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때 어머니는 추석이나 설 명절이 다가오면 식구들의 옷도 씻어 말렸다가
다듬돌 위에 개벼 놓고 다듬방망이로 장단 맞춰 두들겼다가 어느 정도 구김 살이 펴 졌다 싶으면
다라미에 숯불을 담아 다름질을 했다. 다림질을 할 때는 혼자서 하지 못하므로 나를 맞은 편에 세워서
빨래를 팽팽하게 잡아 당기게 하였다.
빨래뿐만 아니라 제사에 쓸 놋그릇 닦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퍼렇게 녹이 슨 그릇을 기왓장을 부수어 가루를 내어 쑤쎄미에 묻혀 헌 가마니 위에 놓고 힘껏 돌려가면서 문질러야 했다.
지금 같으면 녹을 벗기는 화공약품이 있어 조금만 넣고 문질러도 광이 반짝반짝 나지만 예전에는 그런 약도 없었으므로 하루 종일 딱아야만 했다. 일제때에는 제사 그릇인 놋그릇을 대포만드는 데 쓴다고 공출내라고 하여 대부분의 집에서는 거의 다 뺏았겼고 어떤 집에서는 우물 속에 감춰서 위기를 넘긴 집안도 있었다. 비행기 기름 만든다고 송진까지 공출을 내게 했던 왜놈들이었으니 민초들의 수탈은 한정이 없었다.
우리집에도 놋그릇이 늦게까지 남아 있었는 데 녹 닦는데 힘이 드신다고 어머니가 스텐 그릇으로 바꾸어 버리셨다.
다리미도 나일론과 합섬섬유가 나오면서 점차 용도를 상실하게 되었다. 이사를 여러번 하면서 어디론지 자취를 감춰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와이셔츠는 자주 세탁을 해야 하고 칼라는 다림질이 필요했다.
배를 타면서 전기 아이롱을 사왔다. 예전에 숯불을 넣어 사용하던 다리미에 비하면 일도 아니었다. 너무 바짝 마른 빨래에는 물을 입에 한 모금 머금고 있다가 필요하면 훅 뿜어서 아이롱을 온도에 맞춰 누르면서 밀면 주름살이 반반하게 펴졌다.
어제 현관 앞에 아이롱이 눈에 띄었다. 웬 아이롱이냐고 물었더니 고장난 아이롱을 갖다 버렬려고 내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전기제품 고장이란 전기가 통하지 않아서 작동되지 않는 것이다. 대개는 접점부분의 엘리멘트가 접촉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마그네트 콘탁타가 자주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스파크가 발생하고 카아본이 타서 재가 되어 접접 사이에 들어가 접접불량을 일으키는 경우가 가끔 있다. 또 안전장치인 휴즈에 과전류가 흘러 휴즈가 절단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리고 선박에서는 진동에 의한 나사풀림 등으로 선과 선의 접점이 떨어지거나 절단되는 사고도 일어난다. 고장난 아이롱을 내가 보진 않았지만 보나마나 접점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 된다. 드라이버만 있으면 한번 열어보면 알 수 있다. 멀쩡한 아이롱을 그냥 버릴 수야 있겠는가?
인도네시아산 수산물을 수입하는 지인한테서 들은 이야기다.
아 해군 함정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기항을 했다. 입항하기 전에 자이로가 고장이 났으니 현지 수리업체를 수배해서 수리를 해달란다고 미리 대리점을 통해서 연락이 왔다고 했다. 지난 번에 한 번 소개했던 그곳에서 사업을 크게 하고 있는 지인의 현지 친구 지딘 이야기인데 그는 어릴 때 고아로 자라나 공장에 다니면서 전기기술자 되었다. 성년이 되었을 때 딸아이가 딸린 젊은 중국인 과부와 결혼하여 딸을 둘 더 낳았다고 한다. 그 동안에 사업도 잘 돼서 제빙공장을 네개나 가지게 됐고 다른 사업체도 여럿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재작년에 부인이 신장병으로 사망하고 새장가를 들었다고 한다. 아 해군 함정이 술라웨시섬에 기항한 것은 제법 오래전의 일이다. 당시 수리의뢰가 자기한테 왔기에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었다고 한다. 함정에는 공부를 많이 한 전자사도 많이 있을텐데 고장난 기기를 수리도 못해 현지수리업체에까지 맡기나 싶었단다. 일단 고장난 기기를 확인해 보고 전기가 통하는 전선을 확인해 보니 배전반 뒤에 있는 연결부위가 진동으로 인해 풀려 있었다고 한다. 먼지가 부옇게 쌓여 있어 오랫동안 아무도 열어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고장난 원인을 찾아 놓고 너무 빨리 고치면 수리비도 적게 나올 것 같아서 일부러 다른 곳을 찾는 척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나중에서야 살짝 연결해서 작동을 하니 이상없이 잘 작동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는 그 공로로 한국해군사령관으로부터 감사장도 받았다고 한다.
첫댓글 자이로 컴퍼스 고장나면 마그내틱 콤파스로 편차 자차 풍압차 교장해서 항해 하면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