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도사리(2013-214호)≫
《 똥구멍으로 시를 읽는다 》
- 「2013-11-14(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 똥구멍으로 시를 읽다>
- 고영민 시인 -
어제 재미있는 시 한 편이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드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재미있는 시 한 편 여러분들에게 올려 드립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한번쯤은 겪어보지 않으셨습니까? 그 상상을 해 보니, 공감도 가고 더 재미있습니다. 똥구멍으로도 시를 읽을 수 있네요.
겨울산을 오르다 갑자기 똥이 마려워
배낭 속 휴지를 찾으니 없다
휴지가 될 만한 종이라곤
들고 온 신작시집 한 권이 전부
다른 계절 같으면 잎새가 지천의 휴지이련만
그런 궁여지책도 이 계절의 산은
허락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들려온 시집의 낱장을
무례하게도 찢는다
무릎까지 바지를 내리고 산중턱에 걸터앉아
그분의 시를 정성껏 읽는다
읽은 시를 천천히 손아귀로 구긴다
구기고, 구기고, 구긴다
이 낱장의 종이가 한 시인을 버리고,
한 권 시집을 버리고, 자신이 시였음을 버리고
머물던 자신의 페이지마저 버려
온전히 한 장 휴지일 때까지
무참히 구기고, 구기고, 구긴다
펼쳐 보니 나를 훑고 지나가도 아프지 않을 만큼
결이 부들부들해져 있다
한 장 종이가 내 밑을 천천히 지나간다
아, 부드럽게 읽힌다
다시 반으로 접어 읽고,
또다시 반으로 접어 읽는다
- (이상 퍼온 글) -
♤♠♤ 주저리주저리 ♤♠♤
‘똥구멍으로 호박씨 깐다’ 라는 속담이 있다.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말이라고 한다.
똥구멍으로 호박씨를 깔 정도면 머리가 대단히 좋아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호박씨에는 머리가 좋아지는 영양분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호박씨를 많이 먹으면, 똥구멍으로도 호박씨를 깔 정도로 비상해질 수밖에 없다.
첫댓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