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아줌마란 결혼해서 애를 낳고 사는 여자를 이른다.
결혼을 했을 경우에만 아줌마란 호칭을 한다.
나이를 먹었더라도 결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 아줌마라고
호칭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그러니까, 아줌마를 집안살림이나 하는 가정婦란 빗댐에 근거가
있다.
애를 낳지 못해도 결혼해서 남편을 두고 있으면 영락없이 아줌
마가 된다.
이 말에는 약간 어폐가 있다고 하겠다.
아내를 생각없이 아줌마라고 불러서는 아니된다.
정말 화가 났거나 속이 상할 때, 호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 정도의 구별을 할 수 있어야만 어른이다.
대체적으로 농삼아 부르는 일이 있어서 참견한다.
그리고 그건 최소한의 화풀이도 될 수 있다.
필자에게 있어서 아줌마란 정의는 남다르다.
정체적이거나 퇴보적인 삶을 영위하는 모든 여성을 지칭하는 것
으로 결혼의 여부나 지위의 여부를 막론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필자에게 '아줌마'란 소리가 나오는 것을 별로 좋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아줌마라고 불렀다고 해서 화를 낸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불림
에는 이미 각성을 촉구하는 바램이 함축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느 때는 잘못된 언행을 하고 있는 여자를 두고서도 가벼운 질
책으로 '아줌마'라고 불러준다.
아줌마라고 불리기를 싫어하는 여자들은 '사모님'으로 불리기를
좋아한다.
이 사모님에 대한 환상이 제비족들에게는 좋은 말짓거리가 된다.
아줌마란 이를 자청하는 여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데, 바로 둔감하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까닭이다.
아줌마라는 호칭을 싫어한다는 한 여성은 '아줌마'란 호칭이 어
쩐지 꿔다놓은 보릿자루를 연상하게 하기 때문이란다.
물론 아줌마를 지상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여자들도 퍽이나
있다.
그런 여인네들은 개성?이 강해서 아줌마을 스스로 연출도 하거
니와 다른 사람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다른 이들에게 관심이 없는 삶은 낙후되고 만다.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끊는 행위는 참답다고 할 수 없다.
어쩌면 아줌마란 스스로 원해서 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정말 발전할 자신이 없을 때, 아줌마를 자처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남정네들이 아줌마에 대한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지... , 신비로운 느낌이나 정다운 느낌으로 부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
진보하지 않아도 좋은 것이 아줌마인가?
꾸미지 않아도 자신을 버리지 않을 든든한 남정네가 늘 곁에
있으니, 그럴만도 하겠지만...
어쩐지 입맛이 씁쓰레 하다.
그 남자는 밖에서 연신 아줌마임을 자처하지 않는 다른 여자의
모습에 잠시 넋이라고 잃어 보는 것이다.
그 재미야 말로 직장 생활을 하는 남자들의 스트레스를 해소시
키는 모양이다.
개중에는 그렇지 않은 남자들도 많다.
그렇지 않은 남성들은 상대방의 겉모습에 홀린 일이 한번도 없
노라고 단언까지 하고 있다.
여자의 속을 알지 못하고는 절대로 그가 어떤 여자인지를 함부로
말할 수 있겠느냐고 강변하기도 한다.
아줌마로 불리기 싫어서 옷도 간결하게 입고 유행을 따르려는
노력들이 보이는데, 그런 식으로라도 아줌마들의 한계를 극복
하려는 노력들이야 가상하다지만 해결책은 아니다.
가끔 자신을 키워줄 수 있는 동반자를 선택하라는 말을 하는
것도 다 이유다.
결혼은 아줌마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줌마의 운명을 벗
어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아줌마는 아주머니의 줄임말이다.
그리고 아주머니는 아기주머니의 줄임말이다.
아가씨나 아저씨도 바로 성적인 의미가 있다.
아가씨는 곧 성숙한 아기주머니가 될 여린 아기주머니란 뜻이고
아저씨는 그런 아기주머니에 씨앗을 제공하는 존재란 뜻이다.
성적 특징을 가지고 사람들의 호칭을 삼았다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성을 낮은 수준으로 보았던 전례가 있어 욕설에도 자주 인용되
지만 세계에서 성을 욕으로 삼는 비율이 다른 민족보다 특별히
많다고 하는 이야기는 성을 비하하는 면도 있는 반면에 친숙한
것으로 보려는 시도도 있었을 것으로 이해가 된다.
아기를 낳고 기르면서 사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던 사람들에게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충고는 사형선고와 같다. 그들은 대
개 아줌마를 숙명의 천직으로 알고 살아간다.
무슨 얼어죽을 숙명인가?
여자의 숙명이 다른 짐승에게서 보듯이 새끼를 낳아 키우고 시
집 장가보내는 것으로 끝나서는 아니된다.
그런 점에서 아줌마를 거부하는 분이 있다면 장한 일이다.
필자는 본래의 아줌마란 호칭에 이의가 없다.
단지 요즘 세태가 아줌마란 호칭에 귀한 느낌을 앗아갔음을 이
야기 하려고 한다.
은유적인 비꼬임이 아줌마란 호칭속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
이다.
사실 '아줌마'란 호칭은 필자가 어릴 적에도 풍성한 감성에도
늘 친밀감을 주기도 했다.
솔직하고 정감있는 그런 호칭말이다.
아줌마들은 아무리 젊더라도 버스간에서 하얀 젖무덤을 내어 놓
고 당당하게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고, 그 모습을 모두가
정다웠다고 했을지언정, 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
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우유병의 꼭지를 물고 있는 어린 아이
들을 보여도 그런 용기있고 자신만만한 아줌마의 등장을 어렵게
했다. 겨우 아랫도리나 길게 내어 놓고 자신이 얼마나 섹시한지
를 자랑하고 싶은 모습들로 모양이 바뀌었다.
아줌마가 지녔던 거룩한 뜻.... ,
그뜻이 변질되고 있단 말이다.
요즘에 아줌마를 자청하는 여자들은 그 의미부터가 다르다.
신성하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해주길 바라겠지만 그런 자태를 지
닌 분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새로 시작하고 싶어도 이미 나이를 먹어 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안주할 수 밖에 없어서 늘 자신을 개성주의자'라
고 변명하면서 사는 '아줌마'들이 흔하다.
그런 당신들이 아줌마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퇴보적, 정체적인 존재로써의 아줌마를 주장하면서 개나
발을 불어대는 사람들과 운명을 함께 하지 않기를 충심으로 권
유한다.
당신들은 정말 신성하고 아름다운 아줌마들이다.
그리고 호칭을 거부하던 거부하지 않던 그것이 당신들, 결혼한
여성들의 개성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참고할 일이다.
- 바람의전설
출처: 스노우보드와래프팅 바람의전설 컬럼
첫댓글 항상 건강하셔서, 우리나라에도 아직 천사들이 있음에, 소수의 그들, 하늘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분들을 지켜주시고 함께해십시오. 그 아무리 소수이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