직원에게서 각각 500만 원씩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다.
장관과 더불어 교육개혁을 지휘할 한축인 국가교육위원회 이배용 위원장은 사학과 교수로 이화여대 총장을 거쳐 수십 년간 정부 산하 기관, 위원회 등에서 다양한 자리를 누려온 인물이다. 그 어떤 이해 당사자도 눈에 밟혀 하지 않고 백년대계를 만들어 가야 하는 자리의 적임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소리가 진작부터 나왔다.
역대 정부는 대학총장 출신 등을 교육장관에 많이 기용했지만 다들 제대로 개혁을 못했다. 어차피 교육계로 돌아갈 사람들이 교육계의 인심을 잃을 일을 벌이기가 어려웠다. 오죽하면 군 출신 장관이 제일 나았다는 말이 돌 정도다. 그 정도로 교육개혁 수장은 어려운 자리다. 더구나 기구축소로 대통령실에 교육 담당 수석도 없다.
교육개혁은 우리사회의 중차대한 개혁 과제다. 연간 26조 원의 사교육비는 저출산 문제를 비롯한 구조적 중병을 악화시키고 있다. 구조조정 전문가를 영입해 힘을 실어주고, 검찰이 달라붙어도 교육계 커넥션은 쉽게 깨기 어렵다. 이번에 손댄 수능 킬러문항은 수만 개 뿌리가 얽혀있는 사교육 문제의 줄기 하나에 불과하다.
더구나 한국 사회에서 우파 정부 주도의 개혁은 난이도가 몇 곱절 올라간다. 정권이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좌절시키려는 야당과 좌파 진영의 선전선동술이 우파와는 질적 양적으로 비교도 안 되게 간교하고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 정부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정교한 전략, 그리고 흠결 없고 유능한 야전 사령관이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개혁 지휘관들의 도덕적 우위다.>동아일보. 이기홍 대기자
출처 : 동아일보. [이기홍 칼럼]교육 개혁 발목잡는 안팎의 적들
한국 사회에서 대치동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동네 이름이 아니라 무슨 수를 써도 잡히지 않는 거대 사교육 시장을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교육 전문가들은 취임 전부터 사교육비 절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문재인-김상곤’ 체제 아래서도 대치동이 조금의 흠집도 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한 단계 더 성장할 발판까지 마련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대치동이 대한민국 사교육의 중심이 된 건 운동권 출신 강사들의 남다른 ‘전략’ 덕이라고 합니다. 학생들이 하루에 6일씩 학교에 다니던 2005년, 정부가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쉬는 ‘놀토’ 정책을 내놓자 대치동 학원가엔 바로 ‘토요집중반’ 프로그램이 생겼고, 명절 기간에 집중적으로 국영수를 파고드는 이른바 ‘명절 특강’을 만든 것도 대치동이었다고 합니다.
2000년대 이후 대치동에서는 운동권의 기획력과 부유층의 자본력이 결합된 상품이 끝없이 출시됐고 그것이 대중의 공포를 부추겼다는 평이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결과 공교육 현장이 망가져버렸다는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운동권이 한국 교육을 말아먹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치동을 한국 사교육의 메카로 만든 386 강사들은 이제 대치동의 주류가 아닐 겁니다. 50세를 훌쩍 넘긴 이들은 상당수가 은퇴했거나 새로운 인생 항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은 사교육 전문가들은 대치동의 명성을 흔들림 없이 공고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니 누가 대치동의 카르텔을 저지할 수 있겠습니까? 그게 교육 개혁의 당면 과제인 것 같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