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관해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평소에는 이런 생각을 할 계기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음 편지를 쉬는 동안 짧은 휴가를 다녀오면서, 처음 가본 동네에서, 제목만 알고 있던 책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과 감동을 발견하고 빠져드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중간부터 코로나에 재감염되어서 고생하기는 했지만 김해와 창원, 진해를 처음 가봐서 신선한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여정의 첫 행선지는 김해에 있는 김해 박물관이었습니다. 박물관이 아직 보이지도 않는 근처부터 깔끔하고 멋지게 꾸며져 있어서 신선했습니다. 백제나 신라 외의 오래된 나라의 유물과 생활이 궁금해서 선택한 행선지였는데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날이 너무 더워서 야외에 있는 유적지들은 계획만큼 돌지는 못했지만 기회가 생기면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진해로 갔습니다. 아주 길고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벚꽃 철이 아닌 진해에 무엇이 있는지 잘 몰랐습니다. 허영만 작가의 <식객>에도 나왔다고 하는 횟집에서 전어 구이와 회를 먹기 전까지는 계속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저녁에 바닷가 길을 걸으면서 모르는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을 미리 속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날은 창원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월요일 마음 편지를 쓰는 에움 언니를 불러내서 두툼하고 맛있는 돈가스를 먹고 경남의 모든 관공서가 모여있는 것 같은 거리들을 돌아다녔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긴 일정을 보내게 될 부산에서도 그전에는 안 가봤던 곳을 가보고 싶어서 영도를 골랐습니다. 이미 엄청나게 관광지화 되어 있어서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이미 가본 것 같기도 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해운대나 광안리와는 또 다른 바다의 풍경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바닷가의 어느 작은 서점에서 차가운 음료를 마시며 쏟아지는 햇볕과 함께 잠시 즐거움을 누린 시간은 전체 여행 중에 꽤 기억에 남는 짧은 여유였습니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 핸드폰에 전자책을 몇 개 넣어갔었는데요. 그중에는 아주 오래된 미국 문학 고전인 <앵무새 죽이기>도 있었습니다. 중학생 무렵에 읽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내용도 이해를 잘 못했고, 그동안 책의 제목에 대한 편견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극적인 제목에 비해 재미는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책의 1부가 끝나갈 무렵 저는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아는 책을 실제로 읽어보는 것도 살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만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지난 일주일 간,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또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동시에 찾아왔습니다. 지도를 찬찬히 살펴보면 아직 가보지 못한 동네가 훨씬 더 많이 있습니다. 내가 가봤던 약간의 동네들과 아직 가보지 않은 동네들이 비슷할 수도 있지만 아주 색다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 집 책장에는 꽂혀있지만 읽지 못한 책들도 아주 많이 있습니다.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 아니라니 아주 다행이지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시간을 만들어가야겠습니다.
첫댓글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시간을 만든다~~
저도 꼭 해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