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음성 듣기
텍스트 보기
오늘도 친구들을 만나 양평해장국으로 점심을 먹었다. 우리는 값비싼 음식 찾지 않고 순대국이나 칼국수에 소주 한잔 마시며 지난 이야기하는 친구들이어서 좋다. 세상에서 가장 흔해 빠진 이름인 회장이란 호칭을 안쓰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좋은말 나쁜말 서슴없이 하고 허물없는 농담한마디로 넘겨주는 친구와 먹으니 나는 행복하다.
나이들어 반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좋고 때론 씨발 좃도 욕을 섞어가며 음담패설을 안주삼아 서로 얼굴 처다보며 웃음짓게 하는 친구가 있어 좋다. 한참 물오를 시절 꼬리치는 여고생 따먹은 죄로 마누라있는 대학생이 되고 큰 식당하며 용돈 두둑히 주어 밥 살때는 비싼 등심 사주는 마누라 두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하며 웃는다.
친구들과 나는 늙어가는 길을 한참 걸어왔다. 이렇게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웃고 떠들 수 있는 상태를 계속 유지하길 바랄뿐이다. 지금의 나이를 볼 때 내색은 안하지만 각자 조금씩 衰落해지고 몸이 쪼그라 드는 것이 분명하다.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햇볓이 있으면 반드시 그늘이 있는 것처럼 老化가 진행되어도 걱정할 일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좋은 친구를 만난건 나에게 행운이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얼마남지 않은 노후를 마음 편한 친구들과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 자주 안부 전화하고 점심도 한끼하면서 세상사 얘기도 하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祈禱한다. “친구들을 對함에 있어 죽을 때 까지 변함없이 대하도록 되게 하옵소서”라고.
금년도 벌써 한 달이 다 지나간다. 작년에는 특히 좋은일 나쁜일 없이 무탈하게 지냈다. 月初에 고향친구의 죽음으로 마음이 아팠지만 언젠가는 나에게도 올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내고 또한 내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하면 잘 갈무리할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중국에 이런 우정 맹세가 있다고 한다.
달라지거나 멀어지지 않고
영원히 너의 친구가 되고 싶다.
언덕이 편평해지고 강이 메마를 때,
겨울에 천둥번개가 칠 때,
여름에 눈과 비가 내릴 때,
하늘과 땅이 딱 붙어버릴 때,
그때까지 너와 헤어지지 않으리.
<고촌당 생각> 신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