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원전 1발전소 MCR 현장 |
고장 없이 원전을 가동하는 운영능력 지표를 '원전이용률'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2008년 기준으로 93.3%다. 세계평균(79.4%) 보다 14% 높다. 원전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 89.9%, 프랑스 76.1%, 일본 59.2% 등 주요 경쟁국보다도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는 우리 원전은 어떤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그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한해를 맞이하는 지난 1일 새벽,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울진원자력본부를 찾았다.
2009년12월31일 밤11시
울진원자력본부 정문에 도착. 영하10도의 날씨다. 사전에 각서까지 쓰고 취재신청을 해놓은 덕분에 간단히 출입절차를 밟고 발전소내부로 들어갔다.
현재 울진원자력본부에는 6기의 원전이 운영 중이다. 2기는 프랑스식 원전이고 나머지 4기는 한국형 원전이다. 취재진이 찾은 곳은 프랑스에서 수입한 1호기다.
1호기 출입을 위해 다시 한 번 출입절차를 거쳤다. 이번에는 공항에서 출국 절차와 비슷한 가방 엑스레이 검사도 실시했다. 원전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까다로웠다. 건물 내부에서는 휴대폰을 비롯한 모든 전파기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에 있을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발전4팀이 근무에 앞서 'OCTF 달성' 구호를 외치고 있다.(OCTF=원전 한주기 무고장 안전운전 지표) |
2009년12월31일 밤11시40분
1호기 내부. MCR(Main Control Room 주제어실)에는 연말연시가 무색할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새해 첫 번째 근무팀인 발전4팀. 한해의 마지막 근무팀과 첫 번째 근무팀의 업무인계 현장이다.
이전 특이사항을 공유하고 처리해야할 업무를 전달받는 이들의 모습에는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이나 늦은 밤 근무에 따른 피곤함은 찾아볼 수 없다.
2010년1월1일 0시
"울진1호기 OCTF 달성" "Yes we can"
팀원 모두 구호를 외치며 새해 첫 번째 발전이 시작됐다. 새해를 알리는 시계를 뒤로 하고 10명의 팀원이 각자의 위치로 향했다. MCR에는 노랑, 파랑, 빨강의 빛을 내는 수많은 조작계통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발전4팀의 총괄 지휘하고 있는 김동혁 팀장을 만났다. 김 팀장은 "이곳 MCR은 핵분열로 발생된 열을 이용해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를 통해서 전기를 만드는 원자력발전의 모든 계통 관리하고 제어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 우리나라 원전이 아랍에미리트연합(이하 UAE)에 수출됐다. 우리 원전의 장점은?
한전KPS팀에서 펌프시설을 정비하고 있다. |
"운영에 대한 안전도가 수출의 중요한 요인입니다. 한 가지 예로 울진 1, 2호기는 프랑스에서 수입한 원전인데 작년 기준 프랑스 이용률은 76%이고 울진 1, 2호기는 94.5%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한 운영노하우가 수치로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 팀장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 차 보였다.
- ‘원전 이용률’을 쉽게 설명한다면.
"발전소를 정지시키지 않고 1년 동안 얼마나 지속적으로 발전을 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더 쉽게 말한다면 원전 1기가 하루 만드는 전기 가격이 약 10억원인데 만약 원전이 정지해 가동하지 않는다면 그 만큼의 손실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최대 전력수요가 6543만8000㎾를 기록했다. 이번 겨울에만 최대 전력수요량을 3번째 경신했다. 보통 여름철에 나타나던 전력 최대수요치가 겨울철에도 발생했다. 김 팀장은 “많은 국민이 전기에너지를 싸고 안전한 에너지로 인식하는 결과”라며 "지난 20년 동안 전력요금은 거의 변하지 않았는데 그 주된 요인이 한국의 원전이 효율적으로 전력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0년1월1일 새벽2시
실질적으로 전기를 만드는 터빈실을 찾았다. 터빈실은 원자로의 열을 통해 발생된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곳이다. 그렇다보니 발전효율이 가장 높은 40℃의 환경이 여름이나 겨울이나 항상 유지된다.
이곳에 들어서자 숨이 턱 막히는 더운 공기와 일정량의 소음,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큰 터빈시설이 낮선 방문객을 맞았다. 터빈실에 근무하는 안민식 과장은 “이곳은 한겨울에도 40도가 넘습니다. 사실 오늘 방송 나온다고 해서 이렇게 차려입었는데 평소에는 얇은 면티와 조끼만 입고 근무합니다”라며 웃었다.
터빈실은 덥고 소음이 심한 곳이지만 현장에서 미세하게 느껴지는 소음과 진동 등에 대한 모니터 작업이 원전의 안전운영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작은 이상만 발생해도 즉시 주제어실에 연락을 취해 긴밀히 대처해야 한다.
2010년 1월1일 울진원전 앞바다 해돋이 모습. |
1시간가량 캠코더와 카메라를 들고 터빈실에 있으니 등에 흠뻑 땀이 고였다.
2010년1월1일 새벽3시
1층으로 내려왔다. 취재진의 몸에 혹시나 남아있을 방사능을 체크하기위해 보건물리실 근무자가 나와 있었다. 이곳 근무자 대부분은 방사능이 없는 곳에서 일하지만 안전을 위해 출입자 전원을 대상으로 방사능을 측정한다. 들어가는 것도 어려웠지만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겨울철 밖에서 힘들게 일한다는 한전KPS 정비팀(24시간 원전정비보수 팀)을 만났다. 순찰지역으로 향하던 중 펌프시설의 이상 발생으로 출동 중인 근무자를 만났다.
펌프시설은 원전 1기당 1초에 약50톤의 해수를 원전으로 보내는 중요한 시설중 하나이다. 현장에 나온 한전KPS정비 팀은 펌프계통에 경미한 누수가 있음을 순찰을 통해 발견해 조치를 취하는 중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김동준 대리는 “KPS팀은 24시간 대기조를 편성해 원전의 고장이나 정지를 방지하기 위해 야간에도 순찰을 돌며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잠을 자고 있을 가족에게 “사랑해”라며 두 팔로 하트를 만들어보였다.
2010년1월1일 오전7시 19분
울진원전 앞 바다에 2010년 첫 해가 희망차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