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의 일들은 정말 빨리 변한다. 거스 히딩크가 갑자기 첼시의 감독이 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히딩크는 잉글랜드에서의 지도자 생활을 오랫동안 원해왔고 드디어 그 기회를 맞이했다. 사실 히딩크가 2000년 이후 택했던 모든 자리들은 잃을 것이 없는 도전들이었다. 히딩크는 언제쯤 자신의 명예를 담보로 걸 수 있을 만큼 용감해질까? 그는 마치 국제 축구계의 해리 레드냅 같다.
히딩크가 매우 훌륭한 감독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명성이 상처 입을 일은 시도하지 않았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다. 언제나 기대치가 낮은 팀들만 선택하는데, 이러한 곳에서는 약간의 성공만 거둬도 찬사를 받고 실패해도 적절한 변명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히딩크가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물론 환상적이었고 멋진 일이란 멋진 일은 모두 다 해냈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의 감독 역시 잃을 게 없는 도전이었다. 많은 돈을 지급 받았으며 월드컵이라는 압박에도 시달렸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월드컵에서 단 1승도 해보지 못한 팀이었다. 하지만 히딩크는 영리했다. 월드컵 개최국 한국이 첫 승을 거두고 16강에 진출할 확률이 높은 것을 내다봤다. 히딩크가 만들어낸 어마어마한 업적을 깎아내리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히딩크가 만약 실패했다고 한들, 그로 이한 커다란 이슈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월드컵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팀이 또 다른 패배를 당한 것뿐이었을 테니까. 이런 경우 감독이 비난 받을 일은 거의 없다. 2002 월드컵에서 한국이 전패를 당했다고 해도 세계 축구계는 ‘외국인 감독으로서 월드컵 무승의 팀을 이끈다는 게 쉽지는 않았겠지’라고 말하며 히딩크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이 실패했다는 사실 역시 금방 잊혀졌을 게 분명하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유럽 축구팬들은 한국의 16강 진출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다. 히딩크의 이미지도 약간의 상처는 입었을 테지만 성공했을 때 다가올 달콤함에 비하면 그러한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는 스페인에서 방황하던 히딩크의 이미지가 2002년 이후 어떻게 상승했는지 분명히 목격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훌륭한 성공이었고 그 어떤 이력서에도 자신 있게 써넣을 수 있는 경력이었다. 그래서인지 히딩크는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의 국가들만 골라서 도전했다.
호주의 경우를 보자. 호주 역시 국제 무대에서 아무런 성공을 거둔 적이 없는 팀이었다. 월드컵 본선에 단 한 번 진출해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던 것이 호주의 과거였다. 따라서 기대치는 낮았던 반면, 성공은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히딩크는 호주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힘든 그룹을 뚫고 16강에 진출했으며, 챔피언이 된 이탈리아와 대등한 경기력으로 맞서다 아쉽게 패했다. 대단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을 부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히딩크는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일을 해냈고 명성, 자신감 그리고 두둑한 연봉을 챙겨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히딩크의 다음 도전은 또 다시 변방이었다. 본인만 원했다면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세리에 A 톱 클럽으로의 진출도 가능했겠지만 히딩크의 목적지는 러시아였다.
잠재력은 있었지만 제대로 된 성공의 기억이 없었던 러시아는 유로 2008 예선에서도 잉글랜드 등과 함께 힘든 조에 속해있었다. 러시아가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한들, 그 누구도 큰 불만은 터뜨리지 않았을 것이다. 히딩크가 실패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없었을 테고. 그러나 러시아는 보란 듯이 본선에 진출했고 히딩크는 또 다시 영웅이 됐다. 기대가 크지 않던 팀을 골라 또 한 번의 인상적인 업적을 이뤄낸 것이었다.
이제는 첼시다. 첼시는 한국, 호주, 러시아와는 달리 성공에 대한 커다란 압박이 존재하는 팀이다. 스콜라리는 1위로부터 7점을 뒤진 성적표와 챔피언스리그 2 라운드 갖고는 첼시에서 버틸 수 없음을 깨닫고 쫓겨났다.
그 자리를 히딩크가 물려받은 것이다. 하지만 히딩크는 정식 감독직을 약속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만 첼시에 머무른다고 한다.
또 다시 비슷한 상황이다. 짧은 시간 동안 기대치가 떨어진 팀을 지휘하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첼시의 우승을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리뉴의 뒤를 이었다면 용기 있는 움직임이었겠지만 스콜라리의 뒤를 잇는 것은 딱히 어려운 미션이 아니다.
만약 첼시가 맨유와 우승 경쟁을 벌인다면 히딩크는 런던에서도 영웅으로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첼시가 4위에 머문다고 한들, 이를 히딩크의 잘못으로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히딩크로서는 자신이 스탬포드브릿지에 입성했을 때의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러시아로 돌아가면 끝이다.
히딩크는 뛰어난 전술적 시야를 갖고 있는 축구 지략가다. 또한 실패해도 괜찮고 성공하면 얻을 것이 많은 팀을 찾아 움직이는 데도 탁월한 시야를 갖고 있다.
히딩크가 퍼거슨의 뒤를 이어 맨유 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까? 사람의 마음은 모르는 것이지만, 그러한 자리는 더 이상 히딩크의 관심사가 아닌 듯하다.
=존 듀어든은 런던 정경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을 졸업했으며 풀타임 축구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가디언, AP 통신, 축구잡지 포포투(영국, 한국), 골닷컴에 아시아 축구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를 송고한다.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그는 호주 ABC 라디오와 CNN에서도 활약하는 국제적인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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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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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퍼거슨의 뒤를 잇기에는 나이가..ㅋㅋ
애초에 2010년에 러시사와 계약이 끝나면 은퇴할 계획이니 어쩌면 퍼거슨보다 더 빨리 은퇴할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히딩크의 러시아가 본선에 진출했을 때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에게 홈에서 패해 유로 2008을 집에서 TV로 지켜보고...
딩크옹 은퇴하면 한국에서 노후를...=_=
솔직히 PSV말고는 다 그런 삘이 나긴 함 ㅋㅋ
그런삘이 나긴하는데 그걸 연속으로 계속 성공시킨다는게 굉장한거죠 듀어든이 실패했어도 어쩌고 저쩌고 라고 했지만 전부 성공했다는게 히딩크의 굉장한점
히딩크가 실패했다는 내용은 본문 어디에도 없는데요 -_-)))
레알 말아먹은 이후로 성공가도!
듀어든이 히딩크가 실패했어도 잃을게없으니 어쩌고 저쩌고 라고 했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