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둘러보아도 새 하얀 눈이 수북히 싸여있는 산이다.
그리고 무엇을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은 검은 색의 줄기로 이루어진
나무가 날 감싸고 있고 수 없이 많은 늑대들이 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아프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몸 전체가 아파......
몸을 움직일 수가 없고 너무나도 둔탁한 통증이 밀려온다.
그리고...... 심한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고 뒤통수가 지끈거리는 것이.....
손발은 마비가 되어 내 의사와는 달리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아....
그리고 눈꺼풀은 왜 이렇게 무겁지? 대체 내 몸은.....
어제는 분명히....... 어제는...... 어라????
오늘은 대체 어떻게? 아니. 잠깐! 대체 난!!! 난 누구지?
"정말 다행이야.. 이젠 깨어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벌써..... 벌써... 10달 이상이나 열을 내
면서 잠들어 있었단 말이 예요.."
귓가에서는 어떤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름답지만 뭔가가 빠져있는 소녀의 목소리.
그러고 보니 상당히 낮이 익은 목소리다만 잘 기억이 나지가 않는다.
"????"
"에?? 왜 그러죠? 아직 어디가 아픈가요?"
소녀는 내가 누워있는 하얀 나무침대 옆에서 날 간호하며 잠들어 있었던 것 같았다.
갈색의 머릿결에 항상 웃고 있던 입술이 더욱이 눈에 들어왔다.
신기하리 만큼의 녹색을 띄고 있는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해 보였다. 붉고 팔이 다 들어 나는 원피스를 입고 있는 소
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다시 한번 보였다.
"............."
"설마... 절 잊었나요? 아! 설마 자기 이름도?"
그녀는 심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조금씩 흔들어 보았다. 그녀의 가늘고 흰 손으로
나의 갈색 피부의 손에 닫자 부드럽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가져봤다.
손에는 아무런 악세사리가 될만한 것은 눈에 보이지가 않았고 , 있는 것이라고는 목에 채워
져 있는 갈색의 이상한 원형 각이었다.
그 원형 각 가운데는 금색의 구슬이 반쯤 튀어 나와 있었고 , 더욱이 그 갈색이 가죽이라는
것이었다. 가운데는 부드러운 가죽으로 보였고 , 양끝은 두꺼운 가죽으로 애완 동물을 채우
는 듯한 목걸이었다.
"당신의 이름은 아벨이예요.. 그래요... 정말 다행이예요.. 그리고 제 이름은 도미나라고 해요.
이곳은 당신과 저의 집. 그 외는 아무도 없어요."
도미나는 날 진정시키고 편히 해주려는 듯 말을 천천히 이어 나갔다. 침대에 기대서 날 바
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정말 아름다웠고 , 다가갈 수 없는 신의 모습과도 같았다.
갈색의 긴 머리가 귀를 덮자 손으로 귀 뒤쪽으로 넘기며 말을 계속 해주었다.
"당신은 사고로 큰 상처를 입었어요. 비가 오고 천둥이 치던 날....... 응급처치는 했지만
계속 잠들어 있어서 걱정했어요."
도미나는 날 진심으로 걱정해 주었고 , 계속해서 내가 왜 이렇게 누워 있었는지를 예기해
주었다. 그러나 난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
그녀는 앉아 있는 나를 보더니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고 나의 등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심각하다는 듯 말을 해 주었다.
"등에 있는 날개... 정말로 전부 잊어버렸군요... 누구에게나 있는 거예요. 당신에게도 저에
게도....."
"............."
도미나는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환하게 웃는 얼굴로 몸을 일으키고선 나를 한번 바라보았
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 비친 나의 모습.... 그리 길지 않은 검은 머리카락...
좋지도 않은 나의 체격과 처량해서 어리둥절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난 누구인 것인가.. 나의 이름이 아벨이라고는 했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
다... 늑대가 날 노려보고..... 여러 개의 검은 줄기 같은 것이 덮쳐왔다... 그리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눈을 떠보니 도미나라는 소녀가 날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 나와요. 옷도 갈아입고 저녁도 같이 해요."
소녀의 부름에 그저 대답 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나의 몸이 원망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