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뿔은 단김에 빼야한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질주를 소원한다. 물론 빨리하면 좋은 일도 있다. 구급차와 소방차는 빨리 출동해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일이다. 늦장출발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게 그런 것은 아니다. 무엇이든 때가 있게 마련이다. 과일은 익을 만큼 익어야 제 맛이 들고 기능공도 완숙해야 제 능력을 발휘한다.
한국인의 냄비 근성을 탓하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 민족은 매사에 조바심과 신속을 원하는 게 지배적인가 보다. 그래서 남보다 뒤서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차례를 지켜 줄서기보다는 새치기해서라도 남의 앞에 서야 직성이 풀린다. 운전을 할 경우에도 차례를 지키기 보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추월이라도 해야 잘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추월로 인한 부작용이 크지만, 질주와 과속에 길들여져 있는 게 우리들 습성인가 싶다.
음식점에 들어서면 예약도 하지 않은 채 빨리 달라고 독촉한다. 음식이 나오면 먹는 것도 빨리 빨리 한다. 먹고 살기가 어렵던 시절에는 큰 그릇에 보리밥이고 뭐고 한데 섞어 비벼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으려하던 때가 있었다. 남보다 한 숟갈이라도 더 먹으려는 욕심이나 시간에 쫓기던 때 습성이 어느덧 몸에 배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야 먹는 것도 예술이라고까지 치부하는 시대가 아닌가. 하기야 군사문화로 본다면 훈련소에서의 식사시간은 5분가량이었다. 정량을 정해진 시간 안에 뚝딱해치워야 겨우 제 몫을 찾던 그런 특수한 경우는 그렇다하고 매사에 그리 속도감에 젖는 건 그리 좋을 일이 아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장병이 세계에서도 손꼽을 정도라고 하니 그게 그저 생긴 병은 아닐 것이다.
생각해 보라. 무엇이든지 된다 싶으면 벌떼처럼 몰려든다. 부동산이 조금 돈이 된다면 너도 나도 팔과 치마를 걷어붙이고 땅 투기를 하고, 아파트가 돈이 된다 싶으면 청약한다고 밤낮을 기다려 줄을 선다. 그 것뿐인가. 주식이 돈이 된다고 증권객장에서는 부추기고, 너도 나도 이에 ‘올인’하여 남의 빛까지 내어 투자한다. 하지만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깡통구좌를 거래하거나 부도로 연결되어 길거리로 내몰리기도 한다.
개중에는 증권투자나 벤처기업과 같이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빠른 정보로 일확천금을 바라는 사람들도 많다. 한 때 한집 건너 오락실이 생겨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서리 맞은 이웃 ‘광호’ 애비는 한방에 날리고 실성(失性)하기까지 했다. 모든 일 처리에 신중해야하련만 모두 모두 빨리 빨리다. 공사를 하려면 계획단계에서부터 충분히 검토하고 설계를 해야 한다. 발주자는 빨리 완공하려 서둘고, 시공자도 현장관리비가 적게 든다며 서둔다. 그러다 끝내 부실공사로 이어져 대형 참사로 빚어지기도 한다.
모든 법도 빨리 빨리 움직이도록 부추긴다. 자동차세도 집에 세워두면 세금이 아까워 본전 생각이 나서 길거리로 자꾸 몰고 다녀야 한다. 그러니 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고 천정부지로 오르는 기름 값은 걱정하면서도 대중교통은 이용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길거리는 차량홍수를 이룬다.
너남 없이 요즘 국가 경제가 좋지 않다고 한다. 청년실업자는 나날이 늘어간다. 얼마 전만 해도 경제를 살린다고 주 5일 일하고, 이틀은 소비하자했다. 주 5일근무제를 서둘러 도입했다. 중소기업에 돈까지 지원해준다며 독려했다. 노사를 함께 걱정해야 하는데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기업하기는 어렵고, 국제적으로 개방 압력의 파고에 저렴한 제품이 홍수같이 밀려오지, 그나마 비실비실 돌아가는 기업도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천천히 앞뒤를 돌아보아야 한다. 매사 튼튼하게 계획하고 행함으로써 건실한 경제대국을 건설해야 한다. 그 길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요, 그 길이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길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