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세유표(經世遺表) 15권 春官修制 科擧之規 1-2
* 선생이 과거제도 개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최종 과거 급제자 수를 사실상 관직에 등용할 수 있는 숫자로 제한하고, 최종급제자를 뽑는 시험 즉 회시(會試) 응시자의 정원을 급제자 수의 6배로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서울을 포함한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응시자의 수가 제한되어야 하므로, 지역에서 그 응시자를 선발하는 과정이 또 중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군현 단위에서 먼저 지역 응시자격(거자(擧子)) 시험에 응시할 선비(선사(選士))를 뽑아야 한다. 그 당시에 선생이 제시한 선사와 거자의 선발 방법이다. 이렇게 해서 뽑인 거인(擧人)의 공부과목에 ‘국사(國史)’가 들어가 있는 것이 또 눈에 띈다.
식년(式年) 하지(夏至) 마다 군수와 현령은 향교에 가서 공의를 널리 묻고 권점(圈點)해서 선사(選士)를 뽑는다. 선사를 뽑은 다음 또 거기에서 선발하여 거자(擧子)로 삼는다.
식년이란 자(子)‧오(午)‧묘(卯)‧유(酉)년이다. 이해 봄에 신방(新榜)이 이미 나왔으니, 거자 중에 궐원이 있으므로 뽑아서 보충하는 것이다.
○ 본읍에 문과 선진(文科先進)이나 혹 진사나 조관이 있으면 으레 이 자리에 참여시킨다. 비록 늙고 병들어서 집에 있더라도 천장(薦狀)을 받음이 마땅하며, 만약 이런 사람이 없으면 읍 안에 나이 50세 이상으로 덕망 있는 사람 여섯을 뽑아서 권점하게 하는데 본관은 그 실정을 살펴서 만약 공론에서 나왔으면 권점에 의해서 시행하고, 만약 사정에 치우치고 공정치 못하여 물의가 있게 되면 모름지기 여섯 사람 외에 다시 아홉 사람을 뽑아 평의(評議)해서 천거를 끝내게 한다. 그런 다음 관에서 또 참작, 결정해서 선사로 삼는다. 만약 서로 무리지어 다투고 송사하여 어지럽게 하는 자는 엄형(嚴刑)으로 멀리 귀양보낸다.
○ 거자를 선발하는 데도 여섯 사람이 모두 합의해서 천거하도록 하지만 만약 물의가 있어 의논이 일치되지 않으면, 이에 논의되는 자 몇 사람을 불러서 법대로 시강(試講)하고 또 3장의 여러 문체를 시험해서 능한 자를 거자의 정원에 채운다.
○ 무릇 권점하는 법은 논의되는 자를 열기(列記)해서 그 수효를 선사의 3배로 하여(본읍 선사의 정원이 6명이면 열기한 사람은 18명임), 각각 그 이름 밑에다가 덕행‧경술(經術)‧문예 여섯 글자(열기하는 것이 석 줄임)를 적는다. 이에 여섯 사람이 벌여 앉아서 혹 동그라미를 그리고 혹은 점을 찍는데, 그 사람의 덕행이 훌륭하면 덕행 밑에다 권점하고 경술이 넉넉하면 경술 밑에다 권점하며, 문예가 넉넉하면 문예 밑에다 권점한다. 여섯 사람이 다 권점한 뒤 그 중에서 점수가 많은 자를 뽑는다.
○ 무릇 유에서 뛰어난 자는 동그라미를 그리고, 선발에 합격하는 정도인 자는 점을 찍는데, 동그라미 하나마다 점수가 2분(分)이고 점 하나는 점수가 1분이다. 지금 시험삼아 방식을 다음과 같이 만든다.
이선수(李選秀) 덕행‧○
경술 ○‧
문예‧○
김상덕(金尙德) 덕행
경술‧‧‧
문예 ○○○
○ 무릇 사를 뽑는 법은, 세 가지에 한 점씩을 얻은 자는 선발에 참여할 수 있지만, 만약 한 가지에 점수가 전혀 없으면 비록 두 가지에 동그라미 여섯을 얻었더라도 선발에 참여하지 못한다. 이선수는 세 가지 모두를 갖추었으므로 선발에 참여할 수 있으나, 김상덕은 덕행에 점수가 전혀 없으므로, 얻은 권점은 비록 같으나 선발에 참여하지 못한다. 비록 문예에도 점수가 전혀 없으면 선발에 참여하지 못하며 경술도 또한 마찬가지다.
○ 만약 세 가지 보는 것이 다 갖추어졌으면 점수를 계산해서 뽑는다.
○ 신이 삼가 살피건대, 고요(皐陶)는 사람을 뽑는데 오직 9덕(德)으로 과목을 삼았고, (생략)
○ 혹자는 “수령이 사정에 따라서 청탁을 들어주어, 선거가 공정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가?”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신이 오랜 시일을 하읍(下邑)에 있었기에 이런 사정을 알고 있습니다. 모든 관장이 된 자는 그 고을에서 좋은 명예를 얻지 않으려는 사람이 없을 것인데, 항차 선거하는 큰일에 만약 그 선발한 바가 공론에 합당하지 못하다면 원망이 떼지어 일어날 것이니 수령이 어찌 사정을 두겠습니까? 온 고을 안의 공론이 돌아가는 자를 감히 빼버리지는 못할 것이고, 혹 사정을 부린다면 반드시 서로 일장 일단이 있어서 이 사람을 선발해도 좋고 저 사람을 선발해도 좋을 경우에 한할 것이니, 거기에 구애될 만큼 해가 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무릇 일을 저해하고 공을 훼방하는 사람은 매양 물방울이 조금씩 새는 것을 가지고 폐단 구멍이라 하고, 강하가 크게 무너져 만회할 수 없는 것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밝은 임금은 이런 근거 없는 논의에 흔들리거나 의혹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어떤 주(州)의 시험에 이런 폐단이 있으면 본 목사(牧使)가 고시관이 되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무릇 선사(選士)하는 법은 덕행을 주로 하고, 거자(擧子)를 선발하는 데에는 문예를 주로 한다.
거자의 선발은 반드시 선사 중에서 한다. 선사하는 처음에 이미 덕행과 경술로써 세 가지 보는 것을 갖추었으니 거자를 선발하는 데에는 오직 문예만을 주로 하여 관에서 시험하고 관에서 선발할 것이고, 다시 여러 사람에게 물을 필요는 없다.
무릇 거자를 선발함에는 나이 20세부터 49세까지로 하며, 만약 나이가 만 50세인 자는 그만두도록 한다.
(내용생략)
한 식년 사이마다 거인은 경서(經書) 두 가지, 역사 세 가지, 국사(國史) 한 가지를 익혀서 식년을 기다린다.
(내용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