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한 꺾임, 아니 환한 슬픔을 본다. 가장으로 식솔을 거느리고 먹여 살려야 한다는 소명의식 때문에 아버지들의 어깨는 쳐져 있거나 무겁거나 긴장하여 올라가 있다.
살아있는 한 꽃망울을 달고 꽃을 피우느라고 물을 올렸을 저 나무를 화자가 아버지로 느끼는 건 기억 안의 누군가가 그렇게 명을 달리 했으리라. 검은 일터 너머로 누릇누릇 마른 잔디가 곱게 단장된 묘소가 보인다.
직업 군인으로 근무지마다 떠돌던 남자의 이야기도 애처롭다. 아내는 남편을 따라 다닐 수가 없어서 아이들과 서울에서 살았다. 가족이 있어도 없는 생활이 의미없다 싶어 남자는 전역을 하자마자 전원생활을 하자며 새 집을 짓고 가족과의 행복한 생활을 꿈꾸었다. 푸성귀며 꽃을 가꾸면서 아내가 오기를 기다렸으나 아내는 자녀들 곁을 떠나지 않았다. 남자는 군 생활이나 전원 생활이나 외롭기는 마친가지였다.
결국 남자는 홀로 깊은 병을 얻고 쓰러졌어도 그 집 뜰에는 가족맞이용 꽃과 먹거리가 풍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밥의 꽃, 아버지의 소명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부러진 나무둥치의 붉게 물든 아픔으로 실감한다. 처연한 이미지가 심안을 장악한다. 못 잊을 것 같다.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