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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시 지켜야 할 음식 먹는 요령
등산을 할 때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요소다. 일상에서는 한두 끼니를 걸러도 문제가 없지만 등산 중에 끼니를 거르면 탈진으로 조난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등산에서 정상에 올라 멋진 경치를 볼 때의 즐거움만큼 비중이 높은 것이 먹는 즐거움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산에서 먹으면 훨씬 맛있게 느껴지고 일행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유쾌한 시간을 갖는 것은 산행의 중요한 요소다. 최상의 컨디션
을 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이 어떤 음식으로 에너지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다. 등산의 기초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적당한 타이밍에 적당한 영양소를 먹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지나치게 과한 점심은 피하자
등산할 때 밥과 국, 고기와 상추 등 푸짐한 점심 식사는 에너지 효율상 최악의 선택이다. 밥은 다당류 탄수화물인데 우리 몸이 소화시켜서 에너지로 바꾸는 데 1~2시간이 걸린다. 산행 시작 후 점심 때 까지 다른 간식(행동식)을 먹지 않았다면 점심으로 먹은 다당류 탄수화물이 소화될 때 까지 우리 몸은 에너지 고갈 상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많은 산소가 쓰이기 때문에, 식사 후 바로 산행을 이어가면 쉬운 오르막에도 숨이 차고 심장에 무리를 주게 된다. 동료들과 함께하는 과한 점심 보다는 바로 에너지화할 수 있는 단당류 식품인 행동식(초코바, 사탕, 말린 과일 등)을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효율적으로 산행하는 비결이다.
산에 갈 때는 아침밥 먹어야
당일산행을 기준으로 하면 집에서 먹는 아침 식사가 중요하다. 평소엔 아침을 거르는 습관이 있다고 할지라도 산에 갈때는 집에서 아침을 먹고 나와야 한다. 아침식사 후 이동하는 1~2시간 동안 에너지화되기 때문이다.
성인의 하루 필요 열량은 평상 시 2,000 ~ 2,500kcal인데 등산할 때는 3,000 ~ 5,000kcal가 소모된다. 등산에 필요한 열량을 채우려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이 에너지로 사용되는 원리를 알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몸에 저장된 영양소 구성 비율은 대략 탄수화물 2%, 지방 85%, 단백질 13%다. 밥, 즉 탄수화물은 가장 많이 먹는 영양소지만 몸에 저장할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어 초과 섭취된 탄수화물은 지방이 된다. 지방은 탄수화물이나 단백
질보다 훨씬 높은 열량을 낸다. 그러나 어떤 운동이든 초기에는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쓴다. 등산의 경우 보통 1시간 이상 지나야 열량이 높고 많이 저장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기 시작한다. 등산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은 지방의 에너지 사용비율을 높이게 된다.
탄수화물은 지방을 녹이는 땔감
지방을 태워 에너지로 쓰려면 탄수화물을 주기적으로 먹어 줘야 한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지방을 더 많이 태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탄수화물을 섭취해 주지 않으면 몸은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지 않고 단백질을 뽑아 쓴다.
단백질은 근육이므로 빈속에 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운동이나 노동하는 것을 흔히 '몸이 축난다'고 말한다.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혈당치가 낮아지고 뇌에 악영향을 미쳐 균형감각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기절하기도 한다.
산에서 조난 시 겪는 환상방황 같은 것도 탄수화물을 제때 먹어 주지 않아 분별력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므로 산행할 땐 2시간 이내에 반드시 음식이나 간식을 먹어 주기적으로 탄수화물을 보충해야 한다.
탄수화물은 크게 단당류와 다당류로 나눌 수 있다. 단당류는 먹으면 바로 몸에 흡수되어 에너지로 쓰이는 반면, 다당류는 단당류가 뭉쳐 있는 형태로 상대적으로 흡수가 느리다. 밥은 다당류에 속하므로 아침에 집에서 먹고 나서야 한다.
단당류 식품 먹고 바로 힘쓰자
산행 중에는 보통 바로 에너지화할 수 있는 단당류 식품이 좋다. 단맛이 나는 설탕, 꿀, 엿 등이 대표적인 단당류다. 그래서 행동식으로 초코바, 양갱, 사탕, 말린 과일, 곶감 등을 많이 싸온다.
초보자들은 그날의 산행에 따라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3시간 이하의 짧은 산행이라면 초코바, 사탕 같은 과자류의 행동식만으로도 산행이 가능하다. 산행이 3시간을 넘어서게 되면 에너지 소모도 커지고 과자류의 단 음식만으로는
질려서 계속 먹기도 어렵다. 이론적으로는 단당류 탄수화물을 먹는 게 옳을지 몰라도 산에서 먹는 재미와 입맛을 따진다면 도시락을 싸서 밥도 먹고 야채도 먹는 것이 좋다.
초보자가 등산하러 가면서 탄수화물, 단당류, 다당류 따져가며 음식을 싸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그러므로 당일 산행 시에는 몇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아침을 집에서 먹고 나와야 하며, 산행 중 2시간 이내에는 반드시 행동식이나 식사 등의 음식을 먹어야 하며, 초코바 같은 단맛 나는 과자류의 간식은 산에 갈 때 항상 휴대하는 것이 좋다. 도시락을 준비할 때는 먹는 재미가 있어야 하므로 영양성분에 상관없이 평소 선호하는 음식을 준비하되, 지나치게 무겁거나 국물 등 흐를 수 있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계절을 감안해 음식이 상하기 쉬운 계절에는 김밥이나 해산물처럼 잘 상하는 음식도 피해야 한다.
음식 무게는 개인차가 있지만 당일산행에선 무게에 너무 신경 쓸 필요 없다. 약간 무겁더라도 산행 중 음식을 먹을 것이니 무게는 점점 줄어들게 되어 있다. 하지만 필요 이상 무겁게 지고 갈 이유는 없으므로 플라스틱이나 지퍼백 등의
비닐류에 싸면 무게를 훨씬 줄일 수 있다.
물은 충분히 마시고 스포츠음료도 좋아
등산식량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물이다. 물은 필요한 만큼 충분히 마셔야 하며 산행 중에는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전해질과 당분을 신속히 보충해 주는 게토레이나 포카리스웨트, 파워
에이드 등 스포츠음료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꿀 넣은 미숫가루 효율적
단당류는 액체 상태일 때 흡수가 더 빠르므로 꿀물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한발 더 나가 미숫가루에 꿀을 넣으면 이상적이다. 갈아 넣은 곡물의 영양분과 단당류의 빠른 흡수, 수분 보충까지 해결할 수 있다.
만들기 편한 주먹밥, 도시락으로 좋아
간단히 산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가장 선호하는 건 주먹밥이다. 양념한 밥에 매실장아찌, 멸치볶음, 오징어채 무침 등을 넣어 주먹밥을 만들면 쉽게 상하지 않으면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소금 간을 조금 더 하면 염분 보충에도 좋다. 무엇보다 주먹밥은 부피가 작아 휴대하기가 편하고 각종 재료를 넣어 다양한 맛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잼을 바른 식빵도 좋은 행동식이다. 잼이 단당류에 속하므로 식빵의 다당류적인 특성을 보완해 준다. 행동식으로 떡도 괜찮다. 초콜릿류의 단 음식을 보완할 수 있다고 한다. 말린 과일과 곶감도 괜찮다. 천연식품이라 몸에 좋고 유통기한 길고 가벼우며 열량이 높다.
바쁠 때는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사가기도 하지만 김밥이 상하기 쉬운 여름에는 시금치 등 물기 많은 야채류를 빼고 밥에 식초를 잘 섞어 싸면 덜 상한다고 한다. 소시지나 고기는 몸에서 에너지화하려면 긴 시간이 걸리므로 권할 만한 등산식량은 아니지만 행동식의 단맛을 보완해 주는 보조 기호식품으로 좋다.
간식과 물, 자주 빼는 걸 귀찮아해선 안 돼
배낭에 아무리 영양식을 많이 싸왔어도 안 먹으면 허사다. 산에서는 배고프면 이미 늦은 것이다. 배고프기 전에 꾸준히 먹어야 한다. 행동식은 배낭 깊숙한 데보다는 꺼내기 쉬운 곳에 넣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