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후기>
=100원 때문에 낙찰=
200(?)년 10월 어느 날,
사무실에서 열심히 손님과 상담을 하고 있는데 함평 동생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다. 내용은 “이곳에 사촌동서가 한분 계시는데 이번에 불어 닥쳤던 미국산 수입 소고기 파동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서서 농민운동하시다가 안타깝게도 그 뜻을 분신자살로 표출하시어 결국 그 운명을 달리 마감하셨고. 이제는 남아 있는 가족들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농장의 업을 접고 광주로 나가서 가족(자식 넷- 당시 큰애가 고2)들과 잘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는가?”라는 내용 이였다. 나는 당연히 두발 벗고 도와주겠노라며 우선 전화를 끊고, 한참을 무념에 잠기었다.
위와 같은 화두를 안고 며칠 후...
함평으로 내려가 동생과 함께 사촌처형이라는 분을 만났다(이후 사돈이라 칭함). 사돈을 만나기 전엔 그저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여자로서 그냥 조그만한 상가를 운영하면 어쩌겠는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며 마주하였는데.. 그런데 사돈은 의외로 당차고 꿋꿋하였다.
‘역시 큰일하신 분은 부인도 다루구나’라는 생각을 하였다.
사돈의 말씀이‘초상을 치루고 난 후 정리한 돈이 약3천만원 정도 되는데 이 돈으로 광주에서 집을 하나 사는데 도와주시면 어떤 무슨 일을 하든지 애들과 함께 떳떳하고 그리고 애 아빠한테 부끄럽지 않게 살겠노라고’하셨다.
그래서 나는‘이러이러한 이유로 얼마간의 시간을 주시면 따뜻한 보금자리를 안겨 드리도록 최선을 다해 힘써보겠습니다’라고 분위기에 압도되어 그 자리에서 큰소리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3천만원이라......
마음이 바쁘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빨리. 빨리...
난 광주에서 경매로 나오는 물건 중에서 아파트, 단독 주택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광주에서 제일 학군이 좋다는 남구 봉선동을 비롯하여 북구 일곡동 등을 샅샅이 찾아다니기를 한 달여 만에 쓸 만한 물건 3개를 골라 다시 사돈을 만나로 함평으로 내려갔다.
물건설명을 약1시간, 사돈은 고민 고민 끝에 물건 하나를 선택하였다. 이제 남은 건 낙찰 뿐....
광주시 남구 봉산동 소재 M아파트 33평형 주변이 11,000여세대가 넘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서 이 아파트도 1000여세대가 넘을 뿐만 아니라 남향 배치 20층 건물에 1507호로서 산속에 배치되어서 빼어난 전망과 시내의 도청과는 걸어서 20-30여분으로 교통여건 그리고 광주 최고 주변 학군 들.
난 이전까지는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가끔씩 괜찮은 물건이 신문에 나오면 마냥 기다리고 있는 강태공 등에게 넌지시 찔러서 추천 해보거나, 또는 거래처 담당 과장이나 부장 등에게 ‘이번에 쓸만한 물건이 하나 떳는데 어떠시냐’며 건네보고.. 그러다 걸렸다 싶으면 그 후부터는 술 얻어먹는 재미(여차하면 즈그들이 사정하면서 술 사주고, 나는 거래처 관리하고 거꾸로 대접받고 술값 안 들어서 좋고...최소 명도까지 5번은 얻어먹음)로 경매를 하였지만 이렇게 목표를 정해놓고 도전하기는 오랜만 이였다.
담당 경매 계장을 만나 사정 이야기를 하면서 몇 가지를 문의 한 후 서류열람도 하였고, 주변 부동산을 방문하니 시세는 33평형이 6000만원 이 쪽 저 쪽, 전세로 4500만원 정도로 시장조사를 나름대로 완벽히 마쳤고 적당한 입찰가격을 결정을 내렸다.
드디어 입찰 당일,
IMF이후 많은 물건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일반인들도 경매에 눈을 뜨는 무렵인지라 법정에는 돗대기 시장을 연상케 한다.
정신을 가다듬고 내 물건에 대해 분위기를 느끼기를 약1시간.....
결정한 입찰가로 밀어붙이기로 최종결정.
11시 45분경, 위임장등 서류를 챙겨 집행관 앞으로 가서 입찰봉투를 수령하여 입찰금액을 기재한다. 사뭇 긴장되는 순간이다. 여느 때 같으면 50%선에서만 입찰했지만 담당계장의 답변을 참고삼아 60%를 최종결정한 입찰가. 근저당권 설정이 2001년도 인지라 민사소송법(구법)의 적용, 따라서 입찰금액의 10%를 보증금으로 제출해야 했다.
입찰금액 3760만원 보증금 376만원.
“개찰을 시작하겠습니다.”
손에 나는 땀을 닦기를 여러 번. 드디어 내 사건번호가 들린다.
호명자들이 집행관 앞으로 나갔다. 보통 2-4명 정도인데 이 사건은 6명이나 입찰에 응했다.
개표.... 보증금이 빵빵하게 든 봉투들이 눈에 보인다.
1등 4천1백1십1만1천원..
2등이 3760만원...
...
허탈감에 다리에 힘이 쭈욱 빠지면서 정신이 약간 몽롱 하였다. 다른 사람은 입찰 보증금 봉투를 수령하여 나가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집행관 앞에 서있었다. 그런데 순간 서류를 수합하던 집행관의 얼굴에서 당황하는 빛이 보이는 것이다.
뭔가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니 뭔가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집행관 보조로부터 보증금 봉투를 받고 나오다가 뒤 돌아섰다. 그리곤 그냥 서 있었다.
그러자 집행관의 얼굴이 더욱 당황해 하며 당첨된 1등의 입찰 서류와 입찰 보증금 봉투를 들고서 낙찰자가 낙찰되었음을 호명하지 못한 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순간!!, 아차 싶었다.
곧바로 두어 발짝 다가서며 입찰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집행관에게 문의를 했다.
‘1등으로 당첨된 그 서류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달라고..그리고 또한 보증금의 봉투 속에 들어있는 현금이 입찰 보증금액과 일치하는지를 또한 확인해 달라’며 집행관에게 요구하였다.
입찰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집행관은 어쩔 수 없는 듯 다시 서류를 확인하고 그리고 입찰 보증금을 세어 가기 시작했다.
수표100만권 4장, 현금 111,000원 문제의 100원짜리 동전은 아무리 보증금 봉투를 흔들어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1등으로 당첨된 사람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가지고 어쩔 줄을 모르며 왔다 갔다 하며 객석 쪽의 사수를 찾는 듯 하다가 집행관 앞으로 와서 호주머니에서 꺼낸 100원짜리를 주며 ‘100원 여기 있다’며 건네주려 하였다.
나는 집행관 옆에서 쳐다보고만 있고 일순간 법정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졌다.
30여초의 엄청나게 긴 시간의 공백을 깨고 집행관이 잡은 마이크 소리가 들렸다. “2등의 이의를 받아들여서 1등으로 낙찰한 ***는 입찰 보증금 중 100원이 미달로 입찰무효로 하고, 이 물건은 2등으로 입찰한 안정순의 대리인 원상철이 낙찰되었음을 확정한다. 다음 ”
영수증을 들고 웃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집행관 앞을 빠져 나오는데 어깨에 있는 큰 짐을 내려놓은 것 마냥 홀가분했다.
나를 전혀 모르는 누군가 몇 명이서 박수를 친다. 왠수들이 챙피하게스리...
경매 입찰장을 빠져 나오니 뒤에서 모든 상황을 보고 있었던 사돈이 다가왔다. 뭐라고 한마디 해야 되는데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단지
‘부군이 하늘위에서 쳐다보고 만들어 주신 것 같습니다’
100원의 실수!!
그리고 집행관의 눈빛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부족했던 돈은 동생이 부담하여 잔금 치루고 얼마간 있다가 사돈은 명도 후 이사를 하고 나서 집들이를 한다기에 초대를 받아 갔다. 많은 환대를 받고 나올 때는 시집간 딸이 친정에서 바리바리 챙겨 가는 것 마냥 내차엔 쌀 등의 물건이 가득했다.
몇 일간 먹거리는 걱정이 없었다.
첫댓글 캬~~~~~~~~~아트네요..........아트~~~~~~~~~~~~
정말 하늘이 도왔네요......~~~항구님 좋은일 많이 하시네요//// 복받을겨~~
이거 내 얘기가 아닌디요 ㅎㅎ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