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이라 불리며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놓고 대립을 벌여온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체가 확실시 되는 가운데, 두 사람의 갈등을 중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연의 '소신 발언(?)'
잘 알려진 대로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표 경제정책’을 두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특히 김 부총리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입장과 다소 배치되는 주장을 해 주목을 받았다.
지난 10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90%였다는 발언에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보다 크지만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발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부총리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올해 말쯤 경기가 좋아진다고 했는데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단기에 고용 문제나 경기 문제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관가(官街) 일각에선 ‘김동연 부총리가 자신의 거취를 이미 알고 강경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장하성 교체'는 민주당의 요청 때문?
장하성 정책실장의 교체는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동안 청와대가 김동연 부총리보다는 장하성 실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듯한 제스처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장 실장의 교체는 당의 요청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시사 주간지 <일요신문>(11월 2일 자)은 한 친문(親文)계 인사를 인용해 이렇게 전했다.
“장 실장은 ‘문재인노믹스’의 설계자다. 지금 어렵다고 장 실장을 바꾸면 결국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를 볼 필요가 있다는 게 문 대통령 생각이다. 참여정부 집권 2년차 후반기에 경제 참모들을 교체했다가 어려움을 겪은 경험도 반면교사로 삼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장 실장 교체로 가닥을 잡은 것은 당의 강력한 요청 때문인 것으로 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임 추미애 대표에 비해 그 위상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미애 대표 시절, 당청(黨靑)이 수직적인 관계였다면 이해찬 대표 체제는 청와대와 수평에 가깝다고 여권 인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를 ‘상왕’이라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의 입장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패는 자신이 주창해온 ‘진보 20년 집권론’의 실패와 직결된다. 그런 이유들 때문에 당 차원에서 김 부총리뿐 아니라 장하성 실장의 교체도 요구했다는 것이다.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가 갈등 빚을 때 비서실장은 뭐하고 있었는지...”
신문은 또 “당 일각에서는 임 실장도 현 경제 위기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보도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김앤장' 갈등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요신문>은 한 비문(非文)계 의원을 인용해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가 갈등을 빚을 때 비서실장은 뭐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고자 했다면 제대로 중재를 했어야 한다”고 전했다.
화살머리고지를 방문한 임종석 실장(선글라스 쓴 이). 사진=YTN 캡처 |
이런 기류는 해석하기에 따라 여권의 '권력투쟁'을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최근 이를 방증하는 보도도 나왔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임 실장의 화살머리고지 방문을 두고 크게 화를 냈다’는 기사가 그것이다.
문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던 지난 10월 17일 임 실장이 권력 2인자처럼 선글라스를 끼고 DMZ를 시찰하자 이낙연 총리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낙연 총리 역시 임 실장과 함께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이 보도는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총리실이 '사실무근'이라고 진화에 나섬으로써 논란은 일단락됐다.
UAE 행정청장 만난 임종석
미묘한 상황 속에서도 임종석 실장의 행보는 여전히 거침이 없어 보인다. 임 실장은 지난 11월 2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아랍에미리트(UAE)의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오찬을 겸한 면담을 갖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UAE는 임 실장과 관계가 깊은 국가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불거졌던 이른바 ‘UAE 원전 의혹’으로 한국과 UAE 관계가 악화되자 임 실장이 특사 자격으로 UAE를 전격 방문(2017년 12월)했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 10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의 대통령궁에서 임종석(오른쪽에서 세 번째)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정 총책임자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왼쪽에서 두 번째) UAE 왕세제와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왼쪽에서 첫 번째)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을 만나고 있다. 칼둔 의장은 2009년 한국이 수주한 UAE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의 총책임자이다. 사진=현지소식통 |
당시 야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공격할 거리를 찾기 위해 2009년 MB의 주도로 한국형 원전을 수주한 UAE와의 관계를 ‘뒷조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실을 안 UAE 왕세제가 ‘국교 단절’까지 거론하면서 격렬히 반발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임 실장이 달려갔다는 것이다.
UAE와 관계 개선에 임 실장이 큰 역할한 듯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과 UAE의 관계는 다소 서먹했던 게 사실이다. 그로부터 약 1년이 흐른 지금의 상황은 180도 달라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1월 2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은 양국 사이의 국방과 방산(防産) 분야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전했다.
잠시 잡음이 일었던 양국 간 군사 및 원전 분야 협력이 다시금 제 궤도에 올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임 실장이 중심이 돼 양국 간의 갈등을 봉합했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그만큼 그가 중요한 역할을 도맡아 했다는 얘기다.
‘김앤장’이 사사건건 대립하며 추락한 데 반해 임 실장은 '도승지 역할'을 넘어 국내 정치는 물론 외교에까지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임종석 실장이 지금처럼 순항할지, 권력투쟁의 중심에 설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첫댓글 감히 누가 임종석을 건드린단 말인가?