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실 쇼파에 앉아 있던 한다의 몸이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신발장으로 뛰어가 발에 걸리는 신발을아
무렇게나 신고는 현관문을 열었다. 간단한 가방을 둘러맨 태규의 뒷모습이 복도 끝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한다는 그의 뒷모습을 쫓으며 달렸
다. 그러나 이미 태규가 탄 엘리베이터 문은 닫혀 진 채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한다는 위층에 고정된 또 다른 엘리베이터 버튼을 빠르
게 눌렀다. 초조하게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며 태규가 탄 엘리베이터의 층수를 확인한다. 9층...... . 8층...... .
한다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비상구 계단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그를 보지도 못한 채 보낼 수는 없었다. 막상 태규를 본다고해
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된다. 한다는 뛰었다. 계단에 신발이 걸려 벗겨지며 몸이 튕겨져 벽에 세게 부혔다.
계단위에 덩그러니 벗겨진 신발을 쳐다보고는 어깨가 부딪혀 아픈 것도 잊은 채 다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숨이 턱에 차 비틀거리며 비상
구 문을 버겁게 열고 로비로 달려 나왔다. 태규의 뒷모습이 회전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가지마!”
한다가 소리쳤으나 태규는 듣지 못한 채 회전문을 통과해 밖으로 나간 뒤였다. 한다는 또다시 달렸다. 회전문 밖으로 나오자 태규를 태운 빨
간 로드스터의 보조석문이 닫히며 곧바로 차는 출발해버린다.
“가지마! 가지마!”
한다의 울음 섞인 절규가 애타게 그를 불러보았지만 빨간 로드스터는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그가 탄 차가 허무하게 완전히 시야
에서 사라지자 한다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온 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미 턱에 찬 숨
은 심장을 터질듯이 압박해 더 이상 쉴 수도 없었다. 신발도 신지 못한 새까매진 한쪽 발에는 언제 생긴 지 알 수 없는 상처로 검붉은 피가
발톱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울고 있었다.
“가지마.”
그녀의 울음이 온 몸을 부서 버릴 듯 커져만 갔다. 조 태규. 그가 떠났다.
[92]
가희는 테이블위에 놓인 돈 봉투를 보았다. 볼이 홀쭉해 지도록 담배연기를 빨아들이며 맞은 편에 앉아있는 남녀를 본다. 뻔뻔스럽게 앉아있
는 대갈장군과 자신과 눈도 못 마주치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옛 남자의 새 애인이 거기 있었다. 이 여자,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얼굴이 훨씬
더 작았다. 동그랗고 작은 얼굴에 창백하리 만큼 새하얀 피부, 거기다 외꺼풀 까지 진 이 여자의 얼굴이 달걀귀신을 연상시켰다. 이 얌전해 보
이는 달걀귀신이 무슨 요술을 부렸는지 대갈장군은 가희가 여태껏 보지 못했던 세상근심 다 버린 듯 한 편안한 얼굴로 자신 앞에 마주 앉아
있었다.
가희는 입 안 가득 모인 담배연기를 대갈장군의 면상에다 힘껏 뿜어줬다. 대갈장군은 뿌연연기를 피해 살짝 몸을 뒤로 뺄 뿐 짜증도 부리지
않는다. 그런 대갈장군의 모습이 가희는 더 신경질이 난다. 가희는 이 둘이 눈치 챌 수 없게 테이블 밑으로 손을 빼서는 뒤쪽 대각선 창가 쪽
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화분 뒤로 몸을 낮게 숙이고 앉아 있던 한다가 가희의 손짓에 따라 대갈장군과 새 애인을 렌즈에 담고 카메라 셔터를 빠르게 누른다. 한다의
렌즈 안에 담긴 가희의 뒷모습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다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걸 멈추고 가희의 행동을 주시했다.
가희는 담배연기를 천천히 뱉어내며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그리고는 테이블위에 놓인 돈 봉투를 집어 들고는 홀가분하게 자리에서 일
어섰다. 자신을 쳐다보고 앉아있는 커플에겐 인사도 않은 채 돌아서서 가려는데 대갈장군이 결국 가희를 건드리고 말았다.
“가희야. 이제 담배 좀 끊어. 몸에 안좋다.”
어이없는 대갈장군의 주제 넘는 충고에 가희가 우뚝 멈춰섰다.
“다 옛정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깐 기분 나쁘게 받아 들이지 말고 이젠 너 나이도 생각해야지?”
여태껏 참고 있던 가희의 화가 치밀러 뒷목이 뻐근하게 느껴졌다. 돌아서는 가희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일었다.
대갈장군이 금새 얼굴이 붉어지며 헛기침을 한다. 가희는 그런 대갈장군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얼굴엔 전혀 악의가 없는 환한 모습이
었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속에는 빈정거림이 잔뜩 베어 나왔다.
“나도 옛정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 준비하는 공무원 시험에는 붙어야지? 부인 되실 분도 너 땜에 담배 피게 할 순 없지 않겠니? 그리고
내 담배는 너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너 볼일 없는데 담배 필 일이 있겠니? 고맙다. 이렇게 내 건강까지 생각해줘서...... .”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돌아서는 가희의 머릿속에는 온통 담배 생각뿐이었다. 기분이 엿 같다! 제길!
가희의 반격에 당황한 대갈장군이 얼굴이 홍당무가 돼서는 말도 못한 채 굳어버렸다. 멀어지는 가희를 굳은 채 쳐다보는 대갈장군의 손을 달
걀귀신이 꼬옥 잡아준다. 대갈장군이 난처해하며 달걀귀신을 쳐다보자 하얀 얼굴에 너그러움이 가득했다. 대갈장군이 그녀의 너그러움에 마
음을 쓸어내리며 편안한 미소를 짓는다.
커피숍에서 나오자마자 가희는 담배를 찾았다. 급하게 담배를 꺼내 물고 라이터를 당기려던 가희는 불을 붙이려다 말고 짜증스럽게 입에 물
고 있던 담배를 뱉어냈다. 잔뜩 기분이 상한것 같은 가희가 아무 말이 없자 결국 한다가 먼저 말을 걸어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왜 둘이 같이 나온건데?”
“결혼한단다. 나랑 9년 동안 만날 동안 결혼 얘기는 코빽이도 안 비친 놈이 저 지지배 만난 지 다섯 달도 안돼서 결혼한대. 뻔뻔스러운 놈! 결
혼 하던지 말 던지 내 앞에 저 여잘 데리고 나와서 그런 소식은 막판에 왜 알리고 지랄이야!”
그렇게 헤어지고 한 번도 연락이 없던 대갈장군한테서 전화가 왔다. 마음을 전부 정리했다고 여겼는데 휴대폰 액정에 발신자표시로 대갈장군
이란 글자가 선명히 뜨자 가희는 순간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 그러나 통화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동거했던 집을 처분했으니 가희 몫을 돌려
주겠다는 의사였다. 그냥 통장계좌로 입금하라고 할 때 굳이 직접 만나서 주고 싶다더니 결국 이런 거지같은 속셈이 있었던 거다.
대갈장군은 가희와의 옛정을 생각해 결혼사실은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알릴 필요까지는 없었다. 가희는 자신의 푸념에
이렇다 할 말도 못 꺼내고 눈치를 살피고 있는 한다의 손에 들려진 카메라에 시선을 돌렸다.
“사진은 잘 찍었지? 내가 찍힌 건 삭제하고 저것들 찍힌 사진은 잘 남겨둬.”
“너가 찍으라고 해서 찍긴 했는데 뭐에 쓰려고?”
“신고 할꺼야.”
“혼인빙자간음죄로 대갈장군 신고하게?”
너무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너무 컸다고 느낀 한다가 입을 가리며 주위를 살폈다. 혹시 몰라 가희를 따라왔는데 이런 사건이
터질 줄이야.
“아니, [앗! 세상에 이런 일이] 에 제보 할라고...... . 저것들 혼자 보기 너무 아깝지 않냐? 가까이서 보니깐 더 신기한 거 있지? 어쩜 머리 크
기 차이가 저렇게 나냐? 저런 괴기한 광경은 만천하에 알려서 다들 감상할 필요가 있어! 대갈장군자식! 완전 망신살이 톡톡히 치루게 해줄꺼
야. 암...... .”
다부지게 주먹까지 불끈 쥐는 이 가희. 한다는 자신의 친구가 더욱 신기할 따름이다. 이 상황에 그런 엉뚱한 발상을 하다니 어안이 벙벙해지
는 순간이다.
그래도 지금 가희의 속이 좋을 리는 없다. 다부진 주먹을 내려놓자 금새 가희의 표정이 어두워 보인다.
“괜찮아?”
“아니,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애. 생각 같아선 대갈장군의 저 큰 머리를 둘로 쪼개놓고 싶은 심정이야. 나! 나만 바라보는 지고 지순한 멋진
남자만나서 보란 듯이 알콩 달콩 연애하고 모두의 부러움을 받는 그런 결혼 할꺼야!”
이번엔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이 가희.
‘꼭 그래라’ 한다는 무언의 응원을 하며 친구의 어깨에 따뜻하게 손을 올려주었다.
“넌 어때? 결혼 날짜 잡혔다며?”
“어, 내년 3월...... .”
가희의 등에 올려졌던 한다의 손이 힘없이 미끄러져 내려왔다.
“수영씨 부모님은 만나보니깐 어때?”
“좋으신 분들인 것 같애.”
“그럼 이제, 내 허전한 손가락에도 반짝이는 유종의 미가 생기는 거네?”
“넌 친구 팔아서 공짜 선물 받는 게 그렇게 좋니?”
“그게 왜 널 팔아서 얻는 거니? 다 좋은 일에 일조한 신부 친구에게 주는 고마움의 표시지. 수영씨 스케일이 어떨지 반짝이는 종류를 기대해봐
야겠는데?”
가희의 못 말리는 행동에도 한다는 웃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어 보였다. 친구의 속내를 뻔히 읽은 듯 가희가 딱 잘라 말한
다.
“그래, 이게 정답이었어. 그러니깐 다른 생각은 접고 앞둔 결혼생각만 해. 태규하고 너가 다시 이뤄질 거 였으면 다시 만났을 때 이뤄졌을거야.”
“...... .”
“태규 소식은 들었어?”
“아니, 어쩜 벌써 영국으로 떠났는지도 몰라.”
“내가 강인씨께 물어봐줄까?”
한다는 표정 없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너 말처럼 그 아이와 난 인연이 아니었나봐. 우리가 인연이었다면 다시 만났을 때 서로의 옆에 아무도 없었을테지...... . ”
그리고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가희도 그녀의 침묵을 깨지 않았다. 태규가 이사를 가고 난 이후로 좀처럼 한다에게 웃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에게조차 한다는 태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모든 걸 체념한 듯 한 한다는 몰라보게 변해있었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12월의 매서운 추위가 그녀들을 감쌌다. 가희와 한다는 차가운 바람에 코트를 추스르며 걸음을 내딛었다. 텅 빈 마음의
그녀들에게 이 겨울은 너무나도 추웠다.
[93]
그날 이후 가희는 일주일도 되지 않아 새로 살 집을 구해 이사를 가버렸다. 모든 것은 그렇게 빠르게 변해갔다. 가희조차 떠나자 한다는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외로웠다.
밖은 어느새 몇 일 후면 맞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화려했다. 이만때 쯤이면 누구나 그렇듯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들은 한층 들떠보였
다. 표정 없는 자신의 모습이 이들에게 이방인처럼 느껴지며 외톨이가 된 느낌이다.
서울을 벗어나 자신이 탄 고속버스가 고속도로위를 달리자 변함없이 삭막하게 뻗어있는 아스팔트를 보며 오히려 자신의 모습과 닮아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청주시내에 차가 들어서자 다시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들이 곳곳에 보였다. 역시나 이곳도 들떠 보이는 사람들로 거리는 분
주해 보였다. 그 어느 곳도 지금 한다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어! 영희 엄마? 호호호....... . 소식 들었지? 우리 한다, 결혼 하잖아. 내년 3월 20일이야. 뭐 청첩장이야 따로 보내겠지만 미리 그 날 비워 두
라구 알려 주는거야. 신랑 될 사람? 키도 크고 자알 생겼지. 거기다 연봉이 2억 쪼금 안돼. 뭐 근데 그것도 우리 한다 신랑감이 원체 유능해서
다음 연봉 채결 할 때는 그 이상을 받을 거래. 호호호...... .”
마당 화단에 나와 있는데도 영신의 아침부터 이어지는 전화통화 소리는 쩌렁쩌렁 들려왔다.그녀의 어머니도 잔뜩 들떠있는 듯 했다. 청주 집
에 내려온 한다를 그렇게 반갑게 맞아주신 적은 최근 몇 년 동안 통틀어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꼭 성사시키리라 마음먹었던 딸의 결혼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 잔뜩 벼르고 있었는데 한다는 처음의 완강하게 반대의사를 보인 거에 반해
너무나도 순순히 영신과 수영의 독단적인 행동에 따라와 주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의외의 반응이었지만 영신은 그런 걸 따질 시간이 없었
다. 뭔가 딸에게 심경의 변화가 있어보였으나 언제 마음이 돌변해 생각을 바꿀까 염려해 수영과의 결혼준비를 서둘렀다. 지금 영신에겐 딸의
만족스런 결혼이 삶의 활력소 였다.
“결혼 일찍 해서 뭐해? 늦게 해도 좋은 제 짝 만나서 행복하게 살면 그게 진짜 아니겠어? 그래 요즘 영희는 신랑 돈벌이가 어때? 아직도 쥐꼬
리 만한 월급가지고 지지고 볶고 그러나? 호호호....... . 어휴,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그래? 난 그냥 영희가 걱정되서 하는 말인데...... . 호
호호!”
“요즘 너희 엄마가 근 몇 년 중에 가장 신이 난 것 같아. 벌써 몇 일째 저렇게 전화기 통 앞에 붙어서는 쉴 새 없이 떠드느라 정신이 없다. 모처
럼만에 우리 딸, 집에 왔는데도 전화기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르는구나.”
정혁이 혀를 내두르며 한다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어젯밤 내린 눈으로 마당엔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다. 불 타 듯 붉었던 단풍나무의
잎사귀는 흔적도 남지 않은 채 앙상한 가지위에도 하얀 눈이 덮여있었다.
“너한테 멋진 단풍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 “
“죄송해요, 아빠. 제가 너무 늦게 왔죠?”
“아니야, 그래도 이렇게 멋진 하얀 꽃이 피었잖니? 단풍이야 내년에 보면 돼지. 한다가 4살 때인가? 그때 너랑 같이 심은 나무였는데 어느새
저렇게 아름드리 나무가 되었구나? ”
정혁의 눈에 추억을 되짚어 보는 듯 많은 시간들이 지나가 보였다.
“어느새 그 작은 꼬마아이가 아름다운 여자가 되어 한남자의 아내가 되는구나...... . ”
정혁이 따뜻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딸의 이름을 불렀다.
“한다야.”
“네?”
조용히 아버지의 말을 듣고 있던 한다가 정혁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가 왜 네 이름을 한다라고 지은 줄 아니? ”
“...... .”
“우리 귀한 딸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하고 싶은 일 뭐든지 다 하면서 살라고 네 이름을 한다라고 지었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 가장 행복하지 않겠니? 한다야.”
정혁이 근심이 어린 목소리로 딸의 이름을 지긋이 불렀다. 아버지의 진심을 눈 치 챈 한다는 당신이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이
미 알 것 같았다. 억눌렀던 그녀의 감정들이 너무나도 따뜻한 아버지 앞에서 다시 터져버릴 것 같아 한다는 입술을 깨물었다.
“네 이름처럼 지금 너가 하고 싶은 걸 해. 너희 엄마는 이 결혼을 적극적으로 원할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그렇다. 네 모습이 결혼을 앞둔 행복
한 신부처럼 보이지 않는 구나.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너가 하고 싶은 걸 지금 해라.”
결국 한다는 아버지의 마지막 말에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이미 너무 늦어버렸어요.’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않은 채 한다는 아버지의 넓은 품에 안겨 한참을 흐느꼈다. 정혁은 걱정스럽게 듣고만 있었던 딸의 안타까웠던 울음
소리가 지금의 모습과 닮았다고 느끼며 딸의 지친 등을 다정하게 쓸어주었다.
[94]
땀에 흠뻑 젖은 강인이 아직도 자신의 아래에서 거친 숨을 쉬며 누워있는 가희의 입술로 자신의 입을 가져갔다. 그러나 가희는 강인의 키스를
거부하며 자신의 알몸위에 떡 버티고 있는 역시나 알몸인 강인을 밀치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뭐에요?”
강인이 멋쩍어 하며 묻는다. 가희는 흐트러진 머리를 매만지며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달아오른 볼의 홍기를 보며 이내 묘한 웃
음을 지었다. 자신의 품안에서 탄성을 몇 번이나 내질렀던 방금 전의 가희의 모습이 떠올라 강인의 머릿속에는 환희의 폭죽이 수없이 터지고
있었다. 만족스런 눈빛으로 가희를 쳐다보며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어때요? 이제 날 우습게 보지 않겠죠?”
“내가 언제 널 우습게 봤니?”
“그날 이후로 나한테 반말 하잖아요?”
“그럼 너도 말 놔!”
가희의 너무나도 쉬운 대답에 강인은 뻥! 졌다. 뭐야? 이게 이렇게 간단한 문제 였나? 자신은 그동안 가희의 반말에 얼마나 많은 생각과 수치
스러움을 느꼈는데...... . 훗! 이게 이렇게 간단히 해결되다니...... .
잔뜩 자신감에 의기 양양 해진 강인이 기회를 놓칠 새라 으름장을 놓는다.
“그럼 앞으론 누나라고 안부른다. 가희야.”
“논다!”
가희의 눈빛이 섬뜩하게 바뀌었다. 강인이 금세 기가 죽어서는 가희를 살피며 다 기어들어가는 말투로 말을 해본다.
“ 말 놓으라면서...... .요?”
“누가 말 놓으랬지, 이름 부르래? 누나라는 호칭은 계속 유지해. 맞먹는 건 용납 못해!”
“그런게 어디있어요? 아니...... . 있어? 무슨 여자가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달라? 좀 전까지 내 품에서 좋아서 흐물흐물 녹을 땐 언
제고 뭐가 이렇게 딱딱해?”
“아! 화장실 얘기 하니깐 화장실 가고 싶다. 소변이나 봐야지.”
잔뜩 입이 쑥 튀어나와 투덜 되는 강인의 말 따위는 무시한 채 가희는 태연하게 침대를 빠져나갔다. 소변 이란 민망한 단어도 자신과 뜨겁게
침대를 뒹군 사내 앞에 거침없이 내뱉으면서!
강인은 가자미 눈을 뜨고 가희의 뒷 통수를 노려보다가 이내 눈 꼬리가 기분 좋게 활을 그렸다. 훗! 하긴 이 모습이 이 여자의 매력이다. 그
리고 또 한 가지!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전라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이 여자, 굉장한 글래머다! 음하하하!
“난 물이나 마셔야겠다!”
한층 자신감이 충만해진 강인이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켜며 팬티도 입지 않은 채 침실을 나와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물을 한
컵 가득 따라 조금 전 흥분으로 잔뜩 타들어 갔던 목을 시원하게 적시고 있는데...... .
띠리릭! 철컥!
현관문이 열리더니 강인주니어를 쏘옥 품에 안은 다운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들어와 강인과 딱 마주쳤다.
얼어버린 강인의 멈춰진 손에 든 유리컵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바라보다가 강인의 땀에 젖은 알몸의 상체를 바라보다가 다운의 시선이 그 아
래로 이어지자...... .
“꺄악!”
놀란 다운이 강인주니어를 집어 던지며 찢어질 듯 비명을 질렀다.
“헉!”
얼어붙은 채 다운의 시선을 따라가던 강인이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분신을 양손으로 황급히 가렸다. 그 바람에 손에 들고 있던 유리컵이 바닥
에 떨어져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깨졌고 자신의 분신을 향해 짖어 되는 강인 주니어의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나도 물 한잔! 그런데 어디서 이렇게 개가 짖는거...... !”
세면 타올로 간신히 몸을 가린 가희가 아무것도 모른 채 침실에서 나오다 다운과 눈이 딱 마주쳤다. 손으로 놀란 입을 가린 채 튀어나올 듯 한
눈으로 벌거벗은 강인과 역시나 알몸이라 할 수 있는 가희를 빠르게 번갈아 보던 다운이 사태를 파악하고는 울며 집을 뛰쳐나갔다. 미처 데려
가지 못한 강인 주니어가 닫혀 진 현관문을 향해 주인을 부르며 계속해서 시끄럽게 짖어 됐다.
너무 놀라 멍하니 서있던 가희가 시끄러운 개 소리에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그때까지 얼음이 되어버린 강인에게 쏘아 붙였다.
“너, 지금 저 기지배 한테 문을 왜 열어줘?”
“다운이 우리 집 비밀번호 알아.”
강인은 갑작스런 조금 전 상황에 혼이 다 나간 사람 같았다.
“어휴! 저 기지배는 지 애인도 없는 다른 남자 집엘 왜 아직까지 들락날락 거리는 거야? 미치겠네. 태규한테 쪽 팔려서 어떻게?”
“그게 무슨 소리야? 내 동생은 또 왜?”
“쟤, 태규 애인이잖아!”
“다운이가? 아닌데...... . 쟤 나 좋다고 쫓아다니는 앤데...... .”
“그러니깐 너 좋다고 쫓아다닌다는 꼬마애가 바로 저 애란 말이야?”
“응! 다운이 중학교 때부터 나 좋다고 쫓아다닌 애야.”
“허!”
가희가 뭔가에 새게 얻어 맞은 것 같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의 짧은 바람 빠지는 듯 한 외마디 소리에 강인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왜그래?”
“뭔가 한참 틀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 참, 어이가 없네.“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는 강인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다시 냉정을 찾은 가희가 두 손가락을 치켜 올리
며 소리쳤다.
“담배!”
“어? 담배?”
주인한테 꼬리치는 개 마냥 가희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반사적으로 강인이 담배를 찾아 방으로 향했다. 그런 강인을 지켜보던 가희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야! 너 달랑 달랑 거리지 말고 뭣 좀 입어! 애가 교양머리 없게 시리...... .”
“누나!”
“어휴! 깜딱이야!”
강인이 씩씩거리며 가희를 노려보고 가희는 강인의 시선을 피하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애썼으며 버려진 강아지는 주인을 찾아 쉴 새
없이 시끄럽게 짖어 됐다.
[94]
청주에서의 주말을 보낸 한다는 막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버스에서 내리자 혹독한 겨울 바람이 뼈 속까지 시리는 것 같았다.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지친 몸으로 택시를 잡아 타고 오피스텔 건물 앞에서 내렸다. 아무도 없는 썰렁한 자신의 깜깜한 집에 홀로 불을 키고 들어갈 생각
을 하니 사방이 다 막힌 엘리베이터 안인데도 서늘한 추위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11층 복도에 들어서는데 복도 끝 강인의 집 앞에 사람의 형체가 쓰러져있는 것이 보였다.
“태...... . 태규야?”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인사불성인 채로 태규가 옆 집 문에 기댄 채 바닥에 주저 앉아 있었다. 지독한 술 냄새가 온 몸에서 풍겨졌다.
“왜 여기 이러고 있어?”
태규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말을 거는 상대를 올려다 본다.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눈으로 한다를 본 태규가 피식 쓴 웃음을 짓는다.
그녀를 알아보고 그러는 지는 알 수 없었다. 힘이 든 지 바로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며 그가 술에 잔뜩 젖은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댓글을 놓치셨네요? ㅎㅎ 매번 이렇게 관심어린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려요!! 꾸벅!! 실타래가 서서히 풀려가고 있네요. 자자~!!! 이제 태규와 한다는 어떻게 될지 앞으로의 이야기도 꼭 찾아와주세요~!! 박태환 200m 축 결승진출!!! 내일 이어질 그의 선전을 또 한번 기대봅니다! 아싸!!!
redhan님 무더위 어떻게 잘 버티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컴도 새로 장만하고 핸드폰도 고가의 햅틱으로 질렀어요 ㅋㅋ 터치폰이라 첨엔 적응이 잘 안되더니 써보니 괜찮더라구요~ 일이 바쁘긴 하지만 컴도 새로 장만했으니 '내여친은 골드미스'어떻게 좀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다시 컴백할테니까 기다려주세용~! 건강 챙기시구요! 그럼 또 뵈어요~~
남편감으로 수영이 최고인건 사실인데....유머감각있어 살면서 심심하지 않을 거구 , 돈 잘 버는 펀드매니저니까 사는 데 폼 좀 날 거구, 내 돈도 잘 굴려 더 많은 재산증식이 될거구, 허우대 멀쩡하니 같이 다니면 그림이 좋을거구, 자상하구 한다를 사랑하니 좋은 남편이며 아빠가 될 거구 ....... 이것 저것 따지다보니 정말 아까운 남자로군.... 한다가 싫으면 내가 가지면 딱 좋겠군...ㅋㅋ
제 말이요!!!! 아~ 수영이 같은 놈 현실에 없나??? 나 좋다고 쫓아다녀주면 완전 입 헤벌리고 넙죽 받아줄텐데.....수영과 한다의 뒷 얘기도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기대해 주세용! 박태환 200m 축 결승진출! 내일 이어질 그의 선전을 또 한번 기대해봅니다!!! 금나와라 뚝딱! 금메달이 되고~^0^/
잘읽었어요.....이런 강인이였군요..갑자기 변한걸 느낀 한다.....태규 가지마 말라고 소리를 쳐지만 못들은 태규....수영과 결혼 진행을 하지만 아빠는 하고싶은거 지금하라고 하는군요.....마지막엔 태규 술에취해 강인집에 앞에 쓰려진걸 본 한다...마지막엔 이둘이 시점에서 잘되면 좋겠어요...다음편도..
첫댓글 음..안갔네요?...그럼 수영인 어떡하라구~ㅠㅠ
태규가 영국으로 떠나지 않은건지 그 사실은 다음편을 기대해주세요. ^^ 박태환 200m 축 결승진출!!! 내일 이어질 그의 선전을 또 한번 기대해봅니다! 아쟈!!!
와~~~ 첫번째 댓글 기분좋네요~~~ 그리고 이제서야 하나둘 실타래가 풀리는 기분이랄까요? 강인이랑 가희도 잘될꺼같구,,(다운이가 좀 안됐긴 하지만요..) 태규랑 한다도...ㅋㅋㅋㅋ 오늘 기분 좋아요... 님처럼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자꾸 따니까 기분좋아요... 현재랭킹 2위던데... 저도 대한민국 화이팅!!! 그리고 좋아하는데 나이가 상관있나요?*^__________________^* 좋은하루되세요^^
댓글을 놓치셨네요? ㅎㅎ 매번 이렇게 관심어린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려요!! 꾸벅!! 실타래가 서서히 풀려가고 있네요. 자자~!!! 이제 태규와 한다는 어떻게 될지 앞으로의 이야기도 꼭 찾아와주세요~!! 박태환 200m 축 결승진출!!! 내일 이어질 그의 선전을 또 한번 기대봅니다! 아싸!!!
에코 댓글쓰는동안 첫번째를 뺏겼네요...ㅠㅠ 전 수영인 생각 못했네요... 원래 사랑은 일방통행은 힘들잖아요~~
다음편 기대할께요~! 근데 한다 좀 불쌍하네요... 수영이랑 결혼한다는 게...
전 돈 잘버는 수영이가 좋아요! ㅋㅋㅋㅋ 제가 바로 속물 1순위 랍니다! 음하하하!!!! 박태환 200m 축 결승 진출!! 내일 이어질 그의 선전을 또 한번 기대해봅니다!!! 아뵤~
redhan님 무더위 어떻게 잘 버티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컴도 새로 장만하고 핸드폰도 고가의 햅틱으로 질렀어요 ㅋㅋ 터치폰이라 첨엔 적응이 잘 안되더니 써보니 괜찮더라구요~ 일이 바쁘긴 하지만 컴도 새로 장만했으니 '내여친은 골드미스'어떻게 좀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다시 컴백할테니까 기다려주세용~! 건강 챙기시구요! 그럼 또 뵈어요~~
어서어서 컴백해주세요!!! 밀꾸루시 님의 멋진 글 기다리고 있어요!!!! 우와~ 그리고 햅틱!!! 완전 부러운걸요? 이번엔 잃어버리지 마시고 오래오래 함께 하세용!!! 박태환 200m 축 결승진출!! 내일 이어질 그의 선전을 또 한번 기대해봅니다~! 아싸봉~!
남편감으로 수영이 최고인건 사실인데....유머감각있어 살면서 심심하지 않을 거구 , 돈 잘 버는 펀드매니저니까 사는 데 폼 좀 날 거구, 내 돈도 잘 굴려 더 많은 재산증식이 될거구, 허우대 멀쩡하니 같이 다니면 그림이 좋을거구, 자상하구 한다를 사랑하니 좋은 남편이며 아빠가 될 거구 ....... 이것 저것 따지다보니 정말 아까운 남자로군.... 한다가 싫으면 내가 가지면 딱 좋겠군...ㅋㅋ
제 말이요!!!! 아~ 수영이 같은 놈 현실에 없나??? 나 좋다고 쫓아다녀주면 완전 입 헤벌리고 넙죽 받아줄텐데.....수영과 한다의 뒷 얘기도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기대해 주세용! 박태환 200m 축 결승진출! 내일 이어질 그의 선전을 또 한번 기대해봅니다!!! 금나와라 뚝딱! 금메달이 되고~^0^/
한다와 태규가 너무나 안타깝네요. 더 늦기전에 솔직히 터 놓고 이야기 한번 하면은 서로의 마음을 알텐데.... 평생 가슴에 안고 사는거 너무 힘들고 아프거든요.
잘읽었어요.....이런 강인이였군요..갑자기 변한걸 느낀 한다.....태규 가지마 말라고 소리를 쳐지만 못들은 태규....수영과 결혼 진행을 하지만 아빠는 하고싶은거 지금하라고 하는군요.....마지막엔 태규 술에취해 강인집에 앞에 쓰려진걸 본 한다...마지막엔 이둘이 시점에서 잘되면 좋겠어요...다음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