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농촌과 농업에 관심이 많았어요.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다가 40세가 넘어서 생각해 보니 뭔가 새로 운 도전이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속으로만 꿈꿔왔던 귀농을 실행에 옮긴거죠."
글로벌기업 삼성전자에서 13년간 CDMA이동통신 연구원으로 일했던 박성배 씨는 도시생활도 아쉬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선 언제부터인가 귀농에 대한 호기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전남 화순이 고향인 그는 어린 시절 농촌의 풍경 을 가슴에 담고 자랐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고향을 오갈 때 마다 보이는 농촌풍경이 유난히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러한 농촌을 향한 동경은 농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 졌고, 본격적인 귀농을 실행하기 전인 2004~2005년에는 강원도 홍천에 주말농장을 마련해 천마를 재배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9년 10월 그는 결국 도시를 떠났다.
귀농 준비만 4년
박 씨는 4~5년에 이르는 긴 시간을 귀농 준비에 투자했다. 처음 귀농을 계획할 때는 농촌체험마을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2006년에 한국농촌관광 대학에서 1년간 농촌체험마을과 관련된 공부를 했으며,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 에서 도자기 교육도 받았다. 또한 개인적으로 천연염색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귀농을 앞둔 2009년 6~8월까지 3개월간 여주농업경영전문 학교에서 과수창업농교육을 받았다. 교육은 4대 과수(포도, 배, 복숭아, 사과)에 대한 기초교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됐다. 3개월간 다른 교육생들과 합숙하면서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농업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통해 기초를 다질 수 있었다.
과수창업농교육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농업에 종사하는 선도농업인들과 다른 귀농인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농업 선배들과의 만남은 막연하게만 생각하 던 농촌과 농업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됐고, 다른 귀농 인들 과의 만남은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든든한 힘이 됐다.
"과수창업농교육을 받으면서 식물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됐죠. 자연스 럽게 과수 재배에 대한 자신감도 커지더라고요." 귀농교육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박 씨는 경북 상주시의 한 사과농가에서 3개월의 인턴과정을 거쳤다.
이 기간 동안 곶감을 만드는 방법과 사과 수확 방법을 주로 배 웠는데, 이 때 배우고 실습한 것들이 지금 농사를 짓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박 씨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귀농인턴은 정부가 인턴 급여 120만원 중 80%를 지원하고, 농가가 나머지 20%와 숙식을 제공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과를 선택하다
"과수창업농교육을 통해 4대 과수중에 사과 재배하 기에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사과를 재배하기로 마음먹었죠.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차별화가 쉽다는 거니까요." 박 씨는 일부러 힘든 길을 택했다. 어려운 품목 일수록 열심히 공부해서 잘 재배하면 큰 규모가 아니더라도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인턴이 끝난 2009년 10월 사과밭이 많은 경북 상주시 공성면 도곡리에 5,600m²의 사과밭을 임대했다. 올해 2월에는 귀농지원금(이율 3%, 5년 거치 10년 상환)을 받아 5,000m²의 사과밭을 추가로 구입했다.
"사과는 빈 땅에 직접 식재하는 것 보다 기존에 농사짓던 것을 이어서 하는 것이 유리해요. 직접 식재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수확까지 최소 4년은 기다려야 하니까요." 박 씨는 다년생 과수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존에 농사짓고 있던 땅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또한 처음부터 땅을 사서 들어오는 것 보다는 일단 임대를 해서 농사를 짓다가 주변 농지의 정보를 어느 정도 습득했을 때 구매할 것 을 추천했다. 어떤 땅이든 막상 농사를 지어보면 어떤 문제라도 있게 마련인데,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정보를 얻은 후에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공부벌레다
"화학비료, 생장촉진제, 착색제, 제초제는 일체 사용 하지 않고 있어요. 친환경 자재도 대부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죠." 주 재배 작목으로 사과를 선택한 박 씨는 나름의 농사철학을 정립해 가고 있다. 크고 예쁜 사과 보 다는 조금 작고 못생겼더라도 믿고 먹을 수 있는 친환경 사과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친환경 자재도 사서 쓰기보다는 농업잡지, 인터넷 등으로부터 정보를 얻어 가능한 직접 만들어 쓰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농사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 라 스스로 약제의 특성을 터득해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서다.
귀농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박 씨는 지독한 공부벌레다. 농사와 관련된 책, 잡지, 인터넷을 통해 하루 평균 4시간 이상을 이론공부에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쓸모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반드시 실험을 통해 터득하고 농사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한다.
실제로 박 씨의 사과밭 이곳저곳에 서는 흑설탕과 막걸리를 섞어서 만든 벌레잡이통, 미꾸라지통발에 유인제를 넣어 만든 톱다리개미 허리노린재 방제기 등 다양한 친환경 기술들을 적용하려는 노력의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1년에 5번 씩 주기적으로 풀베기 작업을 하고 있다. 풀베기는 사과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작업 중에 하나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만 올해 열악한 기상조건에서도 건강하게 잘 자란 사과를 보니 박 씨의 이런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음은 분명한 것 같다.
제 딸들도 껍질째 먹습니다
"현재는 100%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어요. 전직장인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에 홍보해서 판 매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고객의 대부분이 지인들이었죠." 박 씨는 그동안 쌓아온 인맥을 사과판매에 충분히 활용했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 통신기반이 잘 갖춰진 지금은 귀농을 했다고 해서 도시생활과는 담을 쌓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도전과 새롭게 접하고 있는 문화를 도시의 지인들과 충분 히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지인들의 입소문을 통해 지금은 고객 중에 아는 사람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모르는 사람일 정도로 고객층이 두터워졌다. 박 씨의 사과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데는 그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제 딸들도 껍질째 먹습니다' 라는 문구와 함께, 귀농을 해서 사과를 키우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긴 그의 블로그 주소(blog.naver.com/sbpark9895)가 인쇄된 스티커를 사과상자에 붙여 배송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의 사과는 '사랑 가득한 과일'로 고객들을 찾아가고 있었다.
공부벌레가 되라
"처음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 어려움으로 다가왔어요. 마을 분들하고 친해지기 위한 노력도 필요했고요." 아는 사람도 없고 모든 것이 낯선 환경에 놓이면 누구라도 막막하고 쉽게 적응이 어려울 것이다.
박 씨는 빨리 아는 사람을 만들고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서둘러 지역 작목반에 가입했다. 작목반원들과 자주 만나고 조언을 구하면서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도곡리에는 박 씨를 포함해 귀농인이 6명이나 되는데, 한 때는 마을 사람들이 귀농인들끼리 몰려다닌다고 달갑지 않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가 먼저 인사하고 바쁠 때는 허물없이 도와주면서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노력들과 함께 박 씨는 조금씩 도곡리 농사꾼이 돼가고 있었다. "가족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집도 빨리 지어야 하고 할 일이 많아요. 나중에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서 더 많은 분들이 맛있고 안전한 사과를 맛볼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첫댓글 좋은정보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글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