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의 죽음, 그리고 두가지 진실_권영숙

[풀씨기언]

윤주형의 죽음, 그리고 두가지 진실

사파기금 권영숙

어제 서울 올라오면서도 확인하고 장례식장에 가서도 확인하니 뭔가 이상했다. 기아차 비정규 해고노동자 고 윤주형에 대해서 '기아차 화성지회장'을 추진이라고 했다. 31일 발인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마석 모란 노동자 묘역이 아니라 왠 '연화장'이라는 곳에 안치하겠단다. 

기아차 해복투가 회사쪽의 사과와 해고책임자 처벌 및 고인의 원직복직을 통한 명예회복을 주장하며 그 최소한의 요구조건 수용없이는 발인은 없다고 말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그것이 사실인 양, '화성지회 장례위원회' 명의의 장례일정이 공유되고 말았다. 결국 어젯밤 기아 해복투가 입장을 다시 강하게 전달했다. 다행이다.

하지만 그게 혼선의 시작이었을까.. 전부일까.... 정말?
이 죽음을 읽어야겠다. 놓치지 말아야겠다. 
이 죽음이 우리에게 던져준 숙제가 있다. 
아픈 현실이 있다. 이제 그것을 말해볼 참이다.

우선 기아차 노조. 기아차 노조는 1사 노조다. 1만5천여의 조합원이 있는 이 노조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포함돼있다. 그럼 좋아야되는데, 정규직 조합원들의 힘을 빌어 비정규직의 상황이 좋아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합원' 자격을 두고 운운하여 회사쪽이 해고(를 유지)할 명분을 줘버리고, 또 지난해 여름에는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있는데도 회사쪽과 신규충원에 합의해주기도 했다. 

그 노조가 지금 윤주형의 장례식의 주체다. 이건 뭐라 할 수 없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의 죽음에 책임져야 할 또 하나의 축은 분명히기아차 노조다. 즉 기아차 지부, 화성지회, 그리고 화성분회다. 그 노조위원장은 고 윤주형의 영안실을 차렸는데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고 '해복투'는 말하고 있다, 그가 죽은지 근 마흔시간이 다가오는데 말이다 (방금 밤 11시경에 그 지부장이 방문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그리고 윤주형. 그는 누구인가. 
그는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다. 기아차 해고자 복직투쟁위(기아 해복투)의 일원이다. 전국해고자투쟁위(전해투)의 당연직 멤버이다. 그리고 지난 희망뚜벅이의 성과를 이어받아 만들어진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탄압없는 세상만들기 노동자 공동행동'의 일원이다. 공동행동은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 공동행동한다.

하지만 결국 그의 소속, 조직, 동지들, 심지어 연대하는 이들이 그이를 놓쳤다.
그는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는 유서에서 사는 것은 평등하지 못하지만, 죽음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참. 다행.... 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는 말인가, 죽어가는 이가 남긴 말로서 이만큼 무참한 말은 없을 듯하다. 

노동, 운동, 연대, 동지... 잠시 멈추고 모두 생각해봐야 한다.
왜 싸움이, 투쟁이, 사람이 사람을 살리지 못하는지. 
무엇이 결여되고 충족되지 못했는지. 
어떤 전망을 희망을 주지 못했는지.
동지를 외롭게 만들었는지.

함께 뭉친다고, 함께 한다고 전부가 아닌 것이다. 
그것은 단지 일부일 뿐이다. 시작일 뿐이다.
진한 동지애를 느끼고 서로 끈끈한 정을 나누는 '가족'같다고 하면서도, 
그 온도차는 내부에 여전히 있다. 
누구는 더 가깝고 누구는 더 멀다. 누구는 충일감을 느끼고 누구는 그럴수록 더 허틋하다.

결국 정서적 교감을 넘어서서 의식적인 각성이 없다면,
운동과 미래와 조직의 전망이 없다면, 
그리고 그것이 공동체적으로 '공유된 확신'으로 자리잡지 못한다면,

죽음.. 그것.. 벌어진다.
생명... 그것.. 놓치고 만다. 
또다시.

출처 : 사회적파업연대기금 http://www.facebook.com/groups/JINSUK85fund/permalink/544400668911228/

[세슬(김영진)]

"정서적 교감을 넘어서서 의식적인 각성이 없다면, 운동과 미래와 조직의 전망이 없다면, 그리고 그것이 공동체적으로 '공유된 확신'으로 자리잡지 못한다면..."
교감, 각성, 전망...공유된 확신.
문제 해결 방안에 동의합니다.
동의하면서도 그 확신을 또 어떻게 공유해 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