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남자
Jason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퇴색한 정물화같이
무심한 뒷방 늙은이가 돼가는 것 같다
쪼그라드는 풍선처럼
견딜 수 없는 일상에
하루가 촌음 같다
머지않아 운전대를 놓을 수밖에 없다고
미리 짐작하는 안식구의 말이
고깝고 서운해
신경질을 부리 듯 베란다 창문을 연다
벌집 같은 집집마다 불이 켜져 있지만
더러는 불이 꺼진 집도 있는데
불 꺼진 그 집 창문에서
빨간 담뱃불이 반딧불처럼 떠오른다
누군가 이쪽을 보고 있는 눈길이다
그쪽도 늙어가나 보다
담배 한 대가 갈증처럼 목이 마르지만
다 늙어 무슨 담배냐는 아내의 지청구가 귀찮아 애써 참아내는 나이가 괴롭다
아직은 이라고
북한산을 쑥쑥 오르며
앞 사람을 보란 듯이 제끼는
유치한 치기의 저항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눈치 없이 착한 청년에게
애써 사양을 하고
다리에 더 힘을 주어
흔들리지 않도록 버티는 오기
도대체 늙어서는 늙은 대로
젊어서는 젊은 대로
근거 없는 오기는
왜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올까
지나가는 젊은 여자의 종아리에
저절로 눈길이 가는
아직 늙은 남자의
식어가는 맥동이 조용히 꺼져간다
한 때 경운기 엔진 같던
때가 있었지
24(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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