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요즘 두산팬들 사이에서 [홍성흔]이 꽤 많은 욕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FA로 두산을 떠날 때 모양새가 좋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아직도 홍성흔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두산 팬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8개구단 팬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 게시판을 보면
홍성흔의 컴백을 반기지 않는다 / 그냥 김동주가 리더 하면 된다 / 홍성흔 6월 성적 별로다...
그런 글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선 반대(?)의견이 잘 보이지 않아서 그 의견들이 마치 '절대다수 주류의견'인 것 처럼 보일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상한(?)것이
야구장에 가보면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잠실구장이 약 3만석 가까이 되지요
내야가 꽉 찼으면 거의 2만명 이상
그 중에 절반 이상은 홈팀 팬이니까 만명 이상은 두산팬이라고 보면
현장에서 [홍성흔]을 응원하는 분위기는 인터넷의 그것과 참 다릅니다.
누가 봐도, '미러클 두산'의 리더이자 허슬두의 선봉장처럼 보이죠.
2006년인가
문학에서 류현진이 마무리로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야구장에서 우리팀 덕아웃을 향해 '쌍욕'을 했습니다.
그런데 99번 등번호가 보이는 순간, 3루쪽 관중석에서 열렬한 환호가 쏟아지며 다들 류현진을 연호하더군요.
'우와 류현진이다~ 이길 수 있다' 이런 외침이겠지요.
그때 참 혼란스러웠더랬습니다.
내가 생각한 것 /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절대 다수를 이루는(혹은 그렇게 보이는) 의견은 과연 '다수 의견'과 일치하는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또, '다수의 의견은 항상 옳은가' 이런 고민도 하게 되고요.
한대화 감독 경질설이 한창 인터넷을 달굴 때
김인식 감독이 젊은 선수 안 키운다고 인터넷에서 한창 욕 먹을 때
야구장에 가보면, 관중들은 꼭 1번부터 9번 연호할때 마지막에 감독 이름을 붙였고
김인식 감독은 경기 끝나고 선수단 버스탈 때 보면 어지간한 야수나 투수들보다 더 인기가 많았더랬습니다.
어제 잠실구장 포수 뒷쪽에 앉았습니다.
3루 내야석이 거의 꽉 찼더군요
어림잡아 한화팬이 7~8천명은 온 것 같았습니다.
우리 카페 게시판에서 조회수가 높은 글이 대개 1,200 정도 되니까
모르긴 해도 카페에서 활동하는 거의 모든 회원보다 약 10배 가까운 사람들이 왔다는 거죠.
저는 포수뒤에 앉아서
윤근영이 몸 풀때 '뜨악' 했고
지는데 등판하길래 '쟤는 도대체 선발이냐 마무리냐 중간계투냐 원포인트냐 아니면 패전처리냐' 하며 투덜댔습니다
김태완이 초구땅볼-2구병살-3구삼진 이렇게 세 타석을 보내고 마지막 타석에 홈런을 쳤을 때는
박수나 환호 대신 '엇박자 정말 심하구나' 싶어서 속으로 한심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관중들은 안 그러더군요.
생각해봤습니다.
아마 저는, 야구 [덕후]에 가까울겁니다.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야구팬으로 살면서, 심지어 군인일 때도
(훈련소 6주를 제외하면) 그날의 야구 결과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적이 한번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에는 야구 덕후만 있는 게 아니죠.
주말이니까, 비도 안 오고 날씨 선선해서 괜찮았으니까
기말고사가 끝났으니까
친구들이 가자고 해서
핑크빛 무르익는 썸녀가 있는데 그녀가 두산팬이어서
야구장에서 먹는 치맥이 맛있다고 잡지에서 본 적이 있어서
옛날에 아빠가 야구장에 많이 데려가셨는데, 내일이 아버지 기일이라 그분 생각이 나서
아들한테 야구장 구경시켜주고 싶어서
한동안 야구장에 못 가봐서, 모처럼 스트레스 풀려고
그렇게 숱한 이유로 사람들은 야구장에 왔을거고
나한테 야구가 소중하듯, 어제 그 순간의 야구는 관중석의 모두에게 똑같이 소중했을 겁니다.
사실, 어제 야구장에서 한번도 응원하거나 환호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야구장에서 막대풍선 치고 소리 지르는 성격도 아니거니와
무너질대로 무너진 응원팀 전력이 어이없고 한심했으니까요.
어제 관중석 구석구석에는 저 같은 팬도 분명 있었겠고
반대로, 전력을 관찰하러 온 게 아니라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냥 [소풍]온 팬들도 있었을 겁니다.
홍성흔과 김동주-윤석민과 오재일 최준석 사이의 [역학관계]를 고민하는 두산팬보다
홍성흔의 홈런과 타점이 마냥 신났고 오늘부터 그냥 일상으로 돌아갈 보통(?)의 두산팬이 더 많듯 말이죠.
왜 이런 간극이 생길까 곰곰히 고민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글스 팬들이 [보살]이어서 응원을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3년 연속 PS / WBC / 올림픽 영향으로 한화팬이 부쩍 늘었는데
그 사람들이 아직은 야구 자체를 재밌어하고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툭 터놓고 말해서,
김인식-류현진 시절에 한화야구에 빠진 분들이 아직 야구를 즐거워하고 계셔서 그렇다는 생각 말입니다.
(카페 정모 해보면 이런 분들 확실히 많습니다)
(요즘은 빙그레 올드팬 비율과 06~08사이에 한화가 급 좋아지신 분들 비율이 거의 비슷하거든요)
한화팬들은 성적이 나빠도 구름관중이 모여서 응원을 열심히 한다고요.
지금이야 그렇죠. 그런데 천년만년 그럴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는 똑똑히 기억합니다.
2002년 월드컵때,
바로 전 시즌에 한화가 4강에 갔는데도 그 시절 야구장에 사람이 얼마나 없었는지 말입니다.
예매 따위 할 필요 없이 아무때나 야구장 가면 표가 넘쳐났고
외야도 아니고 내야 응원 지정석에도 사람이 없어서 혼자 4~5자리씩 차지하고 앉아서 봤습니다.
거짓말 같습니까?
천만에요. 기억하는 분들 여기도 많으실걸요.
한화팬이 유난히 의리있고, 홍창화 단장이 유별나게 멋있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지금은 그냥 [야구] 자체가 인기있는 겁니다.
프로야구가 르네상스라 9개구단 모두 관중이 많은겁니다.
'덕후'들 뿐만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야구장에 놀러오는 관중들도 아주 많다는 뜻입니다.
덕후들이야 욕을 욕을 하면서도 끊을 수 없는 중독 때문에 계속 TV든 관중석이든 지키겠지만
야구가 재미없어지면, 새로이 유입된 팬들은 언젠가 다시 떠나갈지도 모릅니다
바로, 2000년대 초반 [한국 야구의 위기]를 논하던 그 시절처럼 말입니다.
빙그레 시절에 야구에 빠진 올드팬처럼 그분들 모두 천년만년 야구를 좋아해줄 것 같습니까?
글쎄요. 80년대 그 시절에야 다른 놀거리가 별로 없었지만
요즘이야 취미로 삼을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사람들이 그저 야구에 푹 빠져 주겠습니까.
그러니까 제 말은, 만일 야구가 재미가 없다면 말입니다.
야구 르네상스가 잦아들기 전에 지금의 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관중이 69명 들어왔다던 2002년 수원구장의 어느날 처럼
관중에 100명 남짓 들어와서 외야석 관중들이 불판에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던 2002년 사직구장의 어느날 처럼
대전구장도 그렇게 을씨년스러운 야구장이 될 겁니다.
구단분들께 조심스레 경고 드립니다.
홈페이지에서 [한화팬을 뭐라고 부를까요? 정답은 보살] 이런 어이없는 이벤트나 기획하지 마시고
얼른 정신 똑바로 차리시기 바랍니다.
지금이야 당신들 밥줄이 탄탄해보이시겠지만
그건 당신들이 잘해서 그런게 아니라 야구가 인기있는 덕분에 그런 거니까요.
야구 인기 떨어지면 어느 팀 관중이 제일 먼저 줄어들 것 같습니까.
LG 두산 롯데 기아 삼성 SK.....?
글쎄요. 저는 그런 팀들은 아닐 것 같고요.
그러면, 남는 건 넥센 NC 한화네요.
위기감이 잘 안느껴지는 것 같은데
감독이 자꾸 경질되면 다음 칼끝은 어디겠습니까.
그리고 감독을 자꾸 바꿔도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뭐겠습니까.
정신들 차립시다.
저는 야구가 그냥 취미지만
거기 계신 분들은 이게 밥줄 아니던가요.
P.S_올드팬과 새로운팬을 갈라 누가 더 낫다는 뜻으로 얘기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관중수가 야구붐에 기인한 바 크다는 의미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네이버중계로보는디 두산팬 대다수가 홍성흔 선수욕하던데요 홈런쳐도 욕먹고
먹튀다 병살쟁이 승질만드럽다 왜그러는걸까요 불편한진실
왜하필...야구는 전성기인데 우리팀은 바닥을 헤맬때 깊은 사랑에 빠졌는지..제작년까지도 일년에 야구경기를 티비로 한번도 안봤었는데 왜하필 작년부터인지 ..흑~
격하게 공감합니당
왜 찬호 박은 나를 이글스에 덩그라니 남겨둔채 떠나버린건지...ㅠㅠ
구단 자체가...일단 흥행은 되니 문제 없는줄 알고 있는게 문제죠...에휴 ㅠㅠ
진짜 정신 좀 차렸으면 하네요 에효
직관가서 앞뒤 옆분들 얘기 들으면 응원 첨 오시는 분들도 있고 타팀팬인데 세컨으로 응원 오신 분들도 있고. 윤근영 올때올때 김감독한테 혼자 뭐라뭐라 했는데 나중에 윤선수가 자꾸 볼만 던지구 폭투하니깐 그제서야 뭐라뭐라 하더군요. 속으로 윤근영이 어긋제 선발인거는 아냐 했습니다
대전같은 경우는 응원석하고 일반관중석하고 확실히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잠실처럼 관중들이 다 환호하고 그러지는 않더군요,,,일반 관중석에서 감독욕, 응원석 관중들 정신 나갔다고 욕하는 팬들 많습니다..
응원 자체가지고 뭐라 하지는 않아요...근데 크게 지고 있을때 육성응원, 행복송 나오면 사람들이 말나오기는 하더군요...왜 저러냐고...주위 상대팀팬들은 비웃구요..
어느때부터인가 야구를 즐기러가는거보다는 야구응원을 즐기러 가는 문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한화의 야구는 즐길 수 없어서....응원이라도..창화신의 열정으로 버티는 듯...근데 실상은 외야만 가도 상대편 선수 이름 부르면서 응원하거나 우리편 수비수 이름 부르면서 대놓고 비난하고 그러는 사람도 많아요
공감!
나름 원년 팬이지만 전 야구가 그냥 보고싶어서 갑니다
잠실, 목동은 아무때고 그냥 저녁에 혼자 가서 봅니다
올해 야구장 한 열번 간것 같은데요 한화 경기는 한번도 못갔네요
요즘 우리팀 분위기가 어떤지는 디테일하게는 모르지만
1군 선수들이나 2군에 내려간 선수들 그냥 그 자리에 안주하고 있는 느낌 입니다
아직 빙그레 시절과 99년 짜릿함을 잊질 못하고 있는데요...
그 시절은 다시 돌아 올까요?
작년까진 안그랬는데 유독 올해는 우리팀 경기 보는게 꺼림직 해 집니다
감독을 암만 바꿔봐야 프런트 정신상태 싹 바뀌지 않으면 .. 팀에 변화가 없을것같습니다..
프런트도 경질할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ㅠㅠ
지금이 딱 재미없네요...감독탓인것 같으면서도...무엇인가 빠진듯한...
끊었던 담배가 생각나네요
한화 뿐만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팀들의 경기력이 하락했고. 이게 프로인가, 고교야구인가 싶을 정도의 플레이가 속출합니다. 한화가 '대표적인 예'겠지만 말이죠.
프로야구 르네상스 이지만. 경기력 저하와, 스타 플레이어 부재는 언젠가는 인기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농구대잔치 시절을 회복하지 못하는 프로농구처럼 말이죠.
맞는 말씀이에요...저도 새로 유입된 팬인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매일 매일 경기 챙겨보고 팬까페며 야구 커뮤니티며 돌아다니면서 글 읽고 기사도 다 찾아보고 야구장 가서 응원도 하고 그랬었는데 올해는 정말 너무 재미 없고 참고 보기가 힘드네요. 여전히 기사 찾아보고 시간될 때 경기 중계도 보기는 하지만 팬까페는 정말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계속 이상태라면 아예 관심을 끊게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드네요.ㅠ 서울 살다가 올해부터 대전에 살게 되서 드디어 홈경기 직관할 수 있겠구나 기뻤는데 직관 때마다 경기 내용이...ㅠ
저는 요즘 괜시리 걱정되고 두려운게 이러다 우리 팬들 정말 등돌려 아주 예전 쓸쓸하던 야구장을 보게되지 않을까...사실 작년에 비하면 모든구장이 다 많이 휑하니까요...특히 우리팀은...저는 대전에 사는게 꿈인데...맘껏 홈경기 보고파서요...나이들어 그냥 잠시 꾼 꿈이될까 걱정이네요...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