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의 화왕산(757m)
언제? : 2011년 9월 28일
어디서? : 청미주차장 05시 출발
누구와? : 김경수님 박정하님 오동섭님 유성란님 강옥금님 홍정숙님 그리고 나 (이상 7명)
코스는? 매점삼거리 - 관룡사 - 용선대 - 관룡산 - 670봉 - 화왕산 동문 - 정상 - 서문 - 남문 - 계곡 슬랩지대 - 임도 - 매점 (약 11km 6시간 30분 천천히 쉬어가며..)
위치 : 경남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
개요 : 경남 창녕의 화왕산 최대 명물은 뭐니뭐니 해도 정상 주변의 넓고 평평한 억새밭인 십리억새밭과 우포늪을 꼽을수가 있다
화왕산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억새초원 가을에는 화왕산성 성터 안으로 억새평원이 유명하다.
봄철이면 진달래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화왕산성 주위의 비탈과 관룡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일대는 마치 분홍물감을 쏟아부은 듯하다.
매년 4월 하순에서 5월 초순까지 그야말로 산 전체가 불타오르듯 만발한 진달래의 붉은색으로 뒤덮이며
창녕의 명물 우포늪의 발원지가 바로 화왕산이다
또한 9월말부터 10월말가지 가을의 전령 억새 물결은 5만6000여 평의 평원을 뒤덮어 장관을 이루는데 그 억새가 하얗게 말라버리기전에
서둘러 은빛의 억새물결들을 만나기위해 화왕산을 찾았다
코스는 자하곡을 이용하면 너무 밋밋할거 같아 옥천리의 관룡사코스를 택했다
관룡사에서 병풍바위쪽으로 올라 암릉산행을 해보고도 싶엇지만 오늘의 테마는 억새이기에 용선대 코스를 택해서 병풍바위의 조망을 즐기며 오르기로 했다
관룡사로 들어가는 토담문이다....
관룡사에 들어서면 대웅전 뒷편으로 암릉이 병풍처럼 펼쳐져 관룡사를 에워싸고 있었다. 왜 병풍바위인지를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이곳에서 오른쪽 샛길로 들어서면 병풍바위의 암릉산행을 할수잇다
우리나라의 8대 사찰이요 1500여년전에 건립된 사찰이라면 옛날엔 대단한 규모였을거 같다
관룡사 경내에 들어서기전 오른쪽 사잇길로 들어서면 관룡사 뒷편으로 펼쳐진 병풍바위를 따라 올르는 암릉구간이지만
우린 시간조정을 위해 비교적 쉬운 용선대 쪽으로 오르기로 했다... 관룡사 경내 대웅전 왼쪽으로 돌아가면 용선대 방향을 가르키는 팻말이 나온다
용선대는 돌을 깎아서 모신 석불상인데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 가장 간절한 소망 한가지는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마음속으로 그 어떤것을 간절히 기도했다
용선대에서 화왕산까지는 4km....두어시간이면 족하지만 이곳에서 관룡산 정상까지는 급경사 깔딱고개이다
용선대에 올라서 눈앞에 조망되는 병풍바위이다
저 멀리로는 화왕산 정상이 살짝 보이는데 낮은 구름이 걸려있다
가장 원하는 한가지....간절히...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용선대에서 급경사를 할딱거리며 30여분 올랐을때 오른쪽 전망대에 서면 건너편의 암릉구간이 그림처럼 펼쳐지는데 이런곳에서 잠시 조망을 즐기며 쉬어간다
관룡산 정상은 아무런 표지판도....정상석도 없다....
관룡산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왼쪽 화앙산쪽으로 접어들어 1시간정도 더가면 억새군락지가 나오기 시작한다
산부추 꽃일까?...참산부추꽃이다....산마늘꽃인줄 알았지만 산마늘꽃은 하얗게 피며 잎은 비비추잎처럼 넓은편이다
이곳 화왕산 정상의 성터 안쪽 주변엔 그늘이 없어 따가운 햇살을 염려 했었는데 하늘에 구름이 햇볕을 가려주어 쾌적한 산행을 할수있었다
화왕산 성곽의 동문쪽에 도착한 순간부터 광할한 억새의 군무가 시작되고 있었다
억새의 군무속을 걸어가는 저 나그네에게 억새는 사아악....사아악....소리를내며 노래로 반겨준다
지금으로부터 2년전...2009년 2월 9일....이곳에서 불놀이 축제를 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불어댄 소용돌이 바람에 80여명의 사상자를 냈던곳....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그런 사건들을 뒤로한채 산천은 오늘도 여전히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가을을 노래하며 그 넓은 품으로 모든이들을 품어안는다
가을 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는 하얀 솜털같은 솜꽃들이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듯하고 부드러운 감촉과 가벼운 간지러움...
달콤한 솜사탕 같은 것들을 머릿속에 떠오르게 한다
누구였드라?...억새의 종류만도 10여종이나 된다고....이곳 화왕산의 억새는 생김새로 보아 제브라참억새가 틀림없다
화왕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마다 하얀 달밤같은 억새들은 양쪽으로 도열한채 우리에게 어서오라며 허리굽혀 인사한다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고 모든것들을 쓸어담아도 아프지 않고 부드러울것만 같은 솜꽃들 사잇길을 약속이나 한듯 갈라져 오고 갈라져 가고있다
앞을보고 걷다가도 문득 뒤를 돌아보면 탄성이 절로 날정도로 가슴속이 벌덕거리고 마음껏 뒹굴어도 전혀 아플것 같질 않다
사스락 사스락 억새를 스치며 걷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하늘에서 내려온 관객을 위해 억새는 한바탕 군무의 축제를 준비한다
불의산 화왕산 (火旺山) 옛부터 이 지역사람들은 불뫼....큰불뫼 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이곳에 분화구가 있었던 흔적으로 보아 그 옛날엔 화산이 폭발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이곳 화왕산 정상엔 세개의 연못과 9개의 샘이 있었는데 원래 이씨였던 창녕조씨의 시조가된 설화가 전해진다
앞서간 사람들이 무엇을 발견했기에?....혹시 샘을 발견한건 아닐까?...
한폭의 수채화 ...세상사의 온갖 쓸쓸함을 가득 안은채 어차피 자연으로 돌아가야할 생명체들인 우리에게 무언의 메세지를 전하는거 같다....
오른쪽 자하곡에서 올라오는 서문이다....저곳엔 돈냄새에 민감한 장삿군들이 목좋은곳에 벌써 자리를 잡고 막걸리를 팔고있다
창녕조씨의 시조가된 예향아씨가 목욕을 하던 연못자리....과거엔 세개였다는데 지금은 하나로 합쳐진거 같다
원래 경주이씨인 한림학사 이광옥의 딸이었지만 시름시름 앓다가 꿈에 저 연못에서 목욕을 하면 씻은듯이 나으리라던 현몽을 받고 저 연못에 빠져들자 갑자기 한얀안개가 뒤덮여 예향아씨가 하늘로 들려졌는데 나중에보니 병이 씻은듯 없어지고 시집도 안갔는데 태기가 있어 총명한 아이를 순산했는데 그 아이의 겨드랑이 밑에 조(曺) 라는 글씨가 새겨져 모든 사실을 알고난 진평왕이 그 아이에게 조씨라는 성을 하사받아 오늘날 창녕조씨의 시조가 되었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자하곡에서 올라오는 서문에 섰다
따사로운 가을햇살은 구름으로 가려주니 바람은 선선하게 살갖을 간지럽히니 이런곳에서 탁배기한잔 안할수가 없다
석벽의 움푹 들어간 가운데 자리엔 군량미를 저장하는 창고와 군사를 지휘하는 지휘소가 있었을터....
배바위쪽 산허리엔 수많은 억새들이 군무에 취해있고....
하얀 솜털같은 억새꽃들은 마치 달빛에 소금을 뿌려놓은 이효석의 메밀꽃처럼 처연하게 쓸쓸한 가을을 알리고 있다
처연한 쓸쓸함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나그네의 인생길에 어둠을 알리는 머슴새의 처량한 울음소리가 들려오는듯 하지 아니한가?....
어차피 겨울이 오기전에 이 가을 한철을 옴팡지게 살다 가야한다는듯.....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억새들은 요동을 치듯 사각거리며 춤을추고 있다
달빛보다도 희고....하얀 학의 혼으로 자라난 가녀린 억새.....어쩌면 이 가을이 가기전 이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눈물을 흘려댈지도 모르겠다
왜일까?......잘가라....잘가라....어서가라....억새들은 손짖 몸짖으로 나에게 인사하며 서럽게 울고 있는것만같다
억새들과 한참을 도란도란 애기를 나누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창녕여중쪽에서 올라오는 코스가 한눈에 보인다
저 나그네도 나처럼 억새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걸까?....
배바위에 섰다....2009년 2월9일 유난히도 높은곳을 좋아하는 인간들이 화를 당했던곳....
저만치 앞에서 불타오던 억새불들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며 소용돌이쳐오던 바람에 화염에 휩싸여 저 배바위위에서 카메라 삼각대를 펼쳐놓고 불구경하던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던곳.....수십길 바위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은사람....불길에 휩싸여 질식해 죽은사람....그 영혼들에게 잠시나마 묵념을 했다
동글이 앞에서 열심히 당시를 설명하던 송이꾼이 그때를 생각하니 괴로운듯 고개를 돌리고 있다
아침에 올라오던 구룡산쪽 병풍바위가 희미하게 보인다
이제 남문쪽을 향해 하산한다
남문쪽으로 하산하던 맞은편 먼곳에 드라마 허준 셋트장이 보인다
이제 하산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뒤돌아보며 억새들에게 안녕을 고한다....내년엔 더욱더 화려하게 피어 나라며.....그리고....다음생을 기약하자며.....
저 성광의 끝이 우리가 관룡산쪽에서 걸어 오다가 화왕산에 첫발을 들어섯던 동문쪽이다
남문에 도착했다....버드나무 한그루가 유난히도 쓸쓸해 보인다....저 버드나무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버드나무 바로 앞에있는 남문을 나와서 이제 계곡쪽으로 하산한다
잘있거라....내년엔 더욱더 짙푸른 싱싱함으로 그때를 기약하자.....화왕산 억새들이여 ....안녕....
관룡사를 들어가는 매점의 삼거리에 도착하여 깨끗한 계곡수에 발을 담그니 선녀와 나뭇꾼이 따로없다....
무슨 애기들이 저리도 심각할까?.....억새들은 나에게 속삭여줬다.....마음들을 깨끗하게 비워내라고.....그러면 자기처럼 유연 해진다고....
계곡을 내려오면서 지난 여름 장맛비들이 깨끗하게 청소를 해놓은 넓은 바위슬랩지대에서 끓여먹은 라면맛은 찬하의 일미였다
오늘은 쉬엄쉬엄 사진도 찍어가며 6시간을 예상했지만 6시간 30분이 걸렸다
대신에 서산에서 창녕의 옥천리까지 4시간을 예상했지만 세시간밖에 걸리지 않아서 왕복 두시간을 절약할수 있어서 서산엔 저녁 6시쯤 도착을 해서 맛있는 영양탕 안주에 마시는 이슬이 맛은 환장하도록 맛있었다
첫댓글 변함없이아름다운 기행문(여행기)을 섬세하고 담백하게서정시처럼 감미롭고 향기로운 모습으로 대장님의 옥필에 대단히 감명받고 갑니다감사드립니다
담아내신 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