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gres, [루이 프랑수아 베르탱의 초상]Louis Francois Bertin
초상화는 외모를 닮게 그려야 할 뿐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을 생생히 포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9세기 신고전주의 화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는 사람의 외모를 정확시 묘사할 뿐 아니라 대상의 내면까지 선명히 드러내 보이기로 유명한 초상화가였다.
그는 역사화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는데, 초상화를 워낙 잘 그려 초상화 주문이 많았다고 한다. 앵그르가 그린 <루이 프랑수아 베르탱의 초상>은 그의 초상화 가운데 대표작으로, 초상화를 그릴 때 내면의 진실을 포착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림은 전반적으로 어둡다. 주인공의 옷조차 검정색이다. 어두운 분위기는 초상화의 주인공을 더 위엄 있게 만든다. 화면 전체가 어둡게 가라앉다 보니 밝은 빛을 받은 그의 얼굴만 오롯이 살아난다. 그런데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우리는 움찔하게 된다. 그가 우리를 쏘아보고 있기 때문이다. 쏘아보는 그의 눈은 그의 날카로운 의식을 전해준다.
그의 헝클어진 머리칼은 한 가지 생각에 골똘히 파묻혀 있느라 다른 일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는 사람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게다가 앉아 있는 모습이 "그래, 어디 나에게 할 말 있으면 한번 해보시지"하며 압박해 오는 느낌이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주눅이 들 만큼 위압적인 인물을 실물처럼 생생히 묘사한 작품이다.
베르탱은 당시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앵그르는 이 유력자의 대단한 권위와 거친 기질을 정확히 묘사하려고 무척 애를 썼으나 원하는 대로 그려지지 않아 고생했다. 아무리 열심히 스케치해도 자기 눈앞에 있는 인물의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아 속이 상한 나머지 울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베르탱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놓고 무섭게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았는데, 바로 그 표정에서 마침내 자기가 그리고자 하는 베르탱의 이미지를 발견했다. 그림에 나타난 바로 이 모습이다. 아까 우리가 왜 움찔했는지 이로써 알 수 있다.
이주헌의 <서양화 자신있게 보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