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주까지 뉴스에 비친 볼썽사나운 국회를 보았더니 한주 내내 기분이 영 꽝이었습니다. 이런 국회를 보고 '막장국회'라고 한다면서요?
지난 주에 누리그물(인터넷)에 값진 글이 올라왔더군요. 대한석탄공사 사장님이 언론에 돌린 '막장은 희망입니다'라는 글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막장을 찾아보면 "갱도의 막다른 곳"이라고 나옵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막장을 "갈 데까지 간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좋지 않은 뜻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에 석탄공사 사장님이
"지금 이 순간에도 2000여 명의 우리 사원들은 지하 수백 미터 막장에서 땀 흘려 일하고 있다"며 "본인들은 물론 그들의 어린 자녀를 포함한 가족들의 입장에서
막장 운운하는 소리를 들을 때 얼마나 가슴이 아플 것인지 생각해 보셨습니까"라고
따끔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말이란 게 살아 있어서 시대에 따라 그 쓰임이 다를 수 있습니다. 요즘 부쩍 갈 데까지 간 드라마가 많고, 차마 입에 담기조차 싫은 폭력이 판치는 세상이다 보니
'막장'이라는 말을 쓰나 봅니다. 낱말이 그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겠죠.
문제는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살면 자신도 모르게 삐뚤어진 가치관을 갖게 되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 이 사회가 끝없이 곪아 들어간다는 겁니다. 높은 시청률과 돈벌이에 눈이 먼 방송사가
상식을 벗어나고 사람의 존엄성을 포기한 이야기로 드라마를 만들고 있으며, 그것을 보는 시청자 또한 갈 데까지 간 드라마 내용에 미쳐 아무 생각 없이
그런 '막장'을 즐기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공동체가 '막장 사회'로 치닫는 거죠.
이 시대의 큰 기둥이셨던 김수환 추기경님이 돌아가신지 겨우 3주 지났습니다. 떠나는 순간까지도 각막을 기증하시고 가신 큰 어른의 뜻을 받들겠다고
앞다퉈 본받자고 한 것이 고작 3주 전이라는 말입니다. 그분의 마지막 말씀이 '고맙습니다'와 '사랑합니다'였다고 합니다. 우리는 왜 그런 것은 빨리 잊고, 막장은 오래 기억하는 것일까요. 가슴이 답답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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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관일 대한 석탄공사 사장님의 말씀 감동해봅니다 ."막장은 희망입니다" 힘이 불끈 솟는 말씀입니다.
세상이 복잡해진만큼 언어도 오염되어가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얼마든지 따뜻하고 아늑한 뜻을 지닌 우리말이 있음에도 듣는이의 마음 아프게 할 말들을 함부로 쓰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습니다. 외부로 표출되는 언어의 막강한 힘의 논리에 의해 어려움 겪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고운말 그리고 포근하고 아늑한 말씨를 써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