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암(上耳庵)* 전래
이강경
칠성각, 산신각 서까래 사이사이에 낀
조선 건국 설화의 가쁜 숨소리 아래
걸터앉은 Wi-Fi 블루투스
부처님 귓전에 터 잡고
천 갈래, 만 갈래로 부대끼는 목탁 무늬
삼청동(三淸洞)이라 쓴 비석 안으로
붉은 냄새 쏟아내며 어찌 살았을까?
날다람쥐 번질난 눈동자 새까맣게 내리깔고
나불나불 염불 소리 극락으로 보내려고
103일 기도 끝에
지구-우주의 창문이 한꺼번에 열렸을까?
왕이 되리라는 천신의 울림
뼛속에 새겨넣고 태종이 되었을까?
365일 노승의 기도 무량수전 뒷문으로
뒷걸음치는 바람에도 열릴 것이라는
기억된 대비
낯선 무명으로 살라는
상이암 불상 유지에 따른 낯선 수행
삼청동 글자 크기에 대한 무게의 질량
비석 지켜온 노승, 기울어진 나뭇가지 파생음도 엿듣는
저기 화백나무 꼭대기에
님의 참 뜻, 직각으로 새겨 넣을 수 있으려나
*전북 임실 성수산에 있는 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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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신자
이강경
종교관으로 흐르는 피는 빈 관이었습니다
지구가 60번 넘게 공전하는 동안에도
관은 바깥으로 나올 생각이 전혀 없었지요
동반자가 죽음의 문턱을 넘고 있을 때
관은 고잔성당 벽면에 성화와 마주하였습니다
성화에 생긴 시린 자국이 생명선과 겹쳐서인지
푸른 빛줄기로 관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미사 예식 내내
관 안에 주님의 기도 붙여졌다, 떨어졌다
자꾸만 되풀이되었어요
관의 기도는 그저 아멘 뿐이었습니다
다음 주일 미사 예식을 온종일 연습했습니다
이마와 가슴에 십자 성호를 그으며
가슴팍에 대못질도 해봤어요
온종일, 그러자
관 안에서는 낯선 언어들이 부풀어 오르고
성탄절 세례식이 시작된 시각
관에 성수가 뿌려졌고
성화에서 들릴 듯 말 듯 한 음성이 들려왔어요
세례명은 'ㅇㅛㅅㅔㅂ'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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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경 양력
58호와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