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회의가 관리규약에 근거해 제정한 것으로 동대표 선출에 있어서 기준이 되는 규범인 선거관리규정은 선거관리위원회 결정보다 우선되므로 규정에 위배된 선관위 결정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제11민사부는 최근 경기 안산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이 아파트 입주자 K씨 등 18명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사건에서 “입주자 K씨 등 18명은 동대표 또는 자문위원으로서 이 아파트 대표회의실 및 관리소에 출입·방송을 하거나 자신들이 동대표·자문위원이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배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표회의의 업무를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결정했다.
이 아파트 대표회의는 지난해 11월 차기 동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선관위에서는 회의를 열어 동대표 후보자가 복수출마하는 경우 입주민 과반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확정하고, 반수 이상의 득표자가 없을 시에는 다득표자를 1차로 선정하며 해당 동 입주민 과반수 서면동의를 얻은 후 당선인을 확정하되, 투표자가 유권자의 20% 미만인 경우 재투표를 실시토록 의결했다.
선관위는 같은 해 12월 이같은 의결 결과를 바탕으로 O씨 등이 복수출마한 동의 경우 다득표한 O씨가 득표한 표를 서면동의서로 봐 O씨가 과반수 동의를 얻었다고 판단 O씨를 당선인으로 확정했고, N씨 등이 출마한 다른 일부 동의 경우도 동대표 추천서를 서면동의서로 간주해 동대표를 선출했다.
이후 비대위에서는 지난 1월 이번 선거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동대표들의 불신임 서면동의를 받아 새 선관위를 구성, K씨 등을 동대표로 선출했으며, 이들은 새 대표회의를 구성하고 C씨 등을 자문위원으로 선정했다.
이에 기존에 구성된 대표회의가 K씨 등 18명의 동대표 및 자문위원을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동대표 선출시 2인 이상 복수 출마한 경우 1차 경선에서 정족(과반)수 이상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재투표 실시 요건에 있어서 이 아파트 선거관리규정은 투표율에 상관없이 반드시 재투표를 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투표수가 유권자수의 20% 미만시에만 재투표를 하도록 결정해 선거관리규정과 선관위 결정간 상충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선거관리규정은 대표회의가 입주자 내부관계를 규율하는 최고 자치규범인 관리규약에 근거, 제정한 것으로써 동대표 선출에 있어서도 기준이 되는 규범인 점, 선거관리규정은 이 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을 선관위 결정에 따른다고 규정한 점 등에 비춰 보면, 선거관리규정이 선관위의 결정보다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며 “규정에 위배된 선관위의 결정은 무효”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 선관위는 복수 출마한 O씨가 1차 경선투표에서 반수 이상의 득표를 얻지 못했음에도 경선투표의 유권자가 20%를 넘었다는 이유로 재투표를 실시하지 않은 채 O씨로부터 1차 경선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세대 중 26세대의 서면동의서만을 제출 받아 O씨를 동대표 당선자로 확정했다.”며 “이같은 방식으로 O씨를 동대표로 선출한 것은 비록 선관위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도 반수 이상의 득표자가 없을 경우 투표율에 관계없이 반드시 재투표를 하도록 한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해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N씨 등이 출마한 동의 경우 N씨 등을 동대표로 추천한 입주민들은 이들이 추천한 후보자가 동대표로 선출되는 데에 대해 서면동의를 한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므로 이같은 방식으로도 N씨 등 3명이 각 입주자 과반수 동의를 받았다고 봐 동대표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규약상 해당 동의 입주민 2/3 이상이 불신임 서면동의가 있는 경우 동대표가 해임된 것으로 판단하므로 동대표 불신임 서면동의에 해당하는 동대표 선거 무효에 관한 서면동의도 마찬가지로 입주민 2/3 이상의 정족수가 필요하다.”며 “이 아파트 전체 입주자 63.4%가 이전의 동대표 선거를 무효화시키고 새 선관위를 구성해 재선거를 실시키로 하는 내용의 서면동의를 했지만, 전체 입주민 2/3 이상의 서면동의에 이르지 못해 이전 동대표들이 구성한 대표회의가 무효라는 K씨 등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기존 대표회의를 구성하는 동대표 가운데 O씨는 선출방식에 위법이 있어 동대표 자격이 없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9명의 동대표는 여전히 지위를 유지하므로 대표회의는 O씨의 동에 대한 동대표 보궐선거를 할 의무를 갖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나머지 동대표들로 적법하게 구성된 대표회의”라며 “비대위가 K씨 등을 동대표로 새로 구성한 대표회의는 임의로 조직된 단체로 대표회의 지위를 갖지 않으므로 K씨 등 18명은 동대표 또는 자문위원으로서 대표회의의 업무를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