事物의 꿈 1
정현종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生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정현종의 「사물의 꿈」은 삶의 본능에 대한 옹호에 값하며, 이러한 삶의 본능에 대한 옹호는 삶의 충일성에 대한 노래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의 시는 삶에 대한 충일성의 현재화이지, 삶에 대한 적대감과 그 증오가 창조성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꾼다는 사실을 터득하고 있는 시인이며,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生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고 있는 시인이다. 행복을 노래할 수 있는 시인만이 참다운 시인이 될 수가 있다. 시인은 시를 통해서 숨을 잘 쉬고, 꿈을 잘 꾸게 되어 있다. 햇빛에 입맞추는 시인의 언어는 숨결의 언어이며, 보슬비에 뺨 부빌 수 있는 시인의 언어는 생명의 언어이다. 행복을 노래할 수 있는 시인만이 낙천주의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고, 행복을 노래할 수 있는시인만이 삶의 본능의 옹호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며, 또한 그것이 어떻게생성 변모되어 나오는 것인가를 알고 있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흔들리는 기쁨도 있지만, 흔들리려고 흔들리는 기쁨도 있는 것이다. 모든 생성과 회춘의 적인 메피스토펠레스가 오히려 그것을 촉진시켜주는 악마이듯이, 바람은 「事物의 꿈」의 정현종을 단련시켜주는 기제일 뿐인 것이다. 좀더 강력하고 험난한 과정, 좀더 강력하고 거센 바람, 바로 거기에서 우리 인간들의 삶의 역동적인 모습이 생성되어 나온다. 온갖 만고풍상을 겪으면서도 하늘을 찌를듯이 솟아 있는 소나무와 천하 명산의 단애, 그것이 모든 고귀하고 위대한 인간들의 인생인 것이다. 죄악 없는 성화가 있을 수가 없듯이, 흔들림이 없는 나무는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 바람, 생을 증오하지 않고 푸른 힘으로 인식할수 있었던 삶의 지혜는 정말로 대단한 삶의 지혜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물의 꿈」은 1970년대의 가장 뛰어난 시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정현종은 그 바람, 생을 통해서 자기 자신의 고통마저도 육화시켜 나간다. 그는 “고통의 축제가 가장 찬란한 축제”(「고통의 축제」)라고 말하고, 모든 고통마저도 관능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요컨대 삶의 본능에 대한 옹호가 관능의 정신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젖은 안개의 혀와/ 街登의 하염없는 혀가/ 서로의 가장 작은 소리까지도/ 빨아들이고 있는/ 눈물겨운 욕정의 親和”(「交感」)라는 시가 그것이다. 관능은 존재의 무근거 상태로서 우리 인간들의 행복의 성감대라고 할 수가 있다. 정현종 시인은 생성의 기쁨과 창조적 명랑성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시인이다.(반경환, {행복의 깊이} 제1권 제1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