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서관에서 저녁 아홉시경 귀가하면서 추웠다.
특히 늙고 긴 다리 두 개가 추웠다. 춥다라는 생각을
떼어낼 수 없게시리. 아조 애티게 작은 돌맹이 같은
것으로 변해 따뜻한 남의 주머니 속으로 쏙 숨어들고
싶었다. 그리해도 그럴 수는 없을 터이고.
잠옷은 아니로되 잠옷처럼 포근하고 부드러운 옷감을
여러 겹 누벼 양쪽에 주머니, 뒤 쪽에 주머니 둘, 허리와
발목엔 넉넉한 고무줄이 있는 항아리풍의 패셔너블한
바지는 없을 것인지... 궁리하였다.
생각해 보니 스님들 입으시는 동안거 겨울 바지가 가장
적절하다 싶으나 승복이므로 일반인이 입어도 될지 ...
근심이다 . 요즘 입는 내 바지는 주머니가 다 합해 여섯인
건빵바지인데, 얇지 않은 옷감임에도 춥다.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을 만큼 옷 품이 넓지않아 더 찹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차가운 바람이 슝슝 - 버스 또 한
번 더 갈아타야 하는데 ... 버스에서 내려서 집까지는 조금
더 걸어가야 하는데...정류장 가까운 굵은 나무둥치에 기
대 서서 201번 버스 오기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201번 버스
는 오지 않고 273 번 버스만 자주 온다. 에고고, 칩어라!
하늘은 새파랗고 자동차들 불빛은 쌩쌩 달리고 .. 조금 보태
삼십여 분 쯤 더 지달리다가 더 못 참고 택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