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별처럼 빛나는 인생> 감상 / 권순진
별처럼 빛나는 인생
/ 이진우
깊은 밤,
카시오페이아를 찾아 논둑을 거닐다가
별똥별을 보았다
저 별이 떨어지면 한 생명이 태어나는가
아니면 한 생명이 져서
별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인가
은하에 천억 개의 별이 빛나고
온 우주에 은하가 천억 개 있다니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말,
틀리지 않나 보다
그 많은 사람들이
별에서 와서
빛나는 마음에 별 하나씩 품고 살다가
별로 돌아가는 게 인생이라면
근사하지 않은가
살아도 별,
죽어도 별이라면
행복하지 않은가
- 시집 『보통 씨의 특권』 (시인동네, 2015)
지난 12일 밤 '별똥별 우주쇼'가 펼쳐졌다. 하지만 한여름 그 시간 물끄러미 북동쪽 밤하늘을 슬쩍 한번 올려다보았을 뿐 별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페르세우스 별자리에서 천여 개의 별똥별이 쏟아졌다는데 같은 시간 내가 있는 곳에서는 관측여건이 좋지 않았으므로 ‘만끽’하지 못했던 것이다. 유성우는 ‘별똥별이 비처럼 내린다’는 뜻으로 지구가 혜성 부스러기가 있는 궤도를 지날 때 발생하는 특별한 천문현상이다. 그러나 실은 별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궤도로 태양계를 돌고 있는 작은 혜성을 스쳐가면서 볼 뿐이다.
우주에 있는 모든 별들의 수는 지구상의 모든 모래 알갱이의 수보다 10배가 많다고 한다. 1초에 하나씩 센다면 1년이 약 3,200만 초이므로 자그마치 2천조 년이 더 걸린다. 이 같은 숫자는 강력한 망원경을 사용해 하늘의 한 부분을 표본검사해서 내린 결론이다. 우주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별이 있으며, 어쩌면 무한대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오늘날 망원경의 기술로 관측할 수 있는 범위내의 별의 총수라고 한다. 그러니까 근거 없는 상상력은 배제하고서도 그 정도이니 별을 다 센다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숫자만 놓고 본다면 지금껏 지구상에 살다갔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 숫자 보다 훨씬 많은 별들이 하늘에서 지금도 반짝인다. 1인 1별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우주 저편에서 오는 아직 우리에게 도착하지 못한 빛도 수두룩할 것이다. 왜 별들은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많을 걸까. 별이란 도대체 무언가. 우리 인간과는 별 볼일이 없어 보이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별이 없었다면 인류는 물론, 어떤 생명체도 이 우주 안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는 별로부터 그 몸을 받았다. 별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어버이다.
‘별에서 온 그대’뿐만이 아니라 ‘그 많은 사람들이 별에서 와서’ ‘별 하나씩 품고 살다가’ ‘ 별로 돌아가는’ 우주의 순환 속에 있다. 우주에는 천억 개의 은하가 있다고 한다. 은하간의 거리는 너무나 멀어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은하인 안드로메다은하만 하더라도 이백만 광년이나 멀리 떨어져 있다. 그 시공의 상상만으로도 아득함을 넘어 어질어질하다. 그렇게 견주어보면 이승에서의 삶 전부가 아주 짧은 꿈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별들을 인도양 모래알처럼 쪼개어 생각하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돌연 아득해진다.
‘살아도 별, 죽어도 별이라면 행복하지 않은가’라고 했지만, 지구라는 작은 행성 위에서의 짧은 삶이 티끌처럼 보잘것없고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에서 칼 세이건이 말했듯이 “우주공간에 외로이 떠있는 한 점을 보라. 우리는 여기 있다. 모든 인류가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티끌과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 그러나 삶은 계속되고 티끌의 시간 위에서도 인간은 온몸으로 사랑을 하고 온몸으로 삶을 밀고 나간다. 허무의 백척간두 위에서도 인간은 삶의 완성을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인간의 행복이며 위대함일 것이다.
권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